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
부뢰 외 지음, 유영하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책에서인가, 쇼팽의 녹턴을 들을 때는 후쫑의 것을 들으라고 권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후쫑은 중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폴란드로 유학을 가 피아노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본국에서 우익으로 몰리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면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영국으로 망명을 했고, 그의 부모는 집안에서 장개석의 사진이 한 장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홍위병들에게 몰리자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결을 했다고 한다.
돌아갈 수 없는 조국, 다시는 볼 수 없는 부모 형제... 이런 상황들이 쇼팽과 그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듯, 후쫑의 쇼팽 연주는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그가 연주하는 녹턴을 듣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졌지만 내 실력으로는 찾기가 힘들다. 그냥 그렇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날, 광주에 사는 큰언니가 메일로 책을 한 권 권했다.
[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다.
원제는 傅雷家書. 부뢰 집안의 편지쯤으로 해석이 될라나 모르겠다. 미술사를 전공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부뢰(傅雷) 부부가 외국에 유학 가 있는 아들, 피아니스트 부총(傅聰)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부뢰는 장남 부총에게 음악적인 재능이 발견되자마자 즉시 초등학교를 중퇴시킨 후, 영어 수학은 가정교사에게, 제자백가, 좌전, 사기 등은 직접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에 일고여덟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하게 했다고 한다.
피아노유학을 떠난 후에는 편지를 통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었다. 그 편지들의 모음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속의 아버지는 시종일관 반듯하다.

나는 내 일생 중 어느 시기에도, 심지어 연애를 가장 열렬히 했을 때에도 학문을 잊지 않았다. 학문, 예술이 첫째고, 진리가 첫째며 애정은 둘째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나의 원칙이다.

이런 식의 학문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들,

너에게는 원래 두 가지 버릇이 있다. 하나는 남의 집에 갔을 때 방에 들어가 외투는 벗어도 목도리는 그냥 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늘 손을 윗옷 주머니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다 서양 예절에는 맞지 않는다...(중략)... 선생님이나 윗사람에게 이야기할 땐 "손을 바로 드리우고 몸을 꼿꼿이 세워야 한다". 이런 예절이 습관이 되면 평생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자세에 관한 이야기들,

편지 봉투에 글씨를 너무 크게 쓰지 말아라. 표면 전체를 다 차지했더구나. 두 통의 편지 중 한 통은 길 이름 일부를 우표가 가렸고 한 통은 내 이름 한쪽을 덮어버렸다. 편지 봉투에 우표 붙일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지 않느냐? 내가 너에게 쓴 편지 봉투를 잘 보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등의 사소한(이렇게 말하면 부뢰가 벼락을 내리겠지만) 것들까지 시종일관 부뢰는, 우리 식의 표현으로 하자면 선비, 서양 식의 말로 표현하자면 젠틀맨이다.

피아노 연습을 어떻게 하라는 것부터, 스승을 대할 때의 자세, 스승을 바꾸고 싶을 때의 방법, 러시아어나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울 때의 공부방법 등 하나하나 옆에 놓고 삶의 교본으로 삼아야 할 말들이 엮여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부총이 되어 숨이 막힌다. 요즘 나의 관심은 육아와 교육이니, 당연히 아버지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려는 아버지의 부성에 경의를 표해야 하지만, 난데없이 숨이 막힌다.

나도 이런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대학 4학년 때, 아버지는 영국으로 1년 동안 공부를 하러 가셨고 엄마는 아버지를 따라가셨다. 함께 가서 나도 어학연수라도 하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셨던 부모님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셨고, 나 역시 소심한 성격 탓에 부모님을 조르지 못했다.

막상 영국에 도착하시자 부모님은 내내 두고 온 막내가 걸리셨던 모양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하숙집에는 봉함우편이 한통씩 꼬박꼬박 배달되었다. 반듯하고 깨알같은 글씨로 쓰인 엄마의 편지였다.
처음에는 눈물을 삼키며 봉투를 뜯었다. 그런데 편지 내용은 늘 이런 것이었다.

사랑하는 막내에게!
이번 여행 중에 영국의 이곳 저곳에서 한국 학생들을 더러 만나게 되었다. 그때마다 네가 더욱 그리워지더구나. 방학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냈다고 생각되느냐?
대학생활의 마지막 방학인데 네 뜻만큼 효과도 컸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이제 마무리 잘 하고, 후학기에도 유종의 미를 구둘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밝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아줌마랑 네 방 언니에게 안부 전하기 바란다. 엄마가.

