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 영화 속 서양미술사, 르네상스 미술부터 팝아트까지
한창호 지음 / 돌베개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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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딱 반만 이해했다고 할까?
이야기의 소재는 제목이 시사하듯 영화와 미술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영화가 미술을 어떻게 차용하는가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여기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들을 못봤다는거다.
어진간한 영화광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본다 하더라도 그 영화들을 참고 견디며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대충 이름만 알거나 한 편쯤 본 영화감독들이
파졸리니, 타르코프스키, 펠리니, 피터 그리너웨이, 팀 버튼, 데이비드 린치, 고다르, 안토니오니,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에릭 로메로, 마틴 스코시즈,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그래도  반쯤은 이름은 들어봤네...
저 중에 한 편이라도 영화를 본 감독은 7명이다. (우와 생각보다 많다.)

근데 이 책에 나오는 영화는 하나도 본게 없다. ㅠ.ㅠ
봤던 다른 영화들의 그 지겨움과 난해함을 생각한다면 별로 보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난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을 3번이나 봤지만 볼 때마다 부분 부분마다 잤기 때문에 도대체 본건지 안본건지 알수가 없다.)

그럼에도 책은 꽤 재밌다.
심지어 이 책을 보고 나면 이 영화들도 좀 다른 시각으로 꽤 재밌게 볼수도 있지 않을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해서도 미술에 대해서도 어렵게 얘기하지 않는다.
영화나 미술이나 그들이 내거는 주제의 심각함에 비해서 쉽게 쉽게 설명하는게 이 책의 강점이라고나 할까?
그의 미술에 대한 핵심적인 말들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눈에 보이는듯하다.

안토니오니의 <태양은 외로워>는 키리코의 그림속 풍경과 닮았단다.
풍경을 정물처럼 정지된 상태로 그려 기묘한 고독과 외로움을 전달하던 키리코의 그림속 풍경은 그대로 안토니오니의 영화속 풍경이 된다.
그럼으로써 이해할 수없는 삭막한 풍경들의 연속인 영화의 라스트 신은 그 의미가 이해되어진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다시 본다면 이번에는 졸지 않고 영화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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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2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는 그냥 맘 편하게...1박 2일로 본다는 생각으로 보시면
나름대로 재미있답니다...^^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하고 요리사 도둑.......둘 다요..^^

바람돌이 2006-09-2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1박2일요? 그런 마음으로 보면 괜찮을수도 있겠군요. ^^ 요리사 도둑.... 은 그래도 뭔가 알것같기도 하고 했는지 그래도 잠은 안왔는데 영국식 정원은 정말 졸려 죽겠던데요. 저는 1박 2일이 아니라 한 3박 4일은 돼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ㅎ
 
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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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책을 대하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슨 대하소설도 아니고 엄청난 두께의 책이 3권이라니?
이거 추리소설 맞아???

하지만 일단 책을 잡으니 무서운 속도로 빠져들수밖에 없게 하는 흡인력에 스스로 놀라게 되다니....
1권에서는 도대체 이런 희대의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은 누구이며 어떤 인간들일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고.....
2권에서는 범인의 심리와 범행과정을 ?아가면서 궁금증은 풀리지만,
새삼 내가 살고있는 세상에 대해 가공할 공포에 ?기게 된다.
그럼에도 진범은 세상에 밝혀지지 않고 전혀 엉뚱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에 의해 사건은 다시 반전을 거듭한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진범을 위한 완벽한 무대를 제공한다고나 할까?
3권에서 펼쳐지는 진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속에 또다시 불행한 희생자가 나오고....
세상은 진범의 연극을 위한 완벽한 무대로서의 역할을 한다.

엄청난 길이에도 불구하고 매권이 모두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또한 분량이 긴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지만 그 속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희생자든 희생자의 가족이든 심지어 범인조차도.....
모두가 사회의 피해자라고 얘기하는건 어쩌면 책에서 누누히 얘기되다시피 아주 무책임할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그저 내던져진 사람들 하나 하나가 나의 모습인듯 연민을 자아낸다.

이 책의 강점은 또한 남은 사람들의 슬픔과 상처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일게다.
혹시 내가 이랬더라면의 끝없는 자책에서 벗어날 수 없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은
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같이 아프게 한다.

