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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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불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핵심적인 말은 저 말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길지 않은 생을 살면서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어떤 대상을 보고 기쁜 것도, 화가 나는 것도 외부의 사물이나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것을 보고 기쁘고, 화가 난다는 것. 법륜 스님의 책들을 읽어 보면 대부분 어떤 상황에 대해 우선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힘들고 지친 것도 결국 자신의 선택의 결과이고, 그것으로 인한 감정들도 모두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깨닫고, 돌이켜 보고 그것에서 벗어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 산이 하나 있습니다. 산 오른쪽에 사는 사람에게는 이 산이 서산(西山)이 됩니다. 그런데 산 왼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산이 동산(東山)이 됩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동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마을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다수의 의견을 통해 자신의 주관을 객관화시키고 있습니다.  -p56 

예를 들어 봅시다. 강도에게 쫓기는 꿈을 꾸는 사람은 꿈속에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울 겁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사람이 봤을 때는 저 사람이 두려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누워서 잠자고 있으니까요. 꺠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누워서 잠자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인데 잠을 자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근심 걱정할 일이 있고 두려워할 일이 있으며 괴로워할 일이 있겠습니까? 그 사람이 꿈속에서 강도에게 쫓기는 꿈을 꾸고 있다는 말은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워하는 겁니다. 이처럼 여러분이 눈을 뜨고 있어도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꿈꾸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지나간 과거의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꿈속에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중략) 즉, 불안한 심리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일어나는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이고, 괴로움이란 과거의 어떤 기억 속에 사로잡혔을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현재에 깨어 있다는 것은 꿈에서 깨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깨어 있다는 것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p121~122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학교를 다니고,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자식을 낳고, 행복하기 위해서 사업을 하고 직장에 다니는데, 학교생활이 괴롭고, 직장생활이 괴롭고, 사업하는 게 괴롭고, 결혼생활이 괴롭고, 자식 때문에 괴롭습니다. 하지만 내 행복과 불행은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도 내가 만들고, 불행도 내가 만듭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지금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자기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삶으로, 내면의 평화뿐만 아니라 남으로부터 당당한 삶으로, 세상에 굴림을 당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굴리는 삶으로, 세상에 물드는 삶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정화하는 삶으로,...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자리에서 자유롭고 행복하십시오.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말. 참 쉽지만 또한 어려운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서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충실하여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 마음의 동요를 떨쳐버릴 수 있도록 수행하라는 스님의 말씀이 내내 마음 속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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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 - 첫 번째 찌아찌아 한글 교사의 아주 특별한 일 년
정덕영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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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소수 부족 찌아찌아족에게는 입말만 있고 그 입말을 전할 글말이 없다고 한다.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후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찌아찌아족은 자신들의 입말을 기록할 글자를 찾다가 '한글'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국립국어교육원에서는 인도네시아로 교사를 파견하고 '한글'을 가르치게 된다.  

이책은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1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한 정덕영씨의 이야기이다. 국어교사이다 보니 한글이 어떻게 찌아찌아 족에게 사용되고 있는지, 교육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고, 그 교육으로 인한 효과나 우리나라와의 연관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어적 특성, 입말과 글말의 결합, 교육 방법 등에 대한 내용보다는 정덕영씨가 인도네시아에서 교사로 생활한 일상이 소소하게 그려진 에세이었다.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바랬기에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생활이나 한글을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짓게 하기 충분했다.  

한글이 다른 민족의 입말을 기록하기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좀 더 구체적인 자료나 그 과정이 제시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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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풍경 - 삐딱한 교사 조영선의 솔직한 학교 이야기
조영선 지음 / 교양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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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된다는 기쁨도 잠시. 현장에서 교사로서 생활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점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30명 이상의 아이들의 담임이 된다면 더더욱. 수업에 몰두하고 아이들과 진정으로 대화하기는 정말 힘들다. 공문서 처리에 아이들과 관련된 각종 가정통신문, 이런저런 서류 수거, 자료 조사, 학생 선발 등에서 교사는 잔일 챙기랴, 수업 준비하랴 정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이런 건 어쩜 사소한 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교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학생들의 무력감이기 때문이다. 수업에는 관심없고, 있기도 싫은 공간에서 억지로 버틴다는 생각으로 종일 잠만 자는 아이들과,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가듯 그렇게 휩쓸려 자신의 귀한 시간을 소비하는 아이들 말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두고 개별적인 아이들에게 상황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면 안될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상위권만 살아 남는 이 잔인한 사회가 그 아이들의 삶의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이건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부당하다 생각하면서도 꾸역꾸역 그 체제를 견디고, 유지하는 아이들, 교사들, 학부모들, 사회까지...외부에서 보이는 학교의 풍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 내부 안에서 보는 학교의 풍경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력감 자체다.   

