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랭 드 보통을 부러워하는 이유를 딱 하나만 대보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겠다.
그의 고향이 취리히라서.
로스앤젤레스나 시드니를 고향으로 둔게 아니라 취리히가 고향이라서 말이다.
취리히에서 일반적인 중간 정도의 삶을 영위하는 것은 하위의 개념이 아닌, 인간의 존엄과 안락에 대한 중간 정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말 그대로 중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적 공간이나 시설이 그 자체로 영광스러운 구경거리가 되는, 차를 소유하여 낯선 사람들과 함께 버스나 열차를 타는 일을 피하고 싶은 욕구가 로스앤젤레스나 런던처럼 강하지 않은 도시(취리히의 최고 수준의 전차 네트워크 때문).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는 참 거리가 먼 도시, 언뜻보면 지나치게 깨끗하고 따분해서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도시. '자신의 내부가 흥미로워 굳이 도시까지 흥미롭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 정열의 샘에 가까이 있어 도시가 재미없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에게만 괜찮은 곳인 취리히가 고향이라서 부럽다.
지하철에서 20분도 안되는 시간에 후루룩 읽어버린 <동물원에 가기>를 읽고 부쩍, 이런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