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 다음엔 우리가 간다”
[조선일보 2006-04-29 03:05]    

러 피아니스트 2명 내한공연

[조선일보 김성현기자]

한용운의 ‘님의 침묵’처럼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 8일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10곡의 앙코르 연주, 밤 11시15분을 넘겨 끝난 연주회, 자정을 훌쩍 넘겨버린 팬 사인회 등 갖가지 진기록도 덧붙였다.

키신의 ‘후폭풍’을 러시아의 또다른 피아니스트들이 이어간다. 첫번째 후보는 19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니콜라이 루간스키(34). 피아노 교습을 받기도 전인 다섯 살 때, 순전히 귀로 익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이웃 집에서 연주했다는 에피소드가 전설처럼 남아있다. 콩쿠르 우승 후 쇼팽의 연습곡과 전주곡,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베토벤의 소나타를 차근차근 음반으로 녹음하고 있다.

“청중들 앞에서 연주하기 위해 콩쿠르에 나간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 상을 타지도 않을 거면서 왜 콩쿠르에 나가는가?”라고 반문하고, “옛 소련 시절, 러시아 인은 누구나 베토벤과 브람스를 알았다. 자본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는 돈에만 관심을


쏟는다”고 단정할 정도로 직선적이다. 슬라브식 솔직담백일까.

베토벤 소나타 16번, 쇼팽 전주곡 작품 45번과 소나타 3번 등 자신의 녹음 궤적을 연주회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13일 오후8시 LG아트센터.

그 나흘 뒤에는 198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였던 스타니슬라브 부닌(40)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지난해 임동민·동혁 형제가 3위 공동 입상하며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콩쿠르. 부닌은 당시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등극했다.

그가 올해 탄생 250주년인 ‘모차르트의 해’를 맞아 5월 17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이에른 쳄버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협연한다. 그동안 독주회는 몇 차례 있었지만, 부닌이 한국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 바이에른 쳄버는 ‘코지 판 투테’ 서곡과 교향곡 41번 ‘주피터’ 등 모차르트의 곡으로만 연주회를 꾸민다.

(김성현기자 [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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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2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 뭐, 지금이라도 시작하세요! 늦지 않은것 같은데요. ^^

mannerist 2006-04-3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콜라이 루간스키 ㄱㄱㅑ~~~~
 

 

야구엔 왜 훌리건이 없을까

때 잘 만난 축구, 대영제국 따라 ‘세계화’
상하위권리그간 경쟁 활발 적자 안고도 확산
야구는 미국 세계 제패 늦은 탓에 ‘국지화’
구단 이윤 목적에 독점권 행사 폐쇄적
축구와 야구 둘다 열광하는 한국에 타산지석
한겨레 이길우 기자
▲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
스테판 지만스키·앤드루 짐벌리스트 지음.
김광우 옮김. 에디터 펴냄. 1만3000원.
축구와 야구.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현존하는 최고의 스포츠다.

월드컵과 메이저 리그로 대표되는 이 두 구기 종목에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다. 축구가 미국에서는 왜 인기가 없을까? 왜 야구는 유럽에서는 비인기 종목일까?

축구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야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카리브해 연안의 일부 국가들과 한국, 일본, 대만 등 일부국가에만 보급돼 있다.

흔히들 이런 답변을 한다. 야구엔 도루가 있어서 신사도를 중시하는 영국인들이 배척한다, 축구는 중간 한번밖에 광고할 시간이 없어 상업적인 미국 풍토에 자리를 못잡는다, 유럽인들은 하체가 발달돼 있어 야구보다는 축구에 유리하다, 농구나 야구보다 축구는 득점하는 것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므로 지루함을 못참는 미국인들의 성정에 맞지 않는다 등등….

두 경제학 교수의 스포츠 경제학


미국과 영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두 명의 교수가 축구와 야구의 시작부터 발전과정을 예리하게 추적하며 비교분석한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에디터)는 이런 물음에 해답을 주려고 애쓴다.

