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면음식을 우격다짐으로 구겨넣다 보면 꼭 주기적으로 위염이 온다. 고객 상대하는 일을 그만두면
나는 더이상 카페인으로 나를 각성시킬 필요가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는
시시각각 튀어 나오니 나의 위는 낭패일 수밖에. 담배를 못피워서 비행기를 못탄다는 예전 팀장님 얘기를
이제 나는 진실로 이해할 수 있다. 커피가 없는 하루를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있으니 두돌 딸내미가 묻는다.
"엄마, 아퍼?", "마니 아퍼?" 그리고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신이 난 눈치다. 아프다는 것의 의미는 알지만
타인의 고통을 동감해 주지는 못하는 시기인 건지, 아니면 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추워?", "어불(이불) 더퍼." 그리고는 돌아나간다.
드문드문 정말 뜬금없이 "아빠, 머찌다!"를 되뇌이기도 한다. 아빠가 출근할 때 모직 코트를 걸치고 현관에 나서면
딸내미는 감탄을 보낸다. "우와! 아빠 머찌다!" 살이 쩌서 나날이 성인 곰돌이가 되어가는 아빠가
멋지면 또 얼마나 멋지겠는가.
정말 신기하다. 프로이트의 구강기, 항문기 같은 도식을 그닥 동감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생식기(3~5세)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눈으로 보게 되니(비약일 수도 있지만) 거참 신통하다. 아이는 만 두 돌을 넘어가면서
정말 아빠가 너무 멋지다고 극찬을 해댄다. 연애시절 나에게도 못들었던 찬사를 휘감고 다니는 푸우님께서는
몸둘 바를 모르는 눈치다.
엄마는 이런 파스타까지 준비하여 너를 기쁘게 해 주려고 하는데 너는 아빠만 멋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