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 실리콘밸리가 사랑하는 커피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8
양도영 지음 / 스리체어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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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블루보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일본 여행을 갔을 때였다. 같이 간 일행 중의 하나가 '블루보틀'이 그렇게 유명하다며, 꼭 한 번 먹어보아야 할 커피라고 해서 방문했었다, 작은 매장에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데 사람들이 가득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대기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그냥 쉬는 셈 치고 커피를 주문해서 마셨는데,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커피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깊은 커피 맛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좋은 커피를 만드는 곳이라는 이미지는 내 머릿 속에 오랫동안 남았다. 

그 후에 다시 책으로 만난 블루보틀은 조금 더 특별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사실 막연하게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카페라고 생각했던 곳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곳이었다. 매우 작은 가게로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는데, 창업자는 무엇보다 커피의 맛에 무척 까다로웠다고 한다. 로스팅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서 그만의 노하우를 찾았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정성은 무조건 빠르게 커피를 만드는 요즘의 대형 프랜차이즈와는 상당히 차별을 두고 있었다. 요즘에야 워낙 카페들이 많다보니 이런 곳도 한국에서는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데, 블루보틀이 특히 더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모든 사람들을 고객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내 취향에 맞는 몇 명의 사람만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나의 팬이 되어 준다면 어떻게든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블루보틀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 어떤 브랜드를 기획할 때도 적용 가능하고, 좀 더 확장시켜 생각해본다면 우리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나를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있어도 충분히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 블루보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사람들의 관계까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때로는 화려한 겉모습에 눈길을 빼앗길 때도 있지만,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면 대상의 본질에 집중해야한다. 그래야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쓸 수가 없다면 그것은 실패한 제품일 뿐이다. 나만의 팬을 위해서 어떤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는 브랜드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커피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블루보틀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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