직지에 얽힌 살인사건 이야기

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김진명'이라는 작가 이름 하나만으로 이 책의 재미는 어느정도 보장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간 펴낸 작품들이 워낙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어서 이번 책도 당연히 재미있을 것이라 기대를 품고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에 기반한 팩션이다보니, 역사 공부와 함께 재미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직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고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문화재이기는 하지만, 왜 중요한지는 사실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이미 너무 많은 기술이 발전해서 책이 넘쳐나고 누구나 복사기나 프린터기를 이용해서 책을 인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손쉽게 인쇄물을 만들 수 있던 요즘과는 달리 모든 책을 필사해서 볼 수 밖에 없던 시대라면 분명 지금과는 달리 책을 손에 넣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금속 활자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연구하던 교수가 갑자기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이한 방법으로 살해되었기 때문에 취재 기자의 이목을 끌게 되었는데, 단순히 경찰 조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자가 직접 사건을 파헤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평소에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나로서는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무척 궁금했는데, 사실 중간에 약간 억지스러운 연결도 조금 보이기는 한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라든지, 앞 뒤 복선을 이미 넣어두기는 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하기 힘든 부분을 주인공은 잘도 찾아낸다. 물론 일반인과 다른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이 이야기가 좀 더 흥미진진해지겠지만 말이다. 굉장히 다양한 방면으로 사건 해결을 연결고리를 찾은 덕분에 이야기의 무대도 굉장히 넓어졌다. 단순히 한국에서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구텐베르크까지 연결시켜서 유럽까지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다보니, 나중에는 누가 누구인지 조금 헷갈리기도 하지만 천천히 인물 관계도를 머릿속에서 그려가며 읽다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이 소설은 총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에서는 주인공인 기자가 피해자인 교수의 살인범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이 매우 잘 그려져있다. 근래에 보기 드문 한국형 추리소설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미 1권을 읽기 시작했다면 2권은 무조건 읽어봐야 한다. 추리소설과 역사적인 사실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 소설을 읽다보면 한여름의 무더위는 싹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책을 찾고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