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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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부터 시작한 여행이 일본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상당히 유명한 저자라고 해서 그가 바라본 동양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나도 여행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흘러왔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인생을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싶어서 여행을 한다. 하루 이틀만에는 그 동안 인이 박히도록 얽혀있는 나의 일상 생활을 멀리 떨어져서 보기가 어려워서 일주일에서 이주일정도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여행에서 저자는 사람의 체온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여행을 하면서 여행 초반에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 인간은 보이지 않고 여행지만 보였다. 그래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도 사람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만 쓰게 된다. 저자는 그것을 '빙점'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이 여행기를 읽을 때는 여느 여행기와 다르게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잔뜩 등장하길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사실 다른 책의 경우에는 저자가 실제로는 유곽에 갔더라도 세세하게 그런 내용까지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다르다. 그가 만났던 여자 이야기는 물론이고 사진까지 실려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천박하다거나 수준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좀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심리가 그대로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런 류의 여행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당혹감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그의 이번 여행은 어떤 면에서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인간에 대한 관심을 잃었던 자신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아무래도 어느 나라든 도시 지역에서 그의 관심은 특정 직업을 가진 여자들에게 한정된 듯 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 여행기가 쓰여진 시점이 몇십년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각 나라별로 다른 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있겠지만 인간적으로 성장해나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것도 될 수 있으니 시의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만 돌아봐도 짧은 기간의 여행은 제외하고 일주일 이상의 여행을 다녀오면 확실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때문에 여행을 이미 다녀왔지만 계속 떠나고 싶은 동기가 부여된다. 계속 여행만 한다면 또 그 여행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말 삶이 답답하고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떠나는 여행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유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여행에 대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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