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을 통해 알아보는 로마 이야기

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로마의 유적을 보고 있으면 그 옛날에 어떻게 이토록 놀라운 문명을 만들었는지 놀라곤 한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부분이 파괴되기는 했어도 아직 남아있는 부분이 많다. 지금도 많은 역사학자들은 그 유적들을 통해 로마 시대의 모습을 연구하곤 한다. 온갖 유흥이 난무했던 로마 시대를 건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시도가 꽤 재미있다고 생각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조금 독특하게도 토목공학을 전공한 공학자이다. 공학자로서의 역사서라니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라고 봐도 좋겠다. 게다가 더 특이한 점은 저자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독자들을 타겟으로 이 원고가 쓰여졌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에서 출판이 되어도 크게 문제가 없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덕분에 일본 문화를 가진 저자가 한국인들을 위해서 로마 문화에 대해 쓴다니,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독특한 컨셉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로마의 유흥과 향락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그 부분에 남아있는 유적을 통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남아있지는 않아서 구체적인 모습은 알기 어렵지만, 건축물들만 봐도 충분히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어려운 용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남아있는 유적의 모습을 바탕으로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매우 쉽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로마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로마 여행을 했던 옛 기억이 떠올라서 무척 재미있었다. 책 중간중간에 실제 사진도 있다보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건축물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기는 하지만, 그 시대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각 건축물을 볼 때마다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에는 로마가 멸망하지 않고 서방 세계의 문화를 계속 이끌어나갔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살짝 추측해보는 대목도 있다. 물론 그 이후의 문명 또한 훌륭하기는 했으나, 로마 시대의 영광을 되찾는 수준까지 오는데는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로마 시대의 유적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다만 이 책에 나온 유적지의 위치까지 정리한 지도가 있다면 나중에 이 장소를 방문했을 때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내용까지는 실려있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쉽긴 하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로마 시대를 쉽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