우선 왜 축구가 야구를 제치고 세계 모든 나라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됐을까.

축구가 전세계적인 스포츠가 된 것은 단순히 때를 잘 만났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870년~1910년 영국의 해외 진출이 대단히 활발해 세계 거의 모든 도시 사람들은 야구보다 먼저 축구를 접하게 됐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세계에 대한 지배력이 40년 정도만 빨리 시작됐더라면 축구보다 야구가 세계적 스포츠가 됐을지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광대한 식민지를 경영하던 영국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국가의 부유층 및 권력층 엘리트들과 우호관계를 맺는데 관심이 있었고,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이었다. 현재의 골프처럼 19세기의 엘리트 기업인들 간에 펼쳐진 축구는 기업활동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며 전세계로 퍼졌다.

축구 확산에는 축구를 정치 또는 민족주의와 동일시한 측면도 가세했다.

남미 여러 국가들의 독재자들은 인권탄압과 경제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축구 우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위대한 축구 선수’를 많이 보유했던 브라질과 아르핸티나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구단은 돈을 버는데 유럽의 유명 축구구단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에도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야구는 1850년대 미국의 중상류층의 레저스포츠로 등장했고, 곧 중하위층으로 확산됐다.

처음엔 회원의 사회적 위치에 관심이 많았으나 보편화되면서 신사적 행동보다는 우승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돈으로 하층민의 우수한 선수를 유치하면서 아마추어와 프로가 갈라졌고, 프로팀에서 화이트 칼러는 집행부, 불루 컬러는 종업원이 됐다. 선수를 장악한 야구 매니저들은 1876년 내셔널리그를 창설해 더 많은 이윤을 모색했다.

남미축구 꽃피운건 독재자 덕?

▲ 지난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우승한 영국 리버풀 선수들이 우승컵을 쳐들고 열광하고 있다.(위) 지난 2002년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에너하임 에인절스 선수단이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 축하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아래)
축구도 처음엔 야구처럼 신분을 중시하는 영국의 중상류층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야구와는 달리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관람료를 받고 선수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게 됐지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두 스포츠의 개방성 정도 역시 큰 변수가 됐다.

미국에서 발달한 야구는 폐쇄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구단들은 연고권(프랜차이즈)의 수와 위치를 면밀히 통제했다. 새로운 구단에 두둑한 입회비를 부과하고, 선수명부에 일정한 제한을 뒀다. 또 기업독점금지법상 여러가지 예외를 인정받으며 수익을 챙겼다. 반면 영국의 축구리그는 개방적이다. 상위리그에서 성적이 부진한 팀은 하위로 내려가고, 하위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팀은 상위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 새로운 팀들은 기존 구단주들에게 입회비를 지불하지 않고도 하위리그에 들어가 상위리그로 승격할 수 있다. 축구리그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상하위 리그간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성적이 부진한 팀은 시즌 말 하위리그로 떨어지고, 하위리그의 우수팀이 이를 대체한다. 이 승격과 강등 제도는 유럽스포츠의 가장 핵심적 특징이 됐다.

이로 인해 경쟁은 치열해 졌고, 대규모 클럽들은 장기간 독점력을 행사할 후 없게 됐다. 이렇게 개방적인 성격의 축구는 야구처럼 독점적인 이익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야구의 규제받지 않은 독점은 야구장 건설에 막대한 공적보조금이 투입되는 등의 과정에서 팬과 납세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또 축구의 무제한적 경쟁체제는 팀의 재정적 압박으로 이어졌다.

돈 페르 미국 야구선수협회 회장은 “야구산업에는 두 가지 불변의 진리가 있다. 공 던질 선수가 없는 팀은 없고, 돈 벌지 않는 팀도 없다”며 늘 적자를 불평하는 구단주들을 비아냥대기도 했다. 한국 야구 구단은 어떨까?

