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 영아가 날마다 새로운 말을 마구 쏟아내고
(앰뷸란스가 지나가니 “와우와우”
어? 우리는 당연히 “삐용삐용” 하는데......
“서억서억” 소리를 내며 스프레이를 흔들고.......)
용변 가리기, W자 자세를 아빠 다리로 고쳐앉기, 한 번만 말하기 등으로 나름의 스트레스가 늘어갈 무렵 딸이 읽어 보라고 건네준 책이다.
소비자 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저자가 아파트촌 수지에 도서관(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을 개장하여 어린이들이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자하는 노력과 도서관을 드나들며 습관들여지는 사회에서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자아를 찾아가며 커가는 아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젊은 엄마들이 과연 “교육”, “훈련” 등의 틀을 벗어나, 혹은 뒷바라지라는 이름으로 동분서주하는 또래 엄마들의 현실 속에서 자유롭게 풀어주고 스스로 하기까지 기다려 줄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나는 그렇게 대범하지도 못했고,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목표를 이루어낼 만큼 야무진 엄마 노릇도 못한 채 어느새 그런 전쟁터에 들어서는 자식을 보는 나이가 되었다.
내 딸이 이 책을 읽으며 치열하게 자식을 키워볼 자신감과 느슨하게 배짱 부려볼 용기 사이에서 불안했을 마음을 가늠해보자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다면 할머니가 저자가 권하는 이탈을 한 부모 노릇의 몫을 감당해주리라.
내년 두돌이 지나면 (물론 둘째 손녀딸 윤아에게도, 형편이 된다면 아들의 자식에게도)
매스컴의 말대로 내년 1월, 2월 백신의 효과로 신종플루가 누그러지면 문고 출입을 같이 해보리라. 책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들추는지. 왜들 그러는지.
영아의 소견으로 책도 고르게 해주리라.
고궁 나들이, 등산 등 이색적인 놀이, 어리광과 떼쓰기가 통하는 외갓집, 다 크도록 업히는 비밀스런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리라.
소나기 같은 사랑을 퍼붓는 할머니가 되어보리라.
내가 다 주지 못했던 애정을, 대신 그 자식들에게 곱절로 안겨주리라.
내 딸이 책을 건네준 보람을 느끼게 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