**에게!
캠브리지에도 단풍이 곱고 낙엽도 쌓이는 것을 볼 수 있구나. 그러나 여름 내내 시들어 있던 잔디는 이제야 제철을 만난 듯 싱싱하게 돋아나고 있어서 영국의 특징을 볼 수 있는 좋은 예인 듯하다.
요즘 시험공부가 바쁜 모양이구나. 곁에서 누가 뭐라 하든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공부하기 바란다.
한 번 가버린 학창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곳 캠브리지 칼리지에서 이번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교수 발령을 받은 젊은이도 그동안 함께 공부하는 한국인들을 전혀 만나지 않고 외롭게 공부에만 전념한 결과의 영광이라고 한다. 열심히 하기 바란다. 특히 건강에 조심해라. 안녕! 엄마가.

엽서라서 이 정도였지만, 봉함우편에 든 편지들은 최소한 이 다섯 배쯤의 길이. 칼같이 배달되는 월요일의 편지에는 늘 이런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수해가 나서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 가슴 아파하는 것은 옳지만 흔들리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하셨고, 먼저 취직된 친구가 부럽다고 하면 또 부러워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염려하신다는 내용이었다.
내 편지 한 마디 한 마디를 음미하시고 그에 대한 답을 보내시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답장을 하는 것이 겁이 나서 안 하면, 자식의 도리에 대해서 얘기하셨고, 아예 공부에 대해 안 쓰는 날에는 요즘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답장이 왔다. 숨이 막혔었다.

이 책을 읽고, 갑자기 엄마의 편지들이 생각이 났다. 결혼하고 여덟 번이나 이사를 하느라 많이 없어져버렸다.
다시 꺼내 읽었더니 왜일까? 이제야 눈물이 난다. 이제야 가슴에 사무치고, 이제야 그때 열심히 살지 못했던 것을, 그때 치열하게 살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때 내가 답답했던 것은 엄마의 편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갖지 못하고 있던 비전 때문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늘 반듯하고, 늘 곧았던 엄마를 보고 자랐는데, 어쩌면 늘 말만 앞세우고 늘 신경질이나 내던 엄마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밑줄도 긋고, 다시 한 번 나의 몸가짐을 반듯하게 해 본다.
부뢰 부부는 중국의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의 비판이 옳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살을 했다고 한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반듯하다.

반듯하게 살고 싶다. 부뢰처럼, 엄마처럼...

아, 부총이 바로 후쫑이었다. 쇼팽의 곡을 어느 누구보다더 잘 친다는 그 후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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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2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제야 읽습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내 별자리는 양자리다.

누군가 올려주셨던 글을 보니, 재수 없기로 왕재수인 별자리다. 잘난 척, 착한 척은 혼자 다 하고, 늘 피해자인 척한다는... 음... 사실이다.

오늘 아침, 지하철역으로 기차표를 끊으러 갔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는데, 뭐가 문젠지 카드결제가 잘 안되서, 직접 간 것이었다.

그런데 카드결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자꾸 에러가 나는 것이다. 역무원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비밀번호가 맞느냐고 묻는다. 뭐 내 사진까지 떡 붙어있는 포토카드라(물론 처녀시절의 사진이지만) 훔친 카드는 아닌 것 같은데, 비밀번호가 틀렸단다.

이 여자가 날 뭘로 보나, 내가 내 카드 비밀번호도 잊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가, 지네 시스템이 문제란 소리는 하기 싫어서... 증말 새벽부터 왕짜증이야, 이러니까 고속철도가 욕을 먹지, @#$%^&%#$

속으로 무지하게 궁시렁대면서 관두라고 왔다. 겉으로야 싫은 소리 안했지만 내 표정에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집에 오다 갑자기 생각났다.

난, 비밀번호를 누른 게 아니라 전화번호를 눌렀던 것이다!

게다가 나 스스로를 과신한 나머지 다시 생각해보지도 않고, 내가 틀렸을 리가 없다고, 당연히 그쪽 시스템이 잘못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정말 왕재수 아닌가!)

다시 돌아가서 끊을 수는 없었다. 그 역무원이 얼마나 나를 비웃을지 생각해 보니, 도저히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역무원 없을 때 다시 가기로 했다.

나 아직 삼심대 중반인데...