야구엔 훌리건이 없는 이유 역시 저자들은 명쾌하게 설명한다.

유럽과 남미 지역의 축구장은 대부분 대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슬럼화되고 범죄가 많은 곳으로 축구 폭력의 주동자인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야구장은 넓은 도시외곽에 자리잡아 가족 단위의 수준 높은 관중을 끌어 모았다. 야구장 소유주들은 관중이 최대한 돈을 쓰게 만든 반면, 축구장 소유주들은 이런 기회를 최소화했다. 야구장 소유주들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폭력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축구 구단주들은 훌리건을 저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일부 구단은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적극적으로 훌리건을 장려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재정적 위기에 처해있는 축구와, 장기적으로 팬들의 저변을 확대해야 하는 야구가 상호 취할 수 있는 교훈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세계적으로 축구과 야구가 동시에 사랑을 받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스포츠 팬이라면 흥미를 갖기 충분한 내용들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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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다만 우린 축구는 대표팀 축구만 좋아하죠?

이리스 2006-04-2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만 읽었는데도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드네.. ㅎㅎ

물만두 2006-04-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유럽사람들이 야구를 안좋아해서가 아닐까요^^:;;

라주미힌 2006-04-2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가 야구보다 세계적인 이유는..
전 단순하게...

축구는 공 하나면 22명이 놀 수 있지만,
야구는 ... 22명이 놀기 위해서는 (대략 인원만큼의) 글러브, 배트, '껌'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ㅎㅎㅎ.

그리고 수익성...
중계권하고 관련되어 있을 것 같거든요... 야구는 9회 중간중간에 광고를 넣을 수 있기 땜시 방송국에 더 많이 요구 할 수 있는데, 축구는 45분 전반 후에 딱 10분 정도 하고 없잖아요. ㅎㅎㅎ
시즌동안의 게임 수도 중요하잖아요.. 축구는 1주일에 기껏해야 팀당 2게임이지만, 야구는 팀당 150 게임 가까이 되고.

이리스 2006-04-2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ㅋㅋ 그러게 말이어요.
만두님 / 아하하핫...
라주미힌님 / 껌이 필요.. 하하하하.. 문제는 껌이군요! ㅋ
 

지혜를 얻은 자와 명철을 얻은 자는 복이 있나니

이는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그 이익이 정금보다 나음이니라   

지혜는 진주보다 귀하니 너의 사모하는 모든 것으로 이에 비교할 수 없도다 

[잠언 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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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전 왜 진주가 갖고 플까요

이리스 2006-04-2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알라딘 서재의 진주님을 가지시는 건.. 쿨럭.. 죄송합니다. --;;
올리브님 / ㅎㅎ 그러게요.^^
 

왜냐면-〈한겨레〉 4월20일치 ‘저공비행’을 읽고 
 
• ‘스승의 노래’는 환상 존경심 없는게 학생 탓이랴
 
의견의 ‘다름’쯤으로 이해하고 싶지만, 표현의 저급함이나 언어의 부적절한 선택,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내용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지난 20일치 〈한겨레〉 31면에 ‘‘스승의 노래’는 환상, 존경심 없는 게 학생 탓이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그 글을 읽고 교육자로서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글을 쓴 ‘듀나’는 스승의 날 자체를 없애고, ‘스승’이라는 말과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부르는 걸 금지하는 등 ‘스승의 은혜’에 대한 판타지만 제거해도 교권 회복의 반은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듀나의 주장이 의견의 ‘다름’쯤으로 이해하고 싶지만, 표현의 저급함이나 언어의 부적절한 선택,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스승 공포담’과 같은 무협적인 내용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특히 부적절한 글이 언론에 게재되어 교단에서 교육적 열정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의 교원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자로서 자괴감마저 든다.