또한 범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매스컴의 상업성과 사람들의 도식적인 반응이 얼마나 피해 당사자들을 아프게 하는지도 놓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지금의 우리가 사는 사회를 벌거벗겨놓았다고나 할까?
머리로 아는 세상이 갑자기 거대한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갑자기 이런 세상에 산다는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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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9-2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2부는 좀 지루한면도 없지 않았지요? ^^
아~ 바람돌이님이 이 책 다 읽으셨다니, 제가 왜 더 좋을까요. 헤헤

바람돌이 2006-09-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권에 비해서 2권이 긴장도가 좀 떨어졌던 건 맞는 것 같아요. 책 읽는 속도가 2권에서 조금 늦춰졌으니.... 하지만 3권을 생각하면 아마 2권쯤에서 조금 쉬어주느게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저도 하이드님과 같은 책을 즐겁게 봐서 기분이 좋네요. ㅎㅎㅎ

반딧불,, 2006-09-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이게 그렇게 재밌어요?

바람돌이 2006-09-2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반딧불님!!! 하기야 워낙에 취향이라는게 다양하긴 하지만 왠만하면 다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9시 좀 넘어서 "엄마 저 소리가 뭐야? 무서워"라는 아이들에게
"음 저건 바람 소리야! 지금 바람이 너무 빨리 달려서 힘들어서 그러는거야"라며
겨우 재웠다.

이제 알라딘 들어가야지 하고 컴을 켰는데 이게 왠 일?

인터넷이 안된다.

태풍때문인가?

할 수 없이 TV를 켰다.

근데 그것 조차도 처음엔 그냥 화질 상태가 안좋더니만

좀 있다는 나왔다 안 나왔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파란 바탕화면만 나타나더만....

이건 책 좀 보라는 하늘의 계시야!

보고있던 오쿠다 히데오의 '라라피포'를 마저 다 읽고,

새 책을 들고 얼마 안돼

갑자기 암흑천지....

정전이 돼버린거다.

바깥을 보니 다른 곳은 다 괜찮고 우리 아파트만 정전이다.

그것도 앞동은 괜찮고 우리 동만......

이건 오늘 특별히 일찍 자라는 하늘의 계시일까?

태풍 산산히 왜 우리집만 치고 가는거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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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9-1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사그라 진다고 하던데.........
지금은 괜챦으시가여?

가랑비 2006-09-1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놀라셨겠어요. 덕분에 일찍 푹 주무셨나요?

가랑비 2006-09-1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1101

왠지 갈무리해줘야 할 것 같은 숫자... ^^


물만두 2006-09-1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은 심했다지요. 많이 놀라셨을텐데 지금은 괜찮나요?

세실 2006-09-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 계신곳도 태풍의 피해가 있으셨군요.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이제 좀 잔잔해 졌죠?

바람돌이 2006-09-1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사실 마음구석으로는 아침까지 바람 많이 불어서 휴교령 안 내릴가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다구요. ㅠ,ㅠ 아침에는 바람이 거의 잦아들었네요.
벼리꼬리님/뭐 이런 태풍이야 늘 지나가는거니까 별로 놀라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이 바람소리가 워낙 심하니 좀 불안해 하긴 하지만..... 엥 괜찮아 보이는 숫자 캡쳐도 감사합니다.
물만두님/그게 완전 바닷가에 사는 집들은 이래 저래 걱정이지만 저 있는 곳은 또 안쪽이니 그냥 태풍오면 밖에 안나가야되겠구나 정도예요. 그래서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서 콕 박혀있었다지요.
세실님/피해라기엔 좀 그렇죠? 그냥 일찍 자라는 계시쯤.... 어쨌든 오늘은 별로 피곤하지 않고 가뿐하네요. ^^

Mephistopheles 2006-09-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말이죠..바람이 하도 빨리 달리다 쉬고 싶었는데요 쉬는 동네에서 가장 인심 후한 건물에 머물러서 그런거래요...믿거나 말거나지만요...=3=3=3=3=3

가랑비 2006-09-1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21111

아싸~ 꼭 잡고 싶었어요! ^^


바람돌이 2006-09-1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제가 창문을 열어둘걸.... 바람이 쉬어가겠다고 문을 두드리는데 매정하게 문을 꼭꼭 닫아두었었군요. 이런.... 담부터는 잘할게요. ㅎㅎㅎ
벼리꼬리님/오랫만에 오셔서 숫자까지 잡아 주시다니..... 사랑해요.... ^^

sooninara 2006-09-2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그 동만 정전이라니..무섭네요^^
냉장고 속은 무사했나요?

