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지금 내 몸에 하는 건 십 년 뒤에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어."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그녀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오 년 전에 한 이야기다. 난 당시 지독하게 진한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서너 잔 우습게 들이붓고 있는 중이었다. 속은 아주 가끔 쓰렸지만 받아주니 나는 개의치 않고 매일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 각성의 느낌이, 하루에 여러 번 아침을 맞는 느낌이 좋았다. 나는 내 몸에 불친절했다.
그로부터 십 년도 흐르지 않았는데 그녀의 말처럼 나는 역습을 맞고 있다. 이젠 라떼 한 잔도 속이 쓰려 아껴 먹는다. 그렇다고 내 젊은 날들을 몸에 좋은 것만 하며 수도자처럼 살았다면 절제와 관리와 중용의 길을 걸었다면 나는 후회하지 않았을까. 좀 낭비하고 실수하고 무절제하고 그러기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리화해본다.
자기 관리가 미덕인 시대, 새벽에 일어나 모닝페이퍼를 쓰고 샐러드를 먹고 홈트를 하는 젊은이들의 브이로그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박상영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매일 진다. 무엇에? 야식에. 배달음식에. 이런 실패와 자기 관리의 좌절의 이야기는 낯설다. 낯선데 너무 공감이 가서 계속 맞아, 맞아 하며 읽게 된다. 우리는 진다. 때로 지며 살아 나간다. 살아왔다. 하루키처럼 매일 달리고 두부만 먹고 해야 할 일만 하며 그렇게 잘 살면 좋겠지만 매일 실망하고 넘어지고 낭비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온다. 그것도 삶이다. 오늘 아침에는 커피를 안 마시기로 했는데 마셔 버리고 쓰는 페이퍼다.
그의 신간이 나왔다...
때로 단순하고 덜 복잡하게 무념무상으로 이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다. 그런 면에서 제목과 표지가 좋다. 여전히 밤에는 야식을 먹고 배가 부른 채로 잠드는지 위염과 역류성식도염은 요즘 좀 어떤지 궁금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