스승의 날은 1958년에 충남 강경지역의 학생들이 ‘병중에 계신 선생님이나 퇴직하신 은사들을 위문하는 활동’을 한 데서 시작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어떤 경우도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사이에는 신뢰와 감사와 존경이 함께할 때 그 효과가 고양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러기에 스승의 날은 교원들 스스로 ‘존경’받고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승 존경 풍토와 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여 ‘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을 실천하고자 있는 것이다.

교육계에는 예전의 한 교육부 장관이 “나에게는 선생이 없었다”고 교육자들을 폄훼했다는 ‘괴담’이 있다. 그런데 필자는 듀나라는 기고자가 학창 시절의 ‘괴담’이란 것을 유일한 논거로 제시하며 스승이라는 단어와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야말로 대한민국 ‘스승 공포담’과 교권 추락의 진짜 원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교원 모독 괴담’이 아닌가 한다.

듀나라는 기고자는 “교사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을 “기초적인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고 자기들을 성추행하거나 자기 성질에 못 이겨 멋대로 구타하거나 엄마, 아빠한테서 뇌물을 뜯어먹지만 않아도 아이들은 고마워할 것”이라고 제시한 뒤, “세상엔 이런 기준도 넘어서지 못하는 교사들은 넘쳐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슨 근거로 세상에 이런 기준도 넘지 못하는 교사가 넘쳐난다고 주장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이야말로 대다수 교사들을 모독하는 것이고, ‘교사’이기 이전에 자연인에 대한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땅의 교사 대부분이 정말 “스승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인터넷판에 실린 원문은 ‘인간 쓰레기들’로 표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글쓰기의 기본도 갖추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도 잘못 이해한 탓으로 생각되지만, 필자는 듀나라는 분에게 올 스승의 날에는 회초리라도 준비해서 생각나는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그동안 스승의 날이 본래 뜻을 살리지 못하고 담임교사에게 선물 주는 날로 변질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에 교총과 교장회가 중심이 되어 오랜 고심 끝에 은사에 대한 존경의 의미는 살리되, 스승의 날의 본래 뜻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스승의 날 기념식도 정부와 교원단체가 따로 해오던 것을 올해부터 정부, 학부모단체, 교원단체가 함께 하는 등 교육계에도 새로운 변화 기운이 일고 있다. 나아가 교직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잘못된 관행적 사례도 자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만큼은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이번 일과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믿음과 감사와 존중이 넘치는 교육 현장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이원희/서울 잠실고 교사·한국교총 수석부회장

위의 글에 대한 반론이다.

우선, 진심으로 의견의 다름쯤(?)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는지 의문스럽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필자는 듀나라는 분에게 올 스승의 날에는 회초리라도 준비해서 생각나는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라는 문구때문이다. 너무 유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선생으로서 듀나라는, 저급하고 유치한 글을 쓴 저 이를 회초리로 호되게 때리겠다고 하는게 나았을 뻔했다고 본다.

내가 궁금한 것은 스승의 날에 찾아가고 싶은 선생님이, 단 한 분도 없어서 나에게는 선생이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의 기분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 하는 것이다. 어디서 흘러흘러 들은 괴담정도로 치부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는데 글을 제대로 읽어 봤으면 좋겠다. 경험을 토대로 한 글이지 결코 말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지어 퍼뜨려서 어느 학교나 있는 귀신 이야기처럼 만들어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특정 직업군을 언급할때 항상 미리 양해를 구하는 말이 있다. 모든 의사가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영양사가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이라고 말이다. 그 뒤에 따르는 말은 대다수 그 직업군들이 보이는 어떤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그래서 그에 해당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을 배제한다는 것을 먼저 밝히고 이로 인한 명예 훼손에서 당신들은 예외라고 밝혀두는 것이다.

게다가 이 어이없는 추론은 대체 무엇인가.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그동안 스승의 날이 본래 뜻을 살리지 못하고 담임교사에게 선물 주는 날로 변질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 라니. 듀나가 올린 글의 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반론을 제기한 모양이다.