바람돌이 2006-09-2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뭐 정전이 그리 많이 오래지는 않았던 듯 냉장고는 무사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냉장고에 뭐 없어요. ㅎㅎㅎ

반딧불,, 2006-09-2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21213

이쁜 숫자죠??


바람돌이 2006-09-25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장이 놓치는 숫자를 예쁘게 잡아주신 반딧불님 감사합니다. ^^
 
 전출처 : 바람구두 > 개항도시 인천, 옛 모습 탈환 대작전

개항도시 인천, 옛 모습 탈환 대작전
만국 공원 새단장, 서양식 근대건축물 5동 2011년까지 복원 추진 … 역사문화의 명소 ‘부푼 꿈’
인천=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 자료제공=인천학연구원
“이미 전화(戰禍)로 烏有化한(폐허로 변한) 유서 깊은 건물 중에 가장 뇌리에 살아남는 것을 들라치면 서슴지 않고 인천각(仁川閣)을 지적할 것이다. 아름다운 다각형 지붕 위 짜르르 윤이 흘러내리는 새빨간 기왓장이며, 복잡한 굴곡의 새하얀 벽면과 엇비슷이 두 쌍 세 쌍 바다를 향하여 매어 달린 창(窓)과 창의 잊을 수 없는 향수여!”

인천시의 만국공원 복원 예정도.

시조시인으로 광복 직후 인천의 근대건축물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기록한 최성연 선생의 ‘개항과 양관역정’(1958)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서 ‘인천각’이란 1905년 건설된 존스턴 별장을 말한다. 기와지붕을 얹은 유럽 양식의 석조건물이었던 존스턴 별장은 ‘개항도시’ 인천의 랜드마크였다. 배를 타고 인천항으로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응봉산 언덕 위에 자리한 이 별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별장은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을 두 시간 앞두고 진행된 함포사격에 의해 재와 먼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 존스턴 별장이 복원된다. 인천시는 100년 전 개항기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자유공원(옛 각국공원)과 그 주변에 열강들이 지었던 근대건축물 5개 동을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역사성, 건축성, 관광자원 가능성, 복원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정된 복원 대상은 존스턴 별장, 세창양행 사택, 알렌 별장, 영국영사관, 러시아영사관 등.

인천시 중구 응봉산 언덕 위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1888년 조성된 한국 최초의 공원으로 처음에는 각국공원으로 불리다가 이후 서공원, 만국공원, 자유공원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이하 조선인들이 가장 즐겨 부르던 이름인 ‘만국공원’으로 칭한다). 지난해 철거 논란이 일었던 맥아더장군동상이 바로 이 공원 안에 있다.

만국공원이 옛 모습으로 단장되고 근대건축물들이 복원되면 우리도 일본 요코하마의 야마테 지구나 고베의 기타노 지구와 같은 개항기 역사문화를 간직한 명소를 보유하게 된다. 조선 땅에 서양 문물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만국공원이 바라보고 있는 인천항으로, 이 일대는 새로운 근대문화가 조선 전체로 퍼져나간 ‘문화 발신지’라고 할 수 있다.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김창수 박사는 “자유공원은 ‘다문화의 평화로운 공존’을 나타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21세기에도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당시 중구 일대는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쪼개졌는데, 만국공원은 각국 조계(租界)지역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각국 대표가 참석해 조계지역의 운영과 치안, 도시계획 등을 협의하던 ‘제물포구락부’가 이 공원을 조성해 운영했다. 조선에 진출한 서구 열강들의 평화로운 ‘공존지대’였던 셈이다.

만국공원은 경성 사람도 자주 찾던 관광명소

처음에는 주로 외국인들이 이 공원을 드나들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선인들도 즐겨 찾았다고 한다. 경인철도를 타고 인천에 놀러 온 경성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들르던 관광명소. 하지만 이곳은 차별의 설움을 감당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공원과 건축물을 건설할 때 주로 일본인과 조선인 인부들이 동원됐는데, 조선인은 일본인과 똑같은 노동을 하고도 임금차별을 겪었다. 당시 일본인 목수와 미장꾼은 일당으로 70전을 받았는데, 조선인은 3분의 2 수준만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일본인 짐꾼의 일당은 50전이었는 데 반해, 조선인 짐꾼의 일당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23전이었다.

