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피렌체 2 - 메디치가 살인사건 - 색채로망 3부작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오노 나나미의 색채 로망 3부작 시리즈 중의 2권인 이 책은 전체 시리즈 중에서 추리 소설의 성격에 가장 가까운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시작부터 왠 시체가 등장하는데, 이 시체는 피렌체에서 일어난 사건의 시작을 알려준다. 평소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이런 분위기도 꽤나 즐기는 편이다.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1편에서 나왔던 마르코 단돌로가 등장한다. 오히려 그의 중요성은 더 커진듯한 느낌이다. 

메디치가는 예술이나 역사적인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가문이다. 한 때 르네상스 시대의 부흥을 이끌었던 주인공이기도 하고, 지금도 그들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있다. 나도 세계사 시간에 한창 배웠던 내용이긴 한데, 사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으니 왠지 그 시대에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 메디치가가 어떻게 흥망성쇠를 했는지 이 한 권으로 요약된다. 물론 사건의 시발점은 세금 징수인의 죽음이었으나 그것으로 인해 많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주인공인 마르코도 이 역사적인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치적인 힘겨루기도 상당히 흥미로웠으나, 이번 권에서 특별히 더 재미있었던 점은 1권에서는 비교적 비중이 적게 다루어졌던 마르코와 올림피아의 애정 관계였다. 사회적인 제약이 없는 피렌체에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관계가 진전된다. 비록 올림피아의 신분이 낮기는 했으나, 개방적인 성향의 마르코는 개의치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올림피아를 가볍게 대한 것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두 사람의 애정관계와 더불어 피비린내 나는 정치 싸움이 더해져 아마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피렌체의 모습은 조금 차가운 느낌이다. 왠지 무척 화려한 것만 같은 도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점점 쇠퇴하고 있는 시기를 그리고 있다보니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피렌체라는 도시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약간은 그 매력이 반감된다. 그럼에도 한 때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책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흐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흐르는 반전이 있어 전체적으로 긴장감 수준은 높은 편이다. 

역사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관심갈만한 작품이다. 피렌체의 쇠퇴기와 함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마르코의 한층 성숙한 매력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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