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좀비 육아 - 철없는 딸바보 아빠의 현실밀착형 육아 에세이
제임스 브레이크웰 지음, 최다인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아마 육아에 관련된 서적이 아닐까 싶었다. 좀비 컨셉에 맞춰서 재미있게 알려주는 육아 지도서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다. 아마 이 책의 표지만 보고 육아 서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책 소개를 찬찬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만약 이 세상이 멸망하고 좀비가 득실거린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육아를 할 것인지 가상의 상황에 대해 매우 주도면밀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 저자가 살고 있는 현실은 좀비가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정신없어 보인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렇게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 듯 하다.
좀비라는 소재가 외국에서는 꽤 인기가 있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좀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죽었으나 죽은 존재가 아니고 계속 살아 움직이는 시체라니,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만약 좀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또한 무척 흥미진진한 가상 육아 소설로 이해하고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육아에 대해 딱히 도움이 될만한 지식은 쌓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냥 이런 상황을 가정한다는 사실이 약간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온다.
독자가 이미 아이를 키운 경험이 있고, 좀비 소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다면 우화적으로 무척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다. 사실 아이를 하나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도 없고, 물론 삶의 기쁨도 있지만 어려움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어려움을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부모들이 겪고 있는 일이라고 하면 지금 나의 현실이 조금은 낫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육아에 대해서 매우 적나라하게 쓰여있는 글보다는 책 중간중간에 실려있는 단편 만화가 좀 더 흥미롭다. 미국 특유의 은유 화법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비록 현실에서 좀비는 없지만 만약 좀비가 있는 극한 상황에서 하는 육아란 어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어렵고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간다. 그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 미혼인 사람들보다는 한창 육아에 지쳐있고, 뭔가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고 싶다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뭔가 대단한 예술적 감각을 지닌 것도 아니고,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는 어이없는 농담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가끔은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