이 책은 그러한 학교의 풍경에 대해 날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현장의 교사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나 학교에서 교사로 생활하고 있는 내가 느끼는 어떤 무력감, 부당함 등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전국적으로 만연한 상태임을, 그리고 막연한 희망을 이야기 해서는 안됨을 이 책을 통해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순히 그 풍경을 이야기 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절망임을 인정하고, 그 절망에서 다시 시작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특히 학교 현장 안에서 교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아이들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권위적인 관계의 벽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만나야 함을. 친구로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 한다. 또한 교사가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올바르다 생각하는 것에 대한 실천과 행동이 덧붙여 질 때 아이들은 그 교사의 행동을 보고 또 다른 배움을 얻게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또한 거대한 무력감에 맞서는 방법도 이러한 작은 행동에서 시작됨을 이야기 한다.

교사는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을 말 할 수 없다. 그 경험이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자신이 배워온 방식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가르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책에 나온 이 구절이 그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깊은 절망에서 나는 시작해야 한다. 학교 안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입시 현실에서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묻어가려고 하며 내 맘을 편하게 해주면 안 된다. 입시라는 게임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이 이 세상의 절망을 견디고 맞설 수 있도록 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당당하게 패배하는 방법, 자존심을 지키면서 배제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어차피 모두가 성공할 수 없고 누군가는 패배하고 배제되어애 한다면 당당할 수 있는 마음자리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변명이든 아니든, 아마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이제까지 당연히 여겨온 것도 잘못이라고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스스로 잘못이라고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잘못으로 인한 죄책감이 자존감을 지우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싫은 사람을 견디는 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아무리 싫어도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나갈 권리가 있음을. 누구도 그 사람의 단점을 폭력으로 고칠 권리가 없음을. 그 단점 때문에 가장 괴로운 사람은 자신임을. 그러므로 우리가 그를 사랑할 수는 없더라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함께 속한 사회에서 누려야 할 것들을 그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든 것을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을 잘 지켜보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에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손 내밀 수 있는 곳에 내가 있음을. 너희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해결은 못해주더라도 같이 쩔쩔매줄 수 있음을. 너희가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할 때 대신 싸우지는 못해도 너희가 싸우는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음을. 아니면 맞서 싸우기까지는 못해도 함께 소심한 복수를 해줄 수는 있음을. 그러고 나서 같이 웃으면서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그런 '돈 잘쓰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    -p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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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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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종종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아이들은 책 속의 딱딱한 이야기보다 내가 직접 경험한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가끔은 과장되기도 한 그 이야기들을 통해 아이들은 또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다. 내 경험 이야기가 부족하다 싶을 땐 내가 읽은 책 속의 이야기를 종종 해주는데 그때 간혹 언급했던 이야기가 박경철씨가 쓴 '시골의사의 행복한 동행' 속에 등장하는 것들이었다. 그 책엔 의사로서 지내면서 직접 만난 사람들, 경험들, 느낌들이 잘 드러나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종종 이야기해주었고, 학급문고로 비치해두기도 했었다. 

그 후에 그가 쓴 책들은 읽어보지 않았다. '시골의사'라는 그의 별명과 달리 그는 경제쪽과 관련된 일들을 많이 하고, 그와 관련된 책들도 썼다. 이번 '자기혁명'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접점을 이루는 '경제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것 때문에 나름대로 공부하고 그 결과로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나는 왠지 '시골의사'라는 그의 별명과 그의 첫 책의 느낌이 계속 이어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그가 안철수와 더불어 '청춘콘서트'를 열면서 전국의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나름대로 느낀점을 책으로 써냈다고 한다. 나는 트위터를 통해 이 책의 '에필로그'를 접하게 되었다. 그 에필로그만을 읽고 바로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내 마음에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서술은 강한 인상을 남겼기 떄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 같다. 그간의 책들도 그렇고,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의 제목도 그렇고...  

어쨌든 예약구매까지 하면서 읽은 책의 내용은 '한 번 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블로그를 통해서 독서력이나 사유의 깊이, 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책에는 그간 쌓아온 그의 내공을 앞으로 사회에 나올 학생들에게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책의 내용들, 인용구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잘 풀어썼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공부한 방법이나 나쁜 습관을 떨쳐버린 후 생활의 변화 등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개인적인 이야기도 작은 소품으로 느껴진다.  

전작 '행복한 동행'이 날것으로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하고, 느끼고, 감동하게 했다면 이번 책은 잘 다듬어진 이야기를 내밀어 독자들로 하여금 훈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에게 건내는 하나의 조언이라면 이런 훈계가 좋을 것 같지만 왠지 자신처럼 살지 않는 나같은(?)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왠지 불편함이 느껴진다. 한시라도 열심히 살지 못하는 자책감인가?  

