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미니멀리스트의 세계 여행기

부칠 짐은 없습니다 - 스무 가지 물건만 가지고 떠난 미니멀 여행기
주오일여행자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7월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짐을 잔뜩 싸서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물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짐을 줄이려는 노력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현지에서 뭔가 사는 것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또 사는 게 싫어서 다 들고 다니다보니 기본적인 짐이 꽤 많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원래는 엄청난 짐을 끌고 다니는 평범한 여행자였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행 메이트와 함께 각각 20개의 필수 물품만 챙겨서 일단 100일간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 결과는 이미 예상했겠지만, 꽤 성공을 거두었다. 일단 가지고 있는 물건이 별로 없다보니, 이동하는 것도 자유로워진다. 사실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동선을 짜는 것인데, 가지고 있는 짐이 없으면 그런 이동 수단들이 간편해지는 것이다. 반드시 교통의 중심지에 숙소를 잡을 필요도 없고, 조금 저렴한 외곽에 머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않는 곳을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워낙 적은 물품들로 여행을 하다보니, 매일 빨래를 하는 등 좀 더 부지런해질 필요도 있다. 예비 물품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겪는 고생도 있지만, 그것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 될 수도 있겠다.

미니멀리스트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과연 나도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살짝 상상을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나는 어려울 것 같다. 가벼운 여행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이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물건을 적게 가지고 하는 여행은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의미와 조금은 맞지 않는다. 사실 집에서 멀리 있는 해외까지 여행을 갔으면 예쁜 사진도 찍고 싶고, 현지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다. 그런데 매우 적은 물품만 가지고 있다보면 옷은 여행하는 내내 같은 옷이고, 메이크업도 제대로 하기 어려우니 가장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무리이다. 사람이 편하기 위해서 이미 잘 만들어진 물건들이 많은데,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각자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다르고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적극 인정한다. 혹시나 나도 미니멀리스트의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긴 했지만, 결론은 역시 무리라는 생각이다.

혹시 나처럼 여행을 갈 때마다 많은 짐 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우선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저자가 먼저 실천한 경험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하면서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나는 이렇게 극단적인 짐 줄이기 여행을 하기는 어렵지만, 저자가 가지고 있는 여행 방식과 철학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한다. 다양한 방식의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