복원될 근대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면 당시의 시대상이 읽힌다.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최성연 선생의 ‘개항과 양관역정’에 나오는 내용이다).

옛 존스턴 별장 자리에 세워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먼저 세창양행 사택은 1884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세창양행은 독일 함부르크 상인 에드워드 마이어가 설립한 무역회사로, 직원 사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현재 맥아더장군상이 있는 자리에 이 사택을 지었다. 당시 조선인들 사이에서는 쉽게 무뎌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세창바늘’이 대단한 인기를 누렸는데, 세창양행이 바로 이 바늘을 팔던 회사다. 세창양행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재정차관 10만냥을 제공하기도 했고 1886년 ‘한성주보’에 최초의 신문광고를 싣기도 한, 우리에게 의미가 남다른 서구 회사였다.

현재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이 서 있는 자리에 위치했던 존스턴 별장의 주인은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상하이에서 항만건설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번 제임스 존스턴이다. 그는 여름철을 보내기 위해 이 별장을 지었다. 존스턴 별장은 존재 그 자체로 ‘다문화’를 웅변했다. 설계는 독일인이 맡았고 건축자재와 가구는 영국에서 가져왔으며, 붉은 기와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공수해왔다. 실내 조각장식은 존스턴이 직접 중국에서 데려온 12명의 1급 중국인 조각가가 맡았고, 인부로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동원됐다. 이 별장의 건축비는 35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는데, 당시 인천 최고 갑부의 전 재산이 35만원이었다고 한다.

존스턴은 여름철마다 상하이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이 별장으로 와 머물렀다. 아예 기선 한 척을 통째로 세내어 많은 군중을 데려온 적도 있는데, 그중에는 개, 고양이, 중국인 아이들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월미도 포구에서 바라본 1907년 당시 인천항 풍경.

한 모퉁이를 둥근 탑으로 쌓아올려 작은 돔을 세운 것이 특색인 알렌 별장은 주한 미국공사이자 선교사이며, 한국 최초의 현대식 병원 광혜원을 설립한 알렌의 별장이었다. 아관파천으로 상심한 고종황제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알렌 별장 바로 옆 부지에 피서용 이궁을 지으려 했다가 러일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이 있는 자리에 위치했던 영국영사관은 붉은 단층 벽돌집으로 정원이 특히 아름다웠다고 한다. 1903년 건축된 러시아영사관은 다소 성급하게 건축됐다. 당시는 러일전쟁의 전운이 감돌던 때로, 러시아는 커져가는 일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서둘러 인천에 영사관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1905년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만국공원 일대의 ‘평화로운 문화 공존’은 점차 와해돼갔다. 열강이 떠난 근대건축물은 일본 차지가 됐고, 광복 후에는 미국 몫이 되었다가 6·25전쟁 당시에는 북한군에 의해 점령됐다.

복원 예정 근대건축물 세부 사항
  존스턴 별장 세창양행 사택 알렌 별장 영국영사관 러시아영사관
건립 연도 1905 1884 1893 1897 1903
멸실 연도 1950 1950 1956 1950년대 1974
멸실 사유 인천상륙작전 함포사격 인천상륙작전 함포사격 소실 6·25전쟁 당시 없어짐 철거
현재 상황 자유공원 내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자유공원 맥아더장군동상 부근 화단 부지 인천 전도관 파라다이스 호텔 상업건물
의의 인천의 랜드마크, 인천의 상징물로 기능 인천 최초의 서양식 건물 고종황제의 이궁 예정지 옆에 세워짐 영국영사관으로 발전에 중요 역할 수행 인천해관, 러일전쟁, 제물포 해전 관련한 역사적 장소
주요 기능 별장, 여관, 고급식당, 장교 숙소 외국인 주택, 인천부립도서관, 인천시립박물관 별장 영사관 체신국 출장소, 미국 철도 수송대 등

  

러시아영사관의 옛 모습.