책의 내용은 좋지만, 그가 말한 고전처럼 꼭꼭 씹어서 물이 될 때까지 읽어 소화시키는 책이라기 보다는 한 번쯤 읽고 자신의 삶의 방향이나 태도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혁명성은 안주하려는 인간의 속성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것들에 대해 자신이 사무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서슴없이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것, 새로운 사람,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것을 타파하는 행동이 바로 혁명성이며, 그것을 행한 결과가 바로 혁명이다.  -p158~159  

누구에게든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걸어가다가 주저앉는 자리가 바로 한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한계는 내가 걸어가다가 쓰러지는 바로 그 자리인 셈이다.  -p160  

지금까지의 내가 바로 내일의 나다. 어제와 오늘의 결과가 바로 내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내일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꿈꾼다면 당장 달라져야 할 것은 바로 오늘이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역사이고 내일은 미래이며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Deux ex Machina가 아닌 'carpe diem(바로 이순간)'인 것이다.   -p22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유'란 맥락화된 생각을 가리킨다. -p287 

세상의 모든 슬로건은 콤플렉스의 반영이다. 어떤 이가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외친다면 그의 최대 약점이 바로 그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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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십대의 탄생 - 소녀는 인문학을 읽는다 다른 탄생 시리즈 1
김해완 지음 / 그린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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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 - 앎과 자유에 대한 갈증 

그렇다면 가르침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선생은 학생에게 지식을 주입하거나 학생의 삶에 대해 명령하고 개입할 수 없다. 

진정한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그의 곁에서 스스로 배울 뿐이다. 태양은 누구에게도 자기 빛을 주지 않는다. 다만 만물이 그 빛을 받아 스스로 자라 갈 뿐이다. (버리고 행복하라. 31쪽) 

 태양은 존재할 뿐이고 해바라기도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해바라기는 태양과 여름 내 함께 지내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진정한 선생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앎에 대한 갈증을 유발한다. 학생은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경험하며 절로 배움을 갈구하게 된다. 갈증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선생의 '존재 자체'이다.  따라서 선생은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끝없이 배우고자 하는 자기 삶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선생이 반드시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거나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에 종사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자라도 괜찮다. 끊임없이 자기 삶에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또한 학생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자신의 삶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배움과 노동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역량이 된다면 그는 분명 '가르칠' 수 있다. 선생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농사라면 농사, 글쓰기라면 글쓰기 등 선생에게는 걸려 넘어지고 또 질문을 얻는 구체적인 삶과 배움의 현장이 있어야 한다.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에만 누군가 빛을 받는 태양이 될 수 있다.  -P152~153 

꿈은 미래에 쟁취해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말해 주는 좌표다. 꿈을 꾼다는 것은 현재를 '이렇게 살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내 몸을 움직이는 순간, 현재는 꿈에 의해 움직이고 변한다. 따라서 꿈이 영향을 주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그 순간에는 '되기'와 '하기'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가령, 존경해 마지않는 어떤 작가처럼 되고 싶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다. 또 열심히 글을 쓰다 보니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 글을 쓰는 상태, 글을 쓰는 순간만 존재한다.    -p160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반 배정이 끝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의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른 채 반 분위기를 서로서로 파악해가며 조용히 지내고 있던 3월 초. 담임 선생님이 조례 때 한 아이가 자퇴 한다고 말씀하시더니 그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시켰다. 그 친구는 자신은 영화를 만들고 싶고, 영화인이 되는데 지금의 학교 공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자퇴를 한다고 했다. 잘 모르는 아이지만 '자퇴'라는 말의 무게는 그때의 나에겐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자퇴'는 사고치는 아이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영화인'이 되기 위해 자퇴를 한다니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때 나는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서 모의 고사 성적만 잘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 아이가 자퇴하고 난 뒤에도 나는 '자퇴' 자체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사회의 통념과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 밑바탕이 되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퇴'를 감행하면서 까지 내가 이루고 싶다는 것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이 책을 쓴 김해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한다. 자퇴 후 생활비를 위해 시급 4,110원을 받고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수유 너머 연구실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사유 덕분에 김해완은 일반 학생들과 다른 길을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며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여 자신만의 생각과 말을 갖추게 되었다. 그녀에게 사회의 통념이나 편견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고, 스스로 독립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당당하게 그녀의 삶을 스스로 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갖혀 있던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자퇴할 용기도 없고, 그것을 이해해주고 뒷받침 해줄 부모님도 없으며 더더욱 자퇴까지 해가면서 이루고픈 꿈이 없던 어린 나와 지금의 내 아이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그리고 그것을 이해해주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김해완의 삶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김해완이 아닌 다른 아이들의 삶이 안타까웠다. 그녀처럼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나이지만 깊이있는 독서와 다양한 경험, 그리고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만들어진 김해완의 이야기는 서른이 넘은 나에게도 참 많은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삶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의 삶,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아이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많은 김해완이 나타나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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