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준비 한답시고 하루 종일 딴 짓만 했다.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그걸 미루느라고 정작 딴 짓은 또 얼마나 체계적으로 하는지! 일어나서 우유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고 준비하는 척 하다가 와플 만들어 먹는데 오후 시간을 다 썼다. (8개 나온다고 하는 믹스 뒷편 지시에 맞춰 만들었는데 6개밖에 안 나와서 냉장고에 비축하기는 고사하고 삼돌이랑 다 먹어치워버렸다.)
그리고나서는 양파즙을 갈아서 고기를 썰어 재우고 (어제 장을 봐와서 엉뚱한 정성이 뻗쳤다), 어제 올린 음식 사진에서 칭찬받은 반딱이는 가스렌지를 유지하기 위해 열나 렌지 표면을 닦았다.
닦고 나서 역시 면접 준비 좀 하는가 하다가, 진도는 안 나가고 배는 고파서, 오만가지 야채를 꺼내서 썰고 볶고.
우리는 장 봐오면 하루 이틀 이렇게 폼나게 먹고 그 다음 1~2주는 거지처럼 먹는 게 루틴이다.
보기엔 그럴 듯한 저녁을 만들었으나, 맛은 정말 실패였다. ㅠ.ㅠ
모처럼 고기 볶는다고 난리를 쳤는데 저녁식사가 어이없게 끝나니 (덕분에 해리만 포식) 기분이 상해 뭔가 성공이 보장되는 걸 만들어야만 보상이 될 것 같았다.
결국 마들렌느 굽기에 착수. 이건 문제 없이 성공했다. 설탕과 버터만 많이 넣으면 맛도 보장된다.
(모양도 뭐 저 정도면 중급은 되지 않으려나요? 설탕 파우더 가루를 뿌리면 프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참았다.)
그런데 면접 준비는 또 안 해서, 그러느라고 하루가 다 갔지 뭔가.
면접 준비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걸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하루 종일 오만가지 요리를 다 하고 과자까지 구웠단 말인가? (과자가 있으니까 물론 좋기는 하다마는.)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렇게 하루 종일 도망을 다닌 걸까?
이빨 닦기 전에 과자 하나 먹으며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