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오쿠다 히데오에 완전히 필이 꽂혔다.
공중그네에서는 꽤 괜찮네정도였고,
남쪽으로 튀어에서 우와 죽인다를 연발했다.
아직도 3달이나 남은 올해를 남겨두고도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로 남쪽으로 튀어를 일찌감치 올려놨다.

그리고 <라라피포>
a lot of people(발음이 빨라서 제대로 못알아들으면 라라피포로 들린다나?)
그래 세상에 참 사람 많지....
근데 그 사람들 중엔 슬프게도 잘난 사람보다는 못난 사람이,
잘 풀리는 사람보다는 더럽게 안 풀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게 저 말의 참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들이 바로 그들이다.
바로 정말 질기게도 안 풀리는 인간들.
어찌나 안풀리는지 슬프기보다는 차라리 우습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유쾌해질수가 없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프라이드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대인공포증 환자 스기야마 히로시가
윗방의 섹스 소리를 듣기 위해 의자위에 올라가 아주 힘겨운 자세로 천장에 귀를 대고 있는 모습은
웃기기 그지 없지만 유쾌하지 않다. 눈물겹도록 서글프기도 하다.
한마디로 불쌍해 죽을 지경이다.

사는게 왜 이럴까?
사는거 뭐 별거있어라고 말하면 끝나는건가?
책속의 주인공들 모두 참 별볼일 없지만 그래도 참 나름대로는 열심히들 산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미래는 별로 밝아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한없이 우울할 수  있는 이들의 삶을 작가는 왜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표현해야 했을까?

정말로 그냥 사는게 별거 아니니 그냥 살아가라고....
자 여기봐라.
다들 별 볼일 없지?
그러니까 너 혼자 불행하다고 난리치지 말고 한 번 살아보라고!!!
너의 슬픔과 고통이 남들한테는 웃기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단 말야...
뭐 이런 외침인가?

사람은 늘 넘쳐나게 많고 세상은 그렇게 그냥 살아지는거다?

오쿠다 히데오는 결코 아주 낙관적인 작가는 아니라고 봐진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그의 눈은 따뜻하고, 인간의 상처를 어떤 식으로든 어루만져주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공중그네처럼 직접 의사가 되어 그 상처들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남쪽으로 튀어처럼 세상이 바뀔거야 안 바뀌면 폭파시켜 버릴거야라고 협박을 날리기도 하고,
그리고 라라피포처럼
그냥 아무 말없이 어깨 한 번 만져 주는것으로 상처를 안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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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7-03-2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딱 이런 책을 찾고 있었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