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랭 드 보통을 부러워하는 이유를 딱 하나만 대보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겠다.

그의 고향이 취리히라서.

로스앤젤레스나 시드니를 고향으로 둔게 아니라 취리히가 고향이라서 말이다.

취리히에서 일반적인 중간 정도의 삶을 영위하는 것은 하위의 개념이 아닌, 인간의 존엄과 안락에 대한 중간 정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말 그대로 중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적 공간이나 시설이 그 자체로 영광스러운 구경거리가 되는, 차를 소유하여 낯선 사람들과 함께 버스나 열차를 타는 일을 피하고 싶은 욕구가 로스앤젤레스나 런던처럼 강하지 않은 도시(취리히의 최고 수준의 전차 네트워크 때문).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는 참 거리가 먼 도시, 언뜻보면 지나치게 깨끗하고 따분해서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도시. '자신의 내부가 흥미로워 굳이 도시까지 흥미롭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 정열의 샘에 가까이 있어 도시가 재미없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에게만 괜찮은 곳인 취리히가 고향이라서 부럽다.

지하철에서 20분도 안되는 시간에 후루룩 읽어버린 <동물원에 가기>를 읽고 부쩍,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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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8-3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만화책도 아닌데 20분밖에 안 걸려요?
내용이 없는건가요, 님이 속독인가요?

하이드 2006-08-3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런더너..

이리스 2006-08-3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 제가 지나치게 속독.. 한 거죠. 어떤 장은 넘어갈때까지 숨을 안쉰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
하이드님 / 두번째로 부러운점은 취리히가 고향이면서 동시에 런더너라는 점!

춤추는인생. 2006-08-3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서 이책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저도 꼭 읽어볼께욤.*^^*

마늘빵 2006-09-01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빨리 읽었는데 이 책은 좀 느껴줘야하는데.

치유 2006-09-01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후루룩 읽어지단 말여요??놀라워라..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이리스 2006-09-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 인생님 / 네, 한번 읽어보셔요~
아프군 / 느꼈어! ㅋ
배꽃님 / 아, 직업상 속독하는 버릇 때문에 말이죠. -_-

비로그인 2006-09-0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량이 짧은 걸 어거지로 책 부피를 늘였다는 악명이 자자했는데, 정말 그런지 약간 무서워지지만, 그래도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 때문에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이리스 2006-09-0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서점에서 읽으셔도 충분할 것 같아요. 읽고 난 후 소장하고 싶으면 그때 사셔요. 보통씨 책이라면 무조건 사고본다.. 시라면 뭐 두말할 것 없고요..

moonnight 2006-09-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꼭 읽어볼 테여욧!!! 전 낡은 구두님이 부럽슴다. 그정도로 속독에 능하시다니 +_+;

이리스 2006-09-0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나잇님 / ㅋ 부럽긴요. 다 직업병이어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