설마 이렇게 이른 시기에 오는 치매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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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5-3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수도 있죠..편하게 생각하자구요...
그런데 심각하긴 하네^^

호랑녀 2004-06-0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울 언니가, 넌 마흔도 안돼서 그러니? 라고 하더군요...
기차표, 결국 그냥 인터넷으로 끊었습니다. ^^

다연엉가 2004-06-09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유^^호랑녀님... 저는 맨날 남편이 니가 아이들 안 잃어버리는 것이 용하다고 놀려댑니다. 저한테 위로받으세요.^^^^

호랑녀 2004-06-0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책울님... 그런데 위로받기보다는 함께 슬퍼집니다 ^^
 

며칠째, 3학년이나 된 큰놈이 계속 뭔가를 찾지 못한 채 버벅댄다.

미술준비물, 자, 투명종이, 수영모자, 영어책...

나한테 욕을 먹어가면서 묻는 게 이 정도니, 대충 그냥 지나가버릴 학교준비물들은 또 얼마나 많을꼬.

오늘 아침, 우연히 아이의 책가방을 들여다보았다.

필통이 터~ㅇ 비었다. 무지하게 야단치고, 매를 들고 엄포를 놓고, 다시 다 채워놓는 거 확인하고, 지우개 빠졌다고 또 야단치고...

이렇게 난리를 한바탕 치르고 출근해서 도서실에 앉아 있자니, 내가 꼭 그만했을 때 생각이 난다.

3학년 때부터는 사람이 좀 되었던 것 같은데, 2학년 때까지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공부는 비교적 했었는데(내 생애 공부 잘했던 유일한 순간) 내 걸 챙기는 것에는 정말 둔했다.

어느 날, 하도 지우개를 잃어버리고 다니자 엄마는 필통에 나일론끈으로 지우개를 매주셨다. 그리고 그날, 나는 필통까지 잃어버렸다.

물론, 연필 한 자루도 잃어버리는 걸 용납 못하셨던 엄마는 날 무지하게 혼내셨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울 언니는... 이것을 소재로 동시를 써서 큰상을 탔다.(얄미웠다)

뭘 무지하게 챙기지 못하는 내 아들, 누굴 탓하랴. 날 닮았다. 예전에 썼던 연습장 하나까지 꼼꼼하게 다 챙기는 남편과 날 반반 섞어서 닮거나, 차라리 그쪽을 닮지, 왜 날 닮아 지도 고생 나도 고생인지...

겨우 이 정도의 유전자밖에 물려주지 못하고도, 늘 야단쳐야 하는 내 맘도 편치않다.

좀 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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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5-2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혼내지 마세요.
전 신발 안 신고 학교 간 적도 있는걸요.
실내화 갈아신을 때서야 화장실 슬리퍼를 끌고 온 걸 알고 얼마나 황당했던지.
그 정도면 애교로 봐주세용~

호랑녀 2004-05-2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래도 바르게 잘만 컸는데 말예요 ^^
그런데 제가 더 아이를 야단치는 건, 제가 살아보니 주변정리 못하고(사람관계는 깨끗했슴다) 흘리고 다니는 게 영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내 자식은 좀 안그랬음 좋겠는데...
누굴 탓해요...-.-;;

sooninara 2004-05-2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은 부모의 제록스죠^^ 저도 울 아이들이 나보다 성격이나 모든면이 나아보이는데도..불만이 많아서..에구...매일 잔소리로 시작해서 잔소리로 하루 해가 저물어요..

호랑녀 2004-05-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날 밤, 제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있는데,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헉, 우리집이었어?
뭐가?
아파트 현관에서부터 어떤 여자가 소리를 지르면서 애를 잡길레, 저 무식한 여자... 했더니, 당신이네?
@*%$%*$#@...

다연엉가 2004-05-28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호랑녀님 저 무식한 여자 그 여자 여기 또 있습니다^^^

호랑녀 2004-05-2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쪽 소리는 여기까진 안 들리고, 그냥 우리 현관에선 우리집(3층) 정도 소리만 들려요 ^^
이제는 딸한테 전화왔네요.
엄마 배고파
어쩌라고~ 엄마가 나가는 거 하루이틀이냐? 여기저기 뒤지믄 먹을 거 있잖앗!!!

다연엉가 2004-05-2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호랑녀님 그렇게 하면 뒤져서 먹습니다.^^^그렇게 강하게 키웁시다.(^^)

진/우맘 2004-05-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져서....ㅋㅋㅋ 갑자기 어제 본 <돼지책>이 떠올라요.^0^

호랑녀 2004-05-2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하게 크는지, 천덕꾸러기로 크는지...ㅉㅉ
진우맘님은 다른 고민들이 또 있으시겠지만, 그래두 아이들 먹을 거는 시부모님이 챙겨주시겠네요 ^^
우리 아이들은 돼지책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나봐요. 엄마가 있어도 집이 돼지우리 같아서인가?