1904년 2월 러일전쟁이 터지자 러시아영사관은 일본군에 의해 포위됐다. 러시아 공사 파브르프는 인천항에서 쫓겨나다시피 고국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그는 닷새 동안 배 안에서 러시아 거류민, 부상병 등이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출항했다. 이후 러시아영사관은 일본군 철도수송대 사무실 등으로 이용됐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패망하자 인천에 있는 독일인들의 재산이 동결됐다. 세창양행 사택에 거주했던 독일인 파울 슈르바움은 1916년 일본군에 의해 쫓겨나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떠돌았다고 전해진다. 존스턴 별장은 독일인과 결혼한 존스턴의 딸 월터 부인이 재산 동결로 경제적 고충이 심해지자 일본인 히로자와에게 4500원이라는 헐값에 팔아넘겼다. 히로자와는 조선 총독이었던 사이토 마코토 자작에게 이 별장을 뇌물로 바칠 생각이었는데, 거절당하자 다른 일본인에게 매각했다. 이후 존스턴 별장은 해방될 때까지 ‘인천각’으로 불리며 고급여관 겸 요정으로 사용됐다.

존스턴 별장, 인천 점령자들에게 최고 인기

인천의 근대건축물 중 가장 아름답고 전망이 좋았던 존스턴 별장은 인천의 점령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물인 듯하다. 광복 이후 이 별장은 미 군정청이 점유해 독신장교 숙소로 사용됐고,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주요 간부 숙소로 활용됐다고 한다.

영국영사관의 옛 모습.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는 현재 인천시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4월3일부터 열흘 동안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던 ‘만국공원의 기억전’에는 13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전시를 주관한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현재의 자유공원이 과거 이러한 역사를 가진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어 뜻 깊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인천문화재단은 5월1일부터 인천터미널 역에서 추가 전시회를 열었다. 상지대 조우 교수(관광개발학과)는 “연간 인천을 찾는 관광객은 1000만 명 수준인데, 월미도와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등을 돌아본 뒤 실망감만 안은 채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근대건축물들이 복원되면 개항기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어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인천에 소재한 재능대학 손장원 교수(실내건축디자인과)는 “벽돌 한 장 남아 있지 않은 100년 전 건물을 다시 짓는다는 것은 껍데기만 만들어놓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영국영사관, 러시아영사관, 알렌 별장 등은 만국공원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도 만국공원으로 옮겨와 복원한다는 것은 단순한 관광단지 개발에 불과한 것 같아 아쉽다”고도 덧붙였다.

이제 우리도 근대의 시발점이었던 100년 전 개항기 역사를 간직한 ‘특별한’ 공간을 갖게 될까.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사뭇 기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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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사진 : 바람구두(인천광역시립박물관에서)

벽돌 한 장, 설계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건물을 복원한다는 다소 무리해 보이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아무리 근대건축물의 복원이라지만 단지 사진 몇 장으로 증거되는 건축물, 그것도 식민시절의 추억을 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곳이 과거의 만국공원, 현재의 자유공원이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자유공원에는 맥아더 동상이 있고, 이 동상을 철거하기는 커녕 옮기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꿈수를 두는 셈인데... 물론 나는 맥아더 동상이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편이긴 하다. 그러나 우스운 건, 현재의 식민지성 혹은 불구성을 감추기 위해 과거의 불구를 찾아 제자리에 돌려두는 일은 과연 옳은가? 본질적으로 과연 얼마나 다른 일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이 풀리지 않아 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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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 > 앙코르 가기 전 책 몇권 추천해드립죠.

제가 읽은 책이 몇권 안되는지라,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앙코르 가기 전, 혹은 가서 읽을 책 몇권 추천해드립니다.

http://www.aladin.co.kr/blog/mylibrary/wmylist.aspx?MCID=2136431

위의 리스트.는 ilovecambodia.com 에서 보고 참조하고, 내용 요약한 리스트인데,
캄보디아. 관련 거의 모든 책.을 망라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중에서 제가 골라 골라 읽은 것이 몇권 있구요.

한권만 읽으셔야겠다면,


  ' 앙코르와트의 모든 것' 을 추천합니다.
  제목이 너무 적나라한가요?
 사진이 모조리 흑백이라 맘에 안드나요?
 

 각각의 유적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물론이고,
 앙코르와 관련된 책들의 발췌부분도 알차고,  
굳이 컬러가 아니어도 좋은 흑백사진들도 보기에 좋습니다.
빨간색의 컬러가 주.인데, 사진 옆 설명.들이 빨간 박스에 들어가 있고,
각단락의 제목이 빨간 박스에 들어가 있으며,
각 단락/유적마다 '포커스 하이라이트'가 빨간 색으로 본문 옆에 강조되어 있습니다.