이러한 일들이라 함은 글의 맥락상 현재 교사들 중에는 스승이라는 이름표를 달기에 한참 모자란 교사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며 이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그것도 저급하고 유치한,글쓰기의 기본도 모르는 자의 글이 신문에 오르는 상태)을 뜻하는데 그게 어떻게 오로지 일년 365일 중 하루 있는 스승의 날에 선물을 받았다고 그리 되었다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우리는 그 인간 쓰레기들에 대해 굳이 듀나가 증명해 주지 않아도 신문 기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해왔고 그것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반론을 쓴 필자는 신문 기사도 읽지 않나?) 아울러 인간 쓰레기들이 있다고 했지, 교사 전체가 인간 쓰레기라고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스승이라고 불리기에는 모자라는 교사들이 많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글 자체에 대한 반박을 더 하고 싶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그만 접겠다. 나는 반론을 제기한 필자에게 '왜?' 라는 물음을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를 권한다. 대체 왜? 스승의 존엄과 가치가 바닥에 떨어진 것일까! 아니, 그 전에 어째서 교사는 스승이라 불리며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 가사가 전혀 황당 무계하지 않은(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지식을 전달하는 최고의 기술을 가진 사설학원의 명강사들과 학교의 교사가 다른 점은 대체 무엇이며, 그러기 위해서 교사들은 학원 강사와 달리 무엇을 가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하늘 같은 은혜를, 우러러 볼 수록 높아질 지경의 그 은혜를 학생들에게 베푸는 이들로서 누군가 '나는 선생이 없다.', '스승의 날은 폐지해야 옳다'고 할 때 분노하기 보다는 마음 아파하고 반성할 줄 알기를 바란다.

저 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의료 분쟁이 벌어졌을 때 같은 의사들끼리 서로를 두둔하고 편드는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명확하게 잘잘못을 가리려고 드는 태도가 먼저가 아니라 같은 의사니까 서로 싸고 도는 것. ## 의사가 저런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리가 없다에서 시작하는 그 태도가 동일하게 느껴진다. 대체 어느 교사가 그런 인간 쓰레기 짓을 한다는 거냐! 에서 시작하지 말고, 몰랐는데 정말 그런 교사가 있었는가. 그게 진심이라면 같은 교사로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 에서 시작해.. 그러나... 로 반론하는 모습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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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4-2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괜히 얘기했다. 역부러 찾아보시고 스팀 받으실 필요 까지야. ㅎㅎㅎ

...

이제 보니 와꾸가 좀 맞네.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이걸로 게임 끝인걸. ㅎㅎㅎ

이리스 2006-04-2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글 올라간 한겨레 사이트 댓글들 보니 외려 시원한 웃음이 나네. ㅋㅋㅋ 간혹 또 저렇게 직설적이고 유치하며 글의 기본도 모르는 표현이 있어서 회초리 들고 스승 찾아가야 할 사람들도 보이지만.. 하하하하... ^^

응, 그리고 이왕 쓴거 한겨레 담당자한테도 보냈다.

라주미힌 2006-04-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의 스승은 다 어디로 갔나... 진지한 고민은 없고, '나 존심 상해써~'
밖에 안되는 글을 떡 하니 올려놓으신 '교총 수석 부회장님'의 글.. 상당히 수준미달이네요 ^^;; ㅎㅎㅎ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감사가 가득한 학교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긴 하군요. (의외)

우리는 어떤 교육을 바라고, 어떤 스승을 원하는지 조차도 흐릿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최소한... 학생의 인권 '정도'만이라도 존중해 준다면, 상당히 존경받은 스승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hallonin 2006-04-2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 간만에 웃었습니다.

