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피아니스트 2명 내한공연
[조선일보 김성현기자]
한용운의 ‘님의 침묵’처럼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 8일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10곡의 앙코르 연주, 밤 11시15분을 넘겨 끝난 연주회, 자정을 훌쩍 넘겨버린 팬 사인회 등 갖가지 진기록도 덧붙였다.
키신의 ‘후폭풍’을 러시아의 또다른 피아니스트들이 이어간다. 첫번째 후보는 19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니콜라이 루간스키(34). 피아노 교습을 받기도 전인 다섯 살 때, 순전히 귀로 익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이웃 집에서 연주했다는 에피소드가 전설처럼 남아있다. 콩쿠르 우승 후 쇼팽의 연습곡과 전주곡,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베토벤의 소나타를 차근차근 음반으로 녹음하고 있다.
“청중들 앞에서 연주하기 위해 콩쿠르에 나간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 상을 타지도 않을 거면서 왜 콩쿠르에 나가는가?”라고 반문하고, “옛 소련 시절, 러시아 인은 누구나 베토벤과 브람스를 알았다. 자본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는 돈에만 관심을
쏟는다”고 단정할 정도로 직선적이다. 슬라브식 솔직담백일까.
베토벤 소나타 16번, 쇼팽 전주곡 작품 45번과 소나타 3번 등 자신의 녹음 궤적을 연주회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13일 오후8시 LG아트센터.
그 나흘 뒤에는 198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였던 스타니슬라브 부닌(40)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지난해 임동민·동혁 형제가 3위 공동 입상하며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콩쿠르. 부닌은 당시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등극했다.
그가 올해 탄생 250주년인 ‘모차르트의 해’를 맞아 5월 17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이에른 쳄버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협연한다. 그동안 독주회는 몇 차례 있었지만, 부닌이 한국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 바이에른 쳄버는 ‘코지 판 투테’ 서곡과 교향곡 41번 ‘주피터’ 등 모차르트의 곡으로만 연주회를 꾸민다.
(김성현기자 [ danp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