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큐레이션'에 대해서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만 이루어지는 일로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큐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이제는 양보다는 정확하고 질높은 정보가 더 우대받는 시대이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을 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2년전인데, 지금도 유효한 사회적 흐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에는 큐레이션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부터 시작해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떻게 큐레이션이 활용되고 있는지 상당히 꼼꼼하게 기술하고 있다. 다소 딱딱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워낙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제이다보니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큐레이션을 특화해서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좋은 소비재를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해당 기업의 경쟁력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큐레이션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예술 이외의 영역에서 큐레이터가 전문적인 영역을 확보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큐레이션을 하고 있고, 어떤 분야는 사람의 능력보다 컴퓨터로 분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분야에서 유명한 큐레이터들은 존재한다. 아마 큐레이션 시장도 만만치 않은 경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직접 어떤 것을 창조하지는 않지만 좋은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 특화되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책 덕분에 뭐든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주로 경제 전반에 큐레이션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이것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 대입해도 비슷한 논리가 될 것 같다.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것만 선별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비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어떤 것을 비교하고 선택하면서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 많은 선택은 오히려 삶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한 선택을 하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제대로 큐레이션 된 삶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