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부쩍 말 안 듣는 딸내미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내 옆에 남편이 왔다.
늘상 하던 일, 저녁 준비하는 내 옆에서 얼쩡거리면서 이리저리 간섭하는... 을 하는데 나는 계속 폭발 직전의 얼굴을 하고 남편에게 툴툴거렸다. 결국 남편,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고마 해라~ 좀 심해.
라고 한마디 하고, 나는... 그래, 누군가 건드려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는데 그게 너였니? 하는 투로 째려본 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갑만 챙겨 나갔다.
한참을 걷다 보니, 극장이다.
무조건 제일 먼저 시작하는 영화를 끊었는데... 그래도 할인받느라 이동통신사 제휴카드를 사용했고, 사용내역이 집에 있는 핸드폰에 삐리리 문자로 떴다.
마누라 행방을 알게 된 남편...
집에서 입는 고무줄 반바지 차림에, 거기에 신발은 또 구두 차림으로... 극장으로 찾아왔다. 극장사람들에게 영화 끝나고 나오는 곳이 어디냐고 물은 후에 그곳에서 팔짱끼고 지키고 섰다. 극장 직원들, 비상 걸려서 계속 감시한다.
두시간 내내 낄낄대고 영화보고 나오다가... 그런 모습의 남편을 봤다. 가출한 딸 잡으러 급히 뛰어온 아버지 모습!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풀렸고, 남편은 지뢰 밟은 셈이다.
둘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낄낄대고 웃고 집에 오다가... 남편이 그런다.
야, 나는 이러는 거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중에 우리 아들이 이러면 어쩌냐? 저놈도 나 닮아서 마누라 화나면 벌벌 떨면서 머슴 되는 거 아니냐?
남편이 머슴인 건 가끔 괜찮은데, 아들이 나중에 며느리 머슴노릇하면 ... 좀 그렇긴 하겠다. 뭐, 안보고 살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