AeroKid 2004-05-3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의 아이키우기 를 보면서,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또는 아이를 돌아보지요..
어떻게 자랄까? 내 이 한마디 손길 한번마다...

호랑녀 2004-06-0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에어로키드님! 다른 사람 서재질에 제 서재 쉰내나는 줄 모르고...^^
내 손길 한번, 내 따뜻한 말 한마디마다 아이가 더 잘 자라겠지요... 그런데 그래도 저는 문제입니다. 따뜻한 손길, 따뜻한 말도 잘 못하니...-.-;;

아영엄마 2004-06-0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왜 유독 큰 아이에게만은 너그러울 수 없는지... 오늘도 저는 아이에게 바락~ 소리를 지르고 말았답니다.. 평소에도 숙제 안하고 놀려고만 해서 한번, 두번, 세번.. 네번째에는 결국 고함이...ㅠㅠ 오늘도 동생 데리러 나가기러 해 놓고 시간 다되어 가는데 책 본다고 눈을 못 떼고 있는 녀석에게 몇 번 이야기 하다 안되니까 고함을.. 에휴.. 이 엄마가 발전이 없네요..쩝

호랑녀 2004-06-0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애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일까요, 아님 한번 실망해봐서, 둘째에 대해서는 좀더 너그러워질까요...^^
전 사실 둘쨰에 대해 특별히 너그럽지도 못해요. 가끔씩은, 내가 아동학대를 하는 건 아닌가, 회초리는 들더라도 마음은 어루만져주어야 하는데, 난 그것도 못한다 싶어서 자책합니다... 아우, 엄마 어려워~
 

6학년 여자애들 둘과의 대화

A : 아, 딱 1억원만 있으면 좋겠어. 천만원으로는 좀 부족하고, 1억원은 되어야겠어.

B : 야, 로또해. 방법은 로또 뿐이야. 니네 엄마 아빠가 1억원 달라면 주겠냐?

나 : (잠깐 끼어들어서) 1억원이나 되는 돈이 어디에 필요한대?

A : 일단 컴퓨터 3대 사구요, MP3하고 핸드폰 좋은 걸로 사구요. 그리고 동방신기 판을 엄청 사서 순위 팍팍 올라가게 하구요. 

나 : 컴퓨터하고 MP3하고 핸드폰이 공부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3가지라고 하더라.

B : 로또만 되면 돈 있는데 뭐하러 공부해요? 동방신기랑 결혼해서 판 내주고 같이 살면 되지. 그런데 선생님, 진짜로 우리는 로또 사면 되도 돈 못받아요?

나 : 아마 그럴걸? 미성년자는 로또 같은 복권 못 하게 되어있지 않나?

B : 아, 진짜 재수없어. 뭐든 지네 맘대로야. (휑 ~ 쾅 ! => 문 닫고 나가는 소리 )

이 아이들뿐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얘기할 때도 느낀 건데, 장래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직업이 일 덜하면서 돈 많이 버는가 하는 것이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아이들도 정말 많다. 고귀한 사명의식이나 봉사정신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의사가 되고싶어 하고, 정의의식 없이 법관이나 변호사가 되고싶어 한다. 물론 연예인과 프로게이머를 원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 이유는 신나게 놀면서도 몇억씩 팍팍 버니까 란다.

누가 아이만을 탓할 수 있겠는가. 아이만을 탓하기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그렇다. 이건 아이들의 아빠 엄마,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땀의 소중함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땀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들에게 자유는 방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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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5-2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을 알고 조금더 현실적으로 변하겠지요. 그 아이들은 지금 자신의 꿈이 현실적인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런 직업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기에, 조금씩 세상을 알면서 꿈을 바꿔가겠지요. 지금 그 아이들의 꿈은 슈바이처 박사나, 퀴리 부인의 삶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비현실적이잖아요?

