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여자애들 둘과의 대화

A : 아, 딱 1억원만 있으면 좋겠어. 천만원으로는 좀 부족하고, 1억원은 되어야겠어.

B : 야, 로또해. 방법은 로또 뿐이야. 니네 엄마 아빠가 1억원 달라면 주겠냐?

나 : (잠깐 끼어들어서) 1억원이나 되는 돈이 어디에 필요한대?

A : 일단 컴퓨터 3대 사구요, MP3하고 핸드폰 좋은 걸로 사구요. 그리고 동방신기 판을 엄청 사서 순위 팍팍 올라가게 하구요. 

나 : 컴퓨터하고 MP3하고 핸드폰이 공부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3가지라고 하더라.

B : 로또만 되면 돈 있는데 뭐하러 공부해요? 동방신기랑 결혼해서 판 내주고 같이 살면 되지. 그런데 선생님, 진짜로 우리는 로또 사면 되도 돈 못받아요?

나 : 아마 그럴걸? 미성년자는 로또 같은 복권 못 하게 되어있지 않나?

B : 아, 진짜 재수없어. 뭐든 지네 맘대로야. (휑 ~ 쾅 ! => 문 닫고 나가는 소리 )

이 아이들뿐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얘기할 때도 느낀 건데, 장래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직업이 일 덜하면서 돈 많이 버는가 하는 것이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아이들도 정말 많다. 고귀한 사명의식이나 봉사정신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의사가 되고싶어 하고, 정의의식 없이 법관이나 변호사가 되고싶어 한다. 물론 연예인과 프로게이머를 원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 이유는 신나게 놀면서도 몇억씩 팍팍 버니까 란다.

누가 아이만을 탓할 수 있겠는가. 아이만을 탓하기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그렇다. 이건 아이들의 아빠 엄마,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땀의 소중함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땀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들에게 자유는 방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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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5-2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을 알고 조금더 현실적으로 변하겠지요. 그 아이들은 지금 자신의 꿈이 현실적인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런 직업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기에, 조금씩 세상을 알면서 꿈을 바꿔가겠지요. 지금 그 아이들의 꿈은 슈바이처 박사나, 퀴리 부인의 삶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비현실적이잖아요?

아영엄마 2004-05-27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나요?
앗 인사!! 호랑녀님~ 가끔 님의 닉네임보고 찾아온다는 것이 좀 늦었네요... 아이가 셋이라는 글을 본 것 같은데... 그리고 학교 사서선생님이시라더니 와보니 페이퍼가 올라와 있군요. 앞으로도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 종종 올려 주세요~ 즐겨찾기 해 놓을께요~ 아, 저의 서재에도 들려 주시고..^^*

호랑녀 2004-05-2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끔 마주치시는 분이네요. 우울모드 올려두신 글도 봤는데, 그냥 첫인사 드리기에는 좀 우울한 모드라서 답글을 못달았는데...^^
예, 저도 한참 손이 가야 할 5살짜리, 2, 3학년짜리 아이 셋에다,
일당받는 직장에다(일당받는 직장은 하루 빠지면 돈이 사흘치가 나간답니다. 주차에 월차수당까지),
집안일에는 도움이 안 되는 남편에다(그나마 월급은 잘 들어오는 공무원인데 6남매 장남입니다)...
아이 아플 때 봐줄 수 있는 친척은 아무도 없으면서, 제가 얼마 전 반기를 들 때까지는 주말마다 시댁식구들 북적거렸죠...
그렇게 삽니다 ^^

호랑녀 2004-05-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시종님, 답글 단다면서 자꾸 잊었어요 ^^(학교컴이 무지 느려요)
뭔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나서 뿌듯한 기분~ 요즘 아이들(이런 말 쓰는 거 무지 싫어하지만)은 이런 걸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분명히 아니잖아요? 하이타니 겐지로의 말처럼, 그럼 요즘 애들이 옛날 아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해야 하니까...

제가 아직 철이 없어서, 저는 아직도 돈보다 소중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으니까...(그래서 가난한지 모르지만 -.-;;) 벌써부터 돈 돈 하는 아이들이 참 안타깝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