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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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이란 무엇일까. 사실 이 책은 미국인 저자가 쓴 책이라, 대부분의 상황이 미국 내부 사회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아예 해당되지 않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남자들은 남성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말이다. 사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남성성 중 어떤 부분은 특별히 쓸모가 없는데, 남자부심이라는 것이 작용해서 어떤 점에서는 좀 답답할 때도 있다.

일단 이 책은 남자의 입장에서 남성성을 바라보았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자신만의 논리적인 의견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동안 페미니즘을 주장한 사람들이 이런 류의 주장을 많이 펼치기는 했지만, 여성들이 말하는 남자의 불합리성은 정작 남자들이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의 그런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저자는 어떤 계기로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남성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잘못된 남성들의 사고 방식 중의 하나로 무의식중에 남성보다 여성이 낮은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 경향을 꼽고 있다. 그리고 여성은 누구든 남성에게 소속되어야 하며, 한 남자의 배우자인 여성은 그 남성과 관계가 폭력적인 문제가 있어도 여성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남성으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를 여성이 해결해야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리적이거나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이런 문제를 그냥 보고 넘기는 사회적인 경향도 문제라고 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미투 운동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여성들의 이런 주장이 무조건 편파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만약 피해를 당한 여성이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한다면 남성들이 그렇게 무관심하거나 남성 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나의 딸이 다른 남성에게 무시를 당하는 일을 참을 수 있을 만큼 무정한 아빠는 없을테니 말이다.

올바른 남성관의 정립이란 사실 꽤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도 남성들이 무의식적으로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남성들이 무조건 벽을 치지 않고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게 되어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다. 남자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남녀에 상관없이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가장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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