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엔 왜 훌리건이 없을까

때 잘 만난 축구, 대영제국 따라 ‘세계화’
상하위권리그간 경쟁 활발 적자 안고도 확산
야구는 미국 세계 제패 늦은 탓에 ‘국지화’
구단 이윤 목적에 독점권 행사 폐쇄적
축구와 야구 둘다 열광하는 한국에 타산지석
한겨레 이길우 기자
▲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
스테판 지만스키·앤드루 짐벌리스트 지음.
김광우 옮김. 에디터 펴냄. 1만3000원.
축구와 야구.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현존하는 최고의 스포츠다.

월드컵과 메이저 리그로 대표되는 이 두 구기 종목에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다. 축구가 미국에서는 왜 인기가 없을까? 왜 야구는 유럽에서는 비인기 종목일까?

축구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야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카리브해 연안의 일부 국가들과 한국, 일본, 대만 등 일부국가에만 보급돼 있다.

흔히들 이런 답변을 한다. 야구엔 도루가 있어서 신사도를 중시하는 영국인들이 배척한다, 축구는 중간 한번밖에 광고할 시간이 없어 상업적인 미국 풍토에 자리를 못잡는다, 유럽인들은 하체가 발달돼 있어 야구보다는 축구에 유리하다, 농구나 야구보다 축구는 득점하는 것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므로 지루함을 못참는 미국인들의 성정에 맞지 않는다 등등….

두 경제학 교수의 스포츠 경제학


미국과 영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두 명의 교수가 축구와 야구의 시작부터 발전과정을 예리하게 추적하며 비교분석한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에디터)는 이런 물음에 해답을 주려고 애쓴다.

우선 왜 축구가 야구를 제치고 세계 모든 나라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됐을까.

축구가 전세계적인 스포츠가 된 것은 단순히 때를 잘 만났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870년~1910년 영국의 해외 진출이 대단히 활발해 세계 거의 모든 도시 사람들은 야구보다 먼저 축구를 접하게 됐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세계에 대한 지배력이 40년 정도만 빨리 시작됐더라면 축구보다 야구가 세계적 스포츠가 됐을지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광대한 식민지를 경영하던 영국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국가의 부유층 및 권력층 엘리트들과 우호관계를 맺는데 관심이 있었고,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이었다. 현재의 골프처럼 19세기의 엘리트 기업인들 간에 펼쳐진 축구는 기업활동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며 전세계로 퍼졌다.

축구 확산에는 축구를 정치 또는 민족주의와 동일시한 측면도 가세했다.

남미 여러 국가들의 독재자들은 인권탄압과 경제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축구 우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위대한 축구 선수’를 많이 보유했던 브라질과 아르핸티나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구단은 돈을 버는데 유럽의 유명 축구구단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에도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야구는 1850년대 미국의 중상류층의 레저스포츠로 등장했고, 곧 중하위층으로 확산됐다.

처음엔 회원의 사회적 위치에 관심이 많았으나 보편화되면서 신사적 행동보다는 우승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돈으로 하층민의 우수한 선수를 유치하면서 아마추어와 프로가 갈라졌고, 프로팀에서 화이트 칼러는 집행부, 불루 컬러는 종업원이 됐다. 선수를 장악한 야구 매니저들은 1876년 내셔널리그를 창설해 더 많은 이윤을 모색했다.

남미축구 꽃피운건 독재자 덕?

▲ 지난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우승한 영국 리버풀 선수들이 우승컵을 쳐들고 열광하고 있다.(위) 지난 2002년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에너하임 에인절스 선수단이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 축하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아래)
축구도 처음엔 야구처럼 신분을 중시하는 영국의 중상류층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야구와는 달리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관람료를 받고 선수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게 됐지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두 스포츠의 개방성 정도 역시 큰 변수가 됐다.

미국에서 발달한 야구는 폐쇄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구단들은 연고권(프랜차이즈)의 수와 위치를 면밀히 통제했다. 새로운 구단에 두둑한 입회비를 부과하고, 선수명부에 일정한 제한을 뒀다. 또 기업독점금지법상 여러가지 예외를 인정받으며 수익을 챙겼다. 반면 영국의 축구리그는 개방적이다. 상위리그에서 성적이 부진한 팀은 하위로 내려가고, 하위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팀은 상위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 새로운 팀들은 기존 구단주들에게 입회비를 지불하지 않고도 하위리그에 들어가 상위리그로 승격할 수 있다. 축구리그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상하위 리그간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성적이 부진한 팀은 시즌 말 하위리그로 떨어지고, 하위리그의 우수팀이 이를 대체한다. 이 승격과 강등 제도는 유럽스포츠의 가장 핵심적 특징이 됐다.

이로 인해 경쟁은 치열해 졌고, 대규모 클럽들은 장기간 독점력을 행사할 후 없게 됐다. 이렇게 개방적인 성격의 축구는 야구처럼 독점적인 이익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야구의 규제받지 않은 독점은 야구장 건설에 막대한 공적보조금이 투입되는 등의 과정에서 팬과 납세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또 축구의 무제한적 경쟁체제는 팀의 재정적 압박으로 이어졌다.

돈 페르 미국 야구선수협회 회장은 “야구산업에는 두 가지 불변의 진리가 있다. 공 던질 선수가 없는 팀은 없고, 돈 벌지 않는 팀도 없다”며 늘 적자를 불평하는 구단주들을 비아냥대기도 했다. 한국 야구 구단은 어떨까?

야구엔 훌리건이 없는 이유 역시 저자들은 명쾌하게 설명한다.

유럽과 남미 지역의 축구장은 대부분 대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슬럼화되고 범죄가 많은 곳으로 축구 폭력의 주동자인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야구장은 넓은 도시외곽에 자리잡아 가족 단위의 수준 높은 관중을 끌어 모았다. 야구장 소유주들은 관중이 최대한 돈을 쓰게 만든 반면, 축구장 소유주들은 이런 기회를 최소화했다. 야구장 소유주들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폭력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축구 구단주들은 훌리건을 저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일부 구단은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적극적으로 훌리건을 장려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재정적 위기에 처해있는 축구와, 장기적으로 팬들의 저변을 확대해야 하는 야구가 상호 취할 수 있는 교훈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세계적으로 축구과 야구가 동시에 사랑을 받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스포츠 팬이라면 흥미를 갖기 충분한 내용들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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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다만 우린 축구는 대표팀 축구만 좋아하죠?

이리스 2006-04-2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만 읽었는데도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드네.. ㅎㅎ

물만두 2006-04-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유럽사람들이 야구를 안좋아해서가 아닐까요^^:;;

라주미힌 2006-04-2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가 야구보다 세계적인 이유는..
전 단순하게...

축구는 공 하나면 22명이 놀 수 있지만,
야구는 ... 22명이 놀기 위해서는 (대략 인원만큼의) 글러브, 배트, '껌'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ㅎㅎㅎ.

그리고 수익성...
중계권하고 관련되어 있을 것 같거든요... 야구는 9회 중간중간에 광고를 넣을 수 있기 땜시 방송국에 더 많이 요구 할 수 있는데, 축구는 45분 전반 후에 딱 10분 정도 하고 없잖아요. ㅎㅎㅎ
시즌동안의 게임 수도 중요하잖아요.. 축구는 1주일에 기껏해야 팀당 2게임이지만, 야구는 팀당 150 게임 가까이 되고.

이리스 2006-04-2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ㅋㅋ 그러게 말이어요.
만두님 / 아하하핫...
라주미힌님 / 껌이 필요.. 하하하하.. 문제는 껌이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