아영엄마 2004-05-27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나요?
앗 인사!! 호랑녀님~ 가끔 님의 닉네임보고 찾아온다는 것이 좀 늦었네요... 아이가 셋이라는 글을 본 것 같은데... 그리고 학교 사서선생님이시라더니 와보니 페이퍼가 올라와 있군요. 앞으로도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 종종 올려 주세요~ 즐겨찾기 해 놓을께요~ 아, 저의 서재에도 들려 주시고..^^*

호랑녀 2004-05-2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끔 마주치시는 분이네요. 우울모드 올려두신 글도 봤는데, 그냥 첫인사 드리기에는 좀 우울한 모드라서 답글을 못달았는데...^^
예, 저도 한참 손이 가야 할 5살짜리, 2, 3학년짜리 아이 셋에다,
일당받는 직장에다(일당받는 직장은 하루 빠지면 돈이 사흘치가 나간답니다. 주차에 월차수당까지),
집안일에는 도움이 안 되는 남편에다(그나마 월급은 잘 들어오는 공무원인데 6남매 장남입니다)...
아이 아플 때 봐줄 수 있는 친척은 아무도 없으면서, 제가 얼마 전 반기를 들 때까지는 주말마다 시댁식구들 북적거렸죠...
그렇게 삽니다 ^^

호랑녀 2004-05-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시종님, 답글 단다면서 자꾸 잊었어요 ^^(학교컴이 무지 느려요)
뭔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나서 뿌듯한 기분~ 요즘 아이들(이런 말 쓰는 거 무지 싫어하지만)은 이런 걸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분명히 아니잖아요? 하이타니 겐지로의 말처럼, 그럼 요즘 애들이 옛날 아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해야 하니까...

제가 아직 철이 없어서, 저는 아직도 돈보다 소중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으니까...(그래서 가난한지 모르지만 -.-;;) 벌써부터 돈 돈 하는 아이들이 참 안타깝더군요.
 

교장선생님의 호출!

다른 이야기로 부르신 것이었지만, 교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그런데 호랑녀가 뭐요?'

하신다. 헉!

얼마전에 가을산님의 선물을 학교로 부쳐주시라고, 자랑하고싶은 얄팍한 욕심에 학교주소를 불러드렸는데, 행정실에 쌓여있는 우편물 중에서 교장선생님께 걸린! 것이다.

물론 알라딘서재까지는 모르시겠지만, 그래도 컴퓨터는 나보다 나으신 분이라(갑자기 극존칭이 마구 나온다) 혹시 우연한 기회에라도 보시면 어쩐다?

비정규직의 정규화라고 대대적으로 떠들었던 그 회견은 알고보면 내용은 하나도 없는, 오히려 개악이라, 아직도 내 사서교사직위는 교장선생님의 기분에 달려있는 바.

혹시라도 여기 들어오시면 그날로 바로 나의 학교도서관 일기는 끝이다.

요 아래 퍼다놓은 글에 나오는 인절미 운운한 것은 절대로 교장선생님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

또, 나의 학교도서관 일기에 등장하시는 것도 과장이 섞였으니, 혹시라도 보신다면 선처를 바란다.

아, 아니다. 아예 닉네임을 바꿔야겠다. 뭐가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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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스, 슬마.....
어, 어흥녀...는 어떨까요? 어흥녀...엥이~ 무슨 빨간 비디오 제목 같잖아.TT

호랑녀 2004-05-2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흥녀... 고려만 하겠습니다.
(진우맘님, 제사라면서요. 일 안해요?^^)

가을산 2004-05-2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닉네임이 눈에 띄다니!
그래도 컴에 대해 알고 계신 교장샘이시라면 호랑녀님의 서재를 설사 보신다 해도 문제될 게 없지 않을까요?
흠... 호랑녀가 워낙 인상적인 이름이라, 바꾸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호랑녀 2004-05-2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가을호랑이 어때요? 가을산에 살고 있는 가을 호랑이!

진/우맘 2004-05-2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이 제사 지내러 시골 가셨다구요.^^ 전 지금 연우 재우고, 컵라면 들고 컴 앞에....-.-;;;

진/우맘 2004-05-2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가을 호랑이...어흥녀보다는 낫네요!

호랑녀 2004-05-2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흥맘 할까요?
난 왜 국어 독해가 안될까. 그러게 읽으면서도 이상하다 했답니다. 모시고 산다고 했던 것 같은데(아니 같이 산다고)...
진우맘님, 담부턴 영어로 올려보실래요? ㅋㅋ

다연엉가 2004-05-2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신고합시다.^^

sooninara 2004-05-2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장 선생님께 호랑녀에 대해 뭐라고 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설마 서재에 오시겠어요? 어흥녀 조금 에로 버젼스럽긴해도 좋네요...

호랑녀 2004-05-2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순진하게 그냥 인터넷에서 쓰는 아이디라구... 했어요. 왜냐하면, 보내는 사람도 가을산 이었거든요.
알라딘이라고는 절대 말 안했답니다.
진짜 어흥녀로 할까요? 첨엔 이상했는데, 들을수록 괜찮아지네요. 뭐 에로버전이 나쁠 것두 없고...(생활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