캄보디아/앙코르의 현재에 대해서도, 근대사에 대해서도 사진과 설명이 아주 친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나 유적지에 대한 일화들도 사진자료와 함께 잘 소개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때 쥐약.인것은 '재미없음' 인데, 작가의 필력도 나쁘지 않아
앙코르.를 모를때에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앙코르.를 탐험하면서는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두권을 보신다면

 유재현의 '메콩강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를 추천합니다.
 유재현님의 글은 쿠바사진에세이 '느린 희망'을 읽고 믿음 가지고 이 책도 샀는데,
 '느린 희망' 보다 훨씬훨씬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실, 이 책은 앙코르.를 가거나 말거나,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본에 하루키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유재현이 있다! 라고 ( 최소한 여행기에서는)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납니다. 하루키의 유유자적 작가적인 여행기들에 비해, 유재현님은 뭐랄까, 소외되고 아픈 곳을 담담하게 기록하는 여행기.입니다. 유머! 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어떤 상황에서라도. 가끔은 감정적이지만, 대부분은 담담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의 이야기입니다. 캄보디아.를 알기 위해, 베트남.과 태국. 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역사를 볼 때 일본과 중국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는 것처럼요. 도올의 '앙코르와트, 월남 가다' 를 읽고 그 오만에 한참 신물날때 이 책을 읽어서 더욱 더 훌륭하게 여겨지는 책입니다.
유재현님이 직접 찍은 사진들. 유적지에 대한 자세한 얘기 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소회들, 그 나라의 역사, 정치,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많은 유적지.들에 체하기 보담은 이 책에서 본 유적지는 유독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세권 이상을 보신다면

 

 

 

 

김용옥 도올의 '앙코르와트, 월남가다.' 는 베트남 얘기 반, 앙코르와트 얘기 반. 이 아니라,
대부분 '앙코르' 이야기 입니다. 도올에 면역이 있으신 분이라면, 유적지 정보, 건축물 이야기, 신화 이야기 등에 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가끔 뜬금없이 끌어다붙이는건 정말 재섭죠. 두권으로 나눈 것도 불만.
역시나 도올이 직접 찍었다는 사진(컬러입니다) 은 의외로(?) 괜찮습니다. 책은 작고 얇은 하드커버. 두권! 도올이 일주일 여행하고 쓴 여행기( 부럽기도 하고, 일주일.만큼이다 싶기도 하고)

윌리엄 쇼크로스의 '숨겨진 전쟁' 은 퓰리쳐상 후보에도 올랐던 영국 저널리스트, 윌리엄 쇼크로스의 책입니다. 원제는 키신저, 닉슨의 캄보디아 침공. 인데요, 베트남 전쟁이야 널리 알려졌지만, 그 과정에서의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에 대해서는 그로인한 많은 민간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 직후 폴포트의 킬링필드탓으로 대부분 돌려졌습니다. 그에 관한 리포트. 인데, 첫장부터 꽤나 긴박한 것이, 베트남전조차, 영화.나 책.으로만 접한 저에게는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이 어마어마하게 불합리하고, 억울하고, 야만적인 전쟁. 으로 느껴지더군요. 정확한 시간, 작전명, 관련된 실명들이 시간별로 급박하게 진행되어, 단숨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씨엠립의 외국서적의 캄보디아 서적들 모아 놓은 곳에도 이 책이 (물론 영어원서로) 있더군요. '지금 한국번역본으로 읽고 있다' 고 하니, 책파시는 아주머니가  ' 아주 좋은 책이다' 를 몇번이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종류의 책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캄보디아 통인 김주환 기자의 번역으로 소개된 귀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 다만, 앞의 서문들, 추천사들은 좀 오버;;)

앙드레 말로의 '왕도로 가는 길'사야지 싶었던건 '앙코르와트의 모든 것'에 꽤나 여러장에 걸쳐 인용되었던걸 보고 나서.입니다만, 앙드레 말로가 젊은 시절 반테이스라이.의 부조( 압사라상)을 밀수하려다 잡혔던 기억을 토대로 쓴 소설.이라지요. 실제로, 살아있는듯한 앙코르 유적의 부조들이 그 경험이야 치사했건 어쨌건간에 '고전'의 반열에 든 대작가의 필치로 살아 있지요.
유재현님이 이 책을 보고 막연히 앙코르.에 가고 싶다. 고 꿈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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