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1>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드르이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위에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
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
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
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
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
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
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
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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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현씨의 쿠바 여행기 <느린 희망>을 읽으면서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났다.
그래 내가 원하는 나라는 이런거였어
택도 없는 환상이라 말 듣겠지만 그래도 꿈꾸는건 자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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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6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6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9-2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넵!! 알겠습니다.

바람돌이 2006-09-2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어쨌든 희망이 있다는게 다행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