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서인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라니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나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카페라떼를 마시는 동안에도 들떠 있었다.

아이고 맙소사!  이 영화 안봤으면 두고두고 후회할뻔 했다. 박장대소가 몇번이며 감탄하게 만드는 대사가 몇번이고,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은 장면은 또 몇번이더냐. 감독이 직접 연기를 해서인가 연기라는 면에서 바라보자면 조금 부자연스러운 점도 있긴 했지만 그건 대수롭지 않았다.

이 영화가 칸에서 황금 카메라상까지 받았는지는 몰랐다. 나중에 영화정보를 확인해보고서야 알았다. 아, 내 심장을 이렇게 팔딱팔딱 뛰게 해주는 영화가 필요해. 역시 선댄스는 녹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유로워질 거야. 나는 용감해질 거야. 매일이 생의 마지막 날인 양 살겠어.' 영화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나레이션이자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하고싶은 말이다.

아흠, <스테이션 에이전트>도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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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가 어느날..

나는 게이다. 라고 선언하고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버렸다면..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른뒤에 멋진 청년이 불쑥 찾아와 자신이 아버지의 연인이며 지금 아버지는 암으로 투병중이라 얼마 살지 못한다고 돌봐달라고 청한다면...

<메종 드 히미코>,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사실 별로 특별할 건 없다. 이런 설정은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도 있을 법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기에 앞뒤 잴것도 없이 무작정 표를 예매했다. 가끔 찾곤 하는 상암 CGV 의 인디 영화관에서 관람.

스토리상으로는 갈등의 핵심인 딸과 아버지의 연인에 가장 주목해서 볼 듯 했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시선은 다른 곳으로 확산되었다. 주글주글 주름살이 가득한 트렌스 젠더를 보는 일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게이들의 실버타운은 비록 영화라서 아름답게 꾸며져 있지만 보통의 실버타운과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슬픔의 태생이 다른, 그런 독한 슬픔을 지닌 곳이다.

여자다운것, 비꼬아 말해 사내 자식이 계집애처럼 구는 것은 가문의 수치요,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드러낼 일이 못되는 것이다. 남성화 된 여성이나 남성으로 성전환을 원하는 여성들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주변의 비난과 손가락질에 길들여져 살아왔고 늙어서도 격리되고 담벼락에 욕설이 가득하다. 이를테테면 호모새끼들 박멸.. 같은 문구들.

나는 호모 포비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이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는 여자도 아니다. 다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아버지의 연인(오다기리 조)가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있었다. 심지어 배나오고 살이 두툼하게 붙은 늙은 게이 아저씨가 흰 드레스를 입고 수줍어 하며 웃는 모습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아버지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워질 자유가 있다. 결국 이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에 대한 부분이 건드려진다. 어떻게라는 방법론 앞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성을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폄하하도록 학습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남성성에도 아름다움이 배어 있지만 그것은 멋스러움이라고 표현되어 어쩐지 뭔가 실제보다 격상되어 평가받는 것은 아닐지.

영화를 보고 나와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며 잠깐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람들 앞에서 게이라고 놀림받으며 치욕스러운 비난을 받다가 기절까지 하는 수난을 겪었던 영화 속 인물이 생각나서, 그 캐릭터가 여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며 한껏 들떠서는 이렇게 여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쳐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장면이 떠올라서 말이다.

- 베스트 장면을 꼽자면 아버지의 애인과 복잡한 심경으로 동침을 결심하게 되는 딸. 그러나 게이와의 잠자리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 결국 실패하는 장면인데 이토록 관객을 긴장하고 또 몰입하게 만드는 리얼한 베드신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 일본의 한적한 바닷가 풍경만 보면 미치게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이 영화 역시.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이후로 또 나를 들끓어 오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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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6-01-3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놉시스를 읽고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본 영화인데, 역시 "이누도 잇신" 감독이란 생각을 하며 나왔습니다... 지금은 머리 맡에 부리부리한 눈을 흘기고 있는 "시바사키 코우"가 있는 포스터가 붙어있고요..^^

이리스 2006-02-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군요. ^^ 조제... 요거 특별판 디비디도 구매 고려중입니다.
오오.. 포스터~ 포스터~
 

 

 

 

 

네가 없어도

혼자 있어도 내내 맘이 아프고, 소란스럽게 니가 들려와

너의 모습이 내눈에 사는 것처럼...

눈을 감아도 너무나 잘보여.

니가 없어도 항상 단장을 하고.. 너의 이름도 수없이 불러.

우리 사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듯.. 아픈 이별도 지울 수 있을까.

매일 이렇게 지내... 하루도 다르지 않아. 추억속에 니가 사는걸 믿지 못해서 너를 어떻게 잊어...

내 숨소리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한 우리가 있는데...

잠이 들어도 자꾸 맘이 흘러서... 잠든 눈가엔 눈물이 고여.

한숨소리에 걸린 오래된 그리움이 꿈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너를 사랑해. 오늘도 어제와 같아... 눈물처럼 니가 조금도 멈추지 않아...

너를 어떻게 잊어... 내 숨소리까지 너라고 생각한 소중한 기억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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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빨리 불러보세요.

동작에 맞춰서...

나 나나나 난나 나나나 쏴~

저번에 썼던거는 너무 이상해서 지우고 다시 올립니다.

저는 오이군이 춤을 추면 피식 웃게 됩니다.

님도 그냥 피식이라도 웃어보세요.

사실 만두의 송충이 춤 동영상을 올릴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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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3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세실 2006-01-3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노래랑 춤이랑 딱이군요~~~ 나나나 쑤와~~~ (김수미 버전이었습니다... 일용아 어딨냐~~~)

이리스 2006-01-3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런 오이 총각 어디 없나요?

물만두 2006-01-30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일용이 찾지 말고 추천을 하고 가야쥐요~ㅋㅋ
낡은구두님 오이군이 있었음 제가 벌써 찾았죠 ㅠ.ㅠ;;; 혹 마태님???=3=3=3 아님 야클님???=3=3=3

세실 2006-01-3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냐..추천.했슈...하여간 예리해... 앗 난 만두님 서재인줄 알았다...
*** 낡은구두님 안녕하시어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꾸벅~~~ ***

물만두 2006-01-3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줄 알았시유~^^

프레이야 2006-01-3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나나송은 이번 설날 작은딸 희령이의 히트송이었어요.^^ 쏴아~~ 한번 하고 나면 기분좋아져요. 해보세요 ㅎㅎㅎ

물만두 2006-01-3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쏴아~ㅋㅋㅋ

거친아이 2006-01-3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식 웃었어요~^^

물만두 2006-01-3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마태우스 2006-01-3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 녀석의 춤과 쌍벽이군요^^ 설은 잘 보내셌나요..

물만두 2006-01-3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마태님도 잘 보내셨죠^^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 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언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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