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갑게 굴기
방금도 아래층에 수도세 드리러 내려갔다가 초인종 누르기 직전에 아주머니를 만났다. 배낭에 등산복에 딱 등산 다녀오신 차림이시던데 "등산 다녀오시나봐요"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좀 더 다정다감하게, 살갑게 굴면 좋았으련만 난 내가 할 말만 하고 올라와버렸다. 올라오고 나서야 생각났는데. 왜 이렇게 뒷북이야. ㅠ_ㅠ 그런 거 말고도 일상생활에서도 좀 더 사근사근하게 굴면 좋을텐데. 적응이 안 된다. 혹시 과거를 캐보면 다정다감이나 애교에 관한 트라우마 같은 게 있는 거 아닐까?? 내 방어기제가 그 일을 묻어버려서 기억이 안나는 걸지도 몰라.-_-;;
재치
살아가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적절한 대답을 해주는 순발력과 재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꼭 뒤돌아서 상황을 생각하면서 '아.. 이렇게 말할걸..'하고 후회하며 아쉬워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짜증이 나서 그냥 말한 후에 생각하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이거 안 좋은데.
적절한 때에 발현되는 꼼꼼함
우습다. 동생이 잠깐 내 자취방에서 같이 살 때, 내 동생이 가장 놀란 것은 내 쓰잘데기 없는 꼼꼼함이었다. 수건도 손과 얼굴 닦는 수건, 머리 말리는 수건, 샤워하고 몸 닦는 수건 다 구분해놓고, 그 셋은 꼭 함께 묶어놓는 것. 즉, 가나다/abc/123 식으로 세트로 걸어놓는 것. 세탁기 돌릴 때 색깔별, 종류별로 구분해서 돌리는 것. 그러나 그런 꼼꼼함이 정작 방정리로는 전혀 연결되지않고 있다.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방을 보니 조만간 뒤집어엎어야겠다. 절대 미리미리 청소 해놓지 않는 것도 문제지.
굳은 심지 (끈기?)
뭔가/누군가를 순식간에 미치듯이 좋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는 건 좋다 쳐도, 거기서 헤어나오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것. 귀도 얇아서 "~를 왜 좋아해?? …하잖아."라는 말을 들으면 "그런..가??"하고 김이 빠지는 것 같으면서 흔들린다. 물론 미친듯이 좋아하는 단계를 살짝 넘어야 영향을 받긴 하지만 그 단계를 쉽게 넘기니 쉽게 흔들리고, 결국은 안 좋아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물론 누군가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혼자 실컷 좋아하다가 혼자 시들해져서 물러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없는 것을 탐내는 법이지만, 살면서 이런 게 없다는 거, 정말 피곤하고 신경 쓰이는 일. 고칠 수 있는 것, 노력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지도록 해야겠지만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어쩌라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