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 청소년들아, 연암을 만나자 만남 1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홍영우 그림 / 보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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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중 '열하일기' 부분을 읽다가 문득 열하일기를 읽고 싶어져서 

가지고 있던 열하일기를 다 꺼내어 읽었다.

물론 저것들 모두를 읽은 것이 아니라 가볍게 이번에 보리에서 나온 만남 시리즈중 1권으로 나온

'청소년들아, 연암을 만나자 열하일기' 부터.

한 권짜리 열하일기에다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라 가볍게 훑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먼저 손에 잡았다.

이 책은 보리에서 나온 겨레고전문학선집의 (사진 맨 아래 책) 열하일기를 발췌 편집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고, 중요한 부분들만 실려있다.


읽다기 비교해보고 싶거나 생략되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은 고미숙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와 김혈조가 옮긴 돌베게판 '열하일기'를 참고해서 비교해가며 읽었다. 

많은 부분을 비교해보지 않았지만 부분 부분 비교해보니 차이가 있었다. 

보리판이나 청소년용으로 나온 열하일기는 북한의 학자가 옮기다 보니 순 우리말을 살려 쓰려고 많이 노력하였고,

다른 두 책은 한자어를 그대로 살려 쓴 부분이 많았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글 중에 하나가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중 박지원이 이치를 알았다는 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마음이 고요한 사람으로 번역 된 것이 고미숙의 책에서는 '명심(冥心)이 있는 사람'으로 번역 된 것이었다.

명심은 깊고 지극한 마음으로 번역되는 것으로 중요한 개념이라 생각되는데 

그냥 한글 풀이 한 것도 자연스럽고 나쁘지 않았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 자세한 내용이 나타나지 않지만 그래도 박지원의 호방함, 

나름의 위트, 낯선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려 이야기 나누는 소탈함. 

그리고 글 군데군데 드러나는 그만의 깊은 생각들을 만나기엔 나쁘지 않다.


이 책을 계기로 해서 고미숙 역도, 김혈조 역도, 그리고 가장 두꺼운 리상호 역도 읽으려고 한다.

20대 때,연암과 이덕무, 홍대용, 박제가 등의 백탑파에 빠져서 여러글을 읽었더랬다.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선비처럼 생각하고 살고 싶다고 참 많이 다짐하고 생각했었는데

글 읽고 시간이 흘러 그 마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글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듯 하다.

연암의 글을 읽으며 한때 벼렸던 내 안의 칼을 다시금 벼려본다.


삶은 때론 칼날 위에 설 필요도 있으니까.


청소년들이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열하일기 다 읽었다 생각말고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연암의 문장이 가진 맛과 멋과 힘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길 바란다. 

"이것이 질투심이로구나."
나는 본디 성질이 담박하여 부럽다는 걸 모르고 질투나 시기가 없었다. 그런데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안에 겨우 발을 들여놓았을 뿐, 아직 만분의 일도 못 보았는데 벌써 이런 그릇된 생각을 하다니 왜일까? 아직 본 것이 적은 탓이다. 이른바 시방세계를 둘러본다는 석가여래의 밝은 눈으로 보면 세계는 모두 평등하다고 한다. 만사가 평등하면 질투도 없을 것이 아닌가? -p26

옳다! 이렇게 하고 난 뒤에야 `이용(利用)`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후생(厚生)`이 될 것이요, 후생이 있은 뒤에애 그 질서(正德)를 바로잡을 것이다, 물건을 이롭게 쓸 줄 모르고는 생활을 넉넉하게 할 수 없는 법이다. 생활이 넉넉하지 않고서야 어찌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겠는가? -p30

칠정 일곱 가지가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 모르고 있지. 한껏 기쁘면 울 수 있고, 한껏 골이 나면 울 수 있고, 한껏 즐거우면 울 수 있고, 한껏 사랑하면 울 수 있고, 한껏 미우면 울 수 있고, 한껏 욕심이 사무치렴 울 수 있으니, 맺힌 감정을 한 번 활짝 푸는 데는 소리쳐 우는 것 만큼 빠른 방법이 없네.
-p48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
물소리란 듣기에 달린 것이다. - 나는 오늘에애 이치를 알았다.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귀와 눈이 탈이 될 턱이 없으나, 귀와 눈으로만 믿는 자는 보고 듣는 힘이 밝아져서 더욱 병이 되는 것이다.
- 소리와 빛깔은 내 마음 밖에 있는 외물이다, 이는 언제나 귀와 눈에 탈이 되어 이렇게도 사람들이 똑바로 보고 듣는 힘을 잃도록 만든다. 더구나 사람이 한세상 살아가는 데 그 험하고 위태함이야 강물보다 더한 지라 보고 듣는 것이 번번이 병이 될 것이 아닌가?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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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 2020-03-09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 가는 대목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