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2
박해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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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의 아파트 문화사를 다룬 책. 잡학적인 지식 습득보다 글쓴이의 독자적인 통찰과 사유를 기대했으나 글쎄, 지적 희열을 느끼기엔 박력이 떨어진다. 문학과 사회학의 이종교배를 시도한 1부 구성도 불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만약 재미를 노린 거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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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기와 삶 읽기 2 -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조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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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잠식하고 있는 우리 안의 식민지성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자신이 선 자리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이 결여된 채 자기 존재를 스스로 타자화시키는 지식인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상적 삶이 경험되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지식 생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거대 담론으로부터 배제된 주변성과 소수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전편에 이어 저자가 왜 이런 유형의 글쓰기를 지속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또한 남성성, 중심성, 근대성의 형식을 전복하는, 아버지의 언어로부터 벗어나 자기 언어를 되찾으려는, 대안적인 글쓰기 실험인 것.

 

저자의 학문적 여정을 따라가며 제3세계 주변부 지식인이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의식에 동참하다 보면 새삼 나의 가난하고 미약한 그러나 유일한 글쓰기 공간인 이곳 알라딘 서재에서 나는 앞으로 어떤 글쓰기를 해나가는 게 좋을까 하는 물음도 가져보게 된다. 일상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소소한 자기성찰적 글쓰기도 좋지만, 솔직히 털어놓으면 한편으로 이곳에서만큼은 지리멸렬한 일상과 분리된 채 고결한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싶은 허영심이 있기도 하다.

 

시시한 구체성만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어려운 책을 탐사하며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고 내 안의 관념성을 한껏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 조금이라도 높이 날아올라보고 싶은 마음. 그것이 비록 얄팍한 지적 허영에 불과할지라도. 아마도 저자는 바로 그런 꿍꿍이야말로 ‘겉도는 말, 헛도는 삶’의 전형이라고 비난할 테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라니 역시 나는 이 책을 뼛속 깊숙한 곳까지 절절하게 읽지는 못한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여담인데, 일전에 읽은 세라 블레퍼 허디의 <어머니의 탄생>(사이언스북스, 2010)에 경제 능력을 갖춘 여성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인류학적 사례로 물질하는 제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몹시 신기했던 적이 있다. 아니, 어떻게 이 여자는 제주 해녀들의 사정까지 알고 있담? 이 책을 읽고 나서 의문이 좀 풀렸다. 조혜정의 박사 학위 논문을 참고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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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16-09-15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이렇게 책표지가 권위적이고 엄숙하고 추상적이냐. 책의 내용을 배반하는 끔찍한 디자인이다. 저자의 표현을 다시 돌려주자면 이거야말로 `폰즈통에 김치를 담아 도시락 반찬을 싸가고, 화장실의 휴지가 식탁 위에 올라 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 `일관성 있는 스타일과는 무관한 절충주의와 혼돈의 상태`가 아닌가. 이 책이 재판 발행된다면 부디 유쾌발랄한 책표지이기를 바란다. 복고풍 서체에 팝아트 디자인이 괜찮겠다. 패션 못지 않게 철학도 스타일의 완성은 디테일에 있다고.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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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에서 저자는 철학자와 하녀 사이의 교통을 얘기하지만 글쎄 내 얄팍한 경험으로는 ‘순수한 철학자들’ 속에서 피어나는 진리가 있고 ‘순수한 하녀들’ 속에서 피어나는 진리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각각은 서로 섞이지 않는, 질적으로 상이한 차원의 진리인 것 같다. 냉탕과 전혀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온탕이 비로소 온탕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갖고 또 냉탕은 냉탕대로 그렇듯이. 교통에의 가능성을 타진하기보다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 몸담그면서 감각의 저릿한 분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회의와 번복 속에서의 진자운동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질까.

 

2 앞서 읽은 <상류의 탄생>이 미국의 밝고 훌륭한 면을 보여준다면 이 책에 나오는 미국은 자못 음산하다(아래). 신문도 그렇겠지만 책도 마찬가지로 기저에 깔린 정치적 논조가 상반되는 책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양쪽 모두 끄덕이며 감탄할 만한 꺼리가 있다.

 

신자유주의 정부들은 대체로 탈규제를 통한 시장의 자유화, 공적인 부문의 대규모 민영화 등을 추진한다. 다만 정부의 역할을 최소로 한정하는 고전적 자유주의 이념과 달리 신자유주의 정부는 매우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 시장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하지만, 시장을 위한 개입은 매우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이때 정부가 빈번히 표방하는 것이 법치주의다. 정부가 법질서를 지키자고 말하는 게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문제는 법질서에 대한 강조가 시장 자체의 실패(사회적 양극화, 빈곤층의 확대)에서 파생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공안(公安)의 시각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

 

(...)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맞물려 위와 같은 이유로] 수형인구가 폭증하면서 미국의 교정시설은 크게 부족해졌다. 정부는 이 문제를 민영교도소를 세워서 해결하려고 했다. 민영교도소 설립은 공공 부문의 지출을 줄이려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이념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 1983년에 세워져 미국 최대의 민영교도소가 된 미국교정기업(CCA, Corrections Corporation of America)은 1990년대 후반에는 뉴욕증권시장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국 5대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될 정도였다고 한다. (...) 공적인 것의 민영화, 시장의 효율성, 모든 것을 상업화하는 정신의 극한에서 하나의 수익모델로서 ‘인간 수용소’가 출현한 셈이다. (...) 수용소가 정치적 권력이 아니라 자본의 수익과 관련 있는 산업이 되었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p.181~182

 

3 그런데 책을 왜 이렇게 맥아리 없이 만들어 놨는지. 불필요한 띠지와 책싸개를 없애버리고 책표지 하나만 빳빳한 걸로 붙여놨어도 좋았을 텐데. 내구력이 너무 떨어진다. 시간을 쪼개 며칠간 여기저기 갖고 다니면서 읽다보니 금새 헌책 같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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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의 탄생 - 내면의 품격을 높이는 일상의 매뉴얼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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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주의적 관심으로 집어든 책이었으나 뜻밖의 울림이 있었다. 아무래도 나 같은 부류를 겨냥한 제목인 듯. 상류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상류란 무엇이며 상류가 되기 위해 고양해야 할 자질과 덕목이 무엇인지, 그러한 덕목들을 현재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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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저 사회학30선
다케우치 요우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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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읽기 쉽다. 피터 버거, 우에노 치즈코,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폴 윌리스, 이반 일리히, 앨리 러셀 혹실드, 로버트 퍼트넘 등을 소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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