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전쟁과 분단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불행은?
그건 아마도 이념이 인간을 삼켜버린것일게다.

적과 나의 이분법,
내가 아니면 적이다.
고로 나를 제외한 모든 너는 적이므로 해서 죽거나 고통당하거나 그것은 너의 잘못이다.

어떤 시기에 자신의 이념을 위해 생명을 거는 모습은 아름다워보인다.
혁명을 위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
태백산맥에서 염상진의 모습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아름다울 수 있는건 혁명이 인간을 위한 혁명일때이다.
이념을 위한 이념, 체제 유지를 위한 이념이 될때는 어느쪽도 인간이 희생된다.
적이라는 이름으로....
남과 북이 그렇게 다를까
아마도 둘 다 이념을 위해 어떤 의미든 체제유지를 위해 인간을 희생시키는 길을 걸어왔다는 것에서는 같으리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완전히 파괴된 삶속에서 장기수분들이 삶의 한자락을 붙잡을 수 있는건 자신이 믿었던 이념과 사상을 지키는 것 외에는 없었으리라....
이때의 이념은 그분들의 생존수단이다.
그것마저 무너진다면 그 1평도 안되는 공간속에서 어떻게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분들에게 사상을 지키는건 삶의 마지막 희망 한자락이었을 것이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에 의해 집요하게 전개된 전향공작은 바로 그 삶의 마지막 숨결을 거둬가고자 하는 행위였다.
몇 안되는 소수의 최소한의 생명줄도 끊어버려야 할 정도로 지독하게 잔인한 사회.
어떤 융통성도 허용되지 않고 모두가 나와 같아야한다는 그 무시무시한 아집.

책속에 윤혁의 마지막 남은 삶을 구원해주는 보육원의 원장이 보낸 편지에 테레사 수녀의 시가 등장한다.

난 결코 대중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잇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는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사람이 통계숫자로 전환되지 않는 것.
하나의 개인의 특별함을,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것.
소설속의 박동건이 윤혁은 허구의 인물일수도 있지만 또한 허구의 인물일수 없음을 우리 모두는 안다.
이념의 이름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짓밟는 사회는 이제 여기에서 끝내자고,
더 이상 이런 소설이 안 쓰여져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작가가 정말 얘기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었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6-09-2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께 감사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