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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풍경 - 삐딱한 교사 조영선의 솔직한 학교 이야기
조영선 지음 / 교양인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교사가 된다는 기쁨도 잠시. 현장에서 교사로서 생활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점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30명 이상의 아이들의 담임이 된다면 더더욱. 수업에 몰두하고 아이들과 진정으로 대화하기는 정말 힘들다. 공문서 처리에 아이들과 관련된 각종 가정통신문, 이런저런 서류 수거, 자료 조사, 학생 선발 등에서 교사는 잔일 챙기랴, 수업 준비하랴 정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이런 건 어쩜 사소한 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교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학생들의 무력감이기 때문이다. 수업에는 관심없고, 있기도 싫은 공간에서 억지로 버틴다는 생각으로 종일 잠만 자는 아이들과,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가듯 그렇게 휩쓸려 자신의 귀한 시간을 소비하는 아이들 말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두고 개별적인 아이들에게 상황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면 안될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상위권만 살아 남는 이 잔인한 사회가 그 아이들의 삶의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이건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부당하다 생각하면서도 꾸역꾸역 그 체제를 견디고, 유지하는 아이들, 교사들, 학부모들, 사회까지...외부에서 보이는 학교의 풍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 내부 안에서 보는 학교의 풍경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력감 자체다.
이 책은 그러한 학교의 풍경에 대해 날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현장의 교사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나 학교에서 교사로 생활하고 있는 내가 느끼는 어떤 무력감, 부당함 등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전국적으로 만연한 상태임을, 그리고 막연한 희망을 이야기 해서는 안됨을 이 책을 통해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순히 그 풍경을 이야기 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절망임을 인정하고, 그 절망에서 다시 시작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특히 학교 현장 안에서 교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아이들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권위적인 관계의 벽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만나야 함을. 친구로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 한다. 또한 교사가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올바르다 생각하는 것에 대한 실천과 행동이 덧붙여 질 때 아이들은 그 교사의 행동을 보고 또 다른 배움을 얻게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또한 거대한 무력감에 맞서는 방법도 이러한 작은 행동에서 시작됨을 이야기 한다.
교사는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을 말 할 수 없다. 그 경험이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자신이 배워온 방식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가르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책에 나온 이 구절이 그 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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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깊은 절망에서 나는 시작해야 한다. 학교 안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입시 현실에서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묻어가려고 하며 내 맘을 편하게 해주면 안 된다. 입시라는 게임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이 이 세상의 절망을 견디고 맞설 수 있도록 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당당하게 패배하는 방법, 자존심을 지키면서 배제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어차피 모두가 성공할 수 없고 누군가는 패배하고 배제되어애 한다면 당당할 수 있는 마음자리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변명이든 아니든, 아마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이제까지 당연히 여겨온 것도 잘못이라고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스스로 잘못이라고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잘못으로 인한 죄책감이 자존감을 지우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싫은 사람을 견디는 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아무리 싫어도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나갈 권리가 있음을. 누구도 그 사람의 단점을 폭력으로 고칠 권리가 없음을. 그 단점 때문에 가장 괴로운 사람은 자신임을. 그러므로 우리가 그를 사랑할 수는 없더라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함께 속한 사회에서 누려야 할 것들을 그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든 것을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을 잘 지켜보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에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손 내밀 수 있는 곳에 내가 있음을. 너희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해결은 못해주더라도 같이 쩔쩔매줄 수 있음을. 너희가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할 때 대신 싸우지는 못해도 너희가 싸우는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음을. 아니면 맞서 싸우기까지는 못해도 함께 소심한 복수를 해줄 수는 있음을. 그러고 나서 같이 웃으면서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그런 '돈 잘쓰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 -p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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