이리스 2006-04-2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 의외로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나봅니다. ㅋㅋㅋ
학생에게 인권이 있다고 인정하기나 할런지 원.. -_-;;; 학생은 사람이 아닌듯 해요.

bdagfuck 님/ 어머, 그런데 님의 서재 이미지도 낄낄.. 웃는것 같아요. ㅋㅋ

sweetrain 2006-04-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 고3때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날 담임이란 인간이 날린 멘트가 대박입니다.
(어머니 돌아가신 날은 현충일, 저는 자습빼달란 부탁을 하려고 감)
"비겁하게 그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자습 다 해라, 근데, 니네 엄마 정말 오래 사네, 내 생각엔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실줄 알았는데..."

위독한 엄마 곁을 지키겠다는 게 그렇게 비겁한 짓인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ㅋㅋ
그리고 그 다음날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그 사람이 한 말이 대박입니다.

"원래 임종은 아무나 보는거 아니고 유언은 아무나 듣는거 아니다."

내가 우리 엄마한테 아무나냐고요 ㅡ.ㅡ

제가 이 선생을 싫어한거야 당연한 일인데 이 선생은 그러고도 다른 선생들에게는,
자기는 저한테 잘해주는데 제가 괜히 속썩이는 것처럼 말하고 다녀서, 저만 나쁜 아이 취급을 받았더랍니다.

그 선생을 담임이란 이름으로 2년이나 보고 살면서, 그리고 그 인간한테 사회랑 윤리랑 정치 배우면서, 정말, 웃기더군요...;;;

이리스 2006-04-2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 맙소사... 쓰레기라고 부르기조차도 아깝네요. 도대체가... 단비님 너무 마음 아프셨을거 같아요. 괜히 제 글이 님의 아픈 기억을 건드린 건 아닌가요. 그랬다면 죄송해요.
 

인사동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그림 그리는 ## 선생을 만나 한정식집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도 점심에 한정식집이더니 오늘도... 그러나 오늘의 한정식은 경기도 광주의 그 어설픈 곳보다 열배쯤 나았다. 몇 달만에 들렀던 인사동은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 괴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바삐 그 동네를 빠져나와 붐비고, 정신없는 강남으로 이동하여 한 건의 회의를 해치우고 마른 목을 축이러 스타벅스에 들렀다. 아이스 타조 차이 톨 사이즈 하나로는 내 갈증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별 수 있나. 어차피 갈증이란 건 음료수 같은 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또 다시 강북으로 이동, 이번에는 성북동이다. 거대한 저택들이 늘어선 조용하고 점잖은 듯 보이는 그 동네. 차를 대접 받고 떡을 먹으며 책 진행이 아니면 만나뵐 연도 없을만큼 높으신 양반들과 불편한 자리가 이어지다. 올해 프랑크푸르트에 출품할, 현재 진행중인 책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 도서전 부스안에서 벌일 이벤트 아이디어에 대한 러프한 초안들이 논의 되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다시 몇 통의 전화, 그렇게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된 하루의 일과.

몇번의 문자가 오고가다. 이번 주말의 약속을 잡고, 영화를 예매해두다. 폭풍전야지만 그래도 한가로운 금요일 밤. 세탁기에서는 빨래가 돌아간다. 나의 시선은 자꾸만 와인을 향하는데.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손길이 사무치게 그리운 매 순간마다 내가 떠올리는 것은 날카로운 몇몇 순간들이다. 그 날카로움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베이는 순간 베이는 줄도 모르는 그런 것이다. 나는 이렇게 오래 전에 단번에 잘려버린 마음, 시간을 두고 조금씩 잘려나간 마음들을 기억해 낸다. 마음이 스러진 자리에 피어나는 건 언제나 그리움이 먼저다. 그리고 아픔같은건 천천히 자라난다. 다시 아픔을 잘라내면 그 때는 오롯이 추억만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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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 2006-04-29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움과 추억이 떠오르는 금요일밤... 폭풍전야라도 일말의 한가함을 안겨주는 금요일밤...그래서 금요일밤은 특별한 거 같아요..^^

이리스 2006-04-2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로라님 / 금요일밤은 너무 심하게 -.- 알차게 보냈더니 토요일 오전이 날아가 버렸어요. 으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