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하핫, 일찌감치 쓰겠습니다.  체육대회 1등하신 님의 기쁨에 기대어, 저도 체육대회 때의 추억을 더듬어 보려고 해요.

초딩 시절에는 체육대회가 곧 운동회였죠.

6학년 때의 일입니다.

저학년(대략 2학년 정도로 보였어요.) 여학생 하나가 점심 시간에 뒷뜰(?)에서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헌데, 동그랗게 원을 그렸는데 마치 콤파스로 그린 것처럼 너무 동그랗게 그리더라구요. 신기해서 한참을 보았죠.  마음이 맑아서일까? 라고, 열셋인 제가 아홉살 꼬마애를 부러워 했답니다.

그리고 바로 뒤, 친구랑 까불며 놀다가 실수로 발로 툭 찬 돌맹이가, 옆에서 돗자리 깔고 앉은 어느 가족의 김밥 통 속에 골~인 해버렸어요. 죄송합니다! 백번 외치고 도망쳤지요.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해요(>_<)

그날 오후 달리기 경주에서, 우리 줄을 보니 모처럼 잘 뛰는 애들이 없는 겁니다. 제가 체육을 몹시 좋아하고 또 잘했는데, 달리기는 절대로 못했거든요.(몸이 무거워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3등 안에 꼭 들어보리라! 라고 필승의 각오를 다졌죠.

헌데, 자기네 반에서 달리기 못하고 뒤늦게 끼어든 한 친구가 있었으니, 옆반의 달리기 명수였던 겁니다.  이 친구가 거짓말 좀 더 보태서 제 두배 덩치였거든요. 내심 불안했죠.  전 진짜 단 한번이라도 팔뚝에 1.2.3등 스탬프 찍어보는 게 소원이었으니까요.

준비, 땅! 하고 총소리가 울리고, 우리 9명(원래 8명이 뛰어야 했죠.ㅡ.ㅜ)이 뛰어 나가는데, 코너를 돌 때 공간이 너무 비좁은 거예요. 그리고 그 친구의 파워에 밀려 제가 넘어졌답니다.  등수 안에 들기는커녕 무릎만 와장창 까져서 돌아왔어요. 아픈 건 둘째 치고 너무 억울했죠. 뭐, 그 친구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3등 안에 들었을 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래서 초딩 6년부터 고딩때까지 달리기 잘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용...

고딩 때 체육대회 때는요, 고딩 수준에 맞지 않게 모래 주머니로 박 터트리기를 했다죠.

준비 땅! 소리와 함께 달려가서 상대쪽 박을 마구잡이로 모래 주머니 던져 터트리면 이기는 건데, 상대 쪽에서 달려오던 여학생이(여고였어요) 제 목을 손톱으로 촥! 할퀸 겁니다.

트허... 놀랐드랬지요.  경기는 졌고요..;;;;

양호실에 가보니 손톱 자국에 피까지 나왔더라구요.  무서웠어요. 흡혈귀도 아니고...;;;;;;

대학교 때는 체육대회는 아니었지만, 축제 때 체육대회 비스무리한 코너가 있었거든요. 이름하여 '돼지 잡기'였어요.

이때의 돼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 '돼지'였답니다. 1등이 돼지구요. 그리고 닭 10마리를 풀어놓았다지요.

그거 잡으면 잡는 사람이 임자였어요. ㄲ ㅑ ㅇ ㅏ....

잡기는커녕 도망다니느라 혼났어요. 무슨 돼지가 그리 빠른지..ㅠ.ㅠ

돼지몰이 하는 학생들 피해 달려오는데 덮치는 줄 알고 정말 무서웠어요.

결국 다른 과 학생이 그 돼지 잡았답니다. 어떻게 처리했을 지 저두 궁금해요(>_<) 닭과 함께...;;;;

총학생회 누군가의 아이디어일 텐데, 참... 미웠어요^^;;;;

으하핫, 아마도 그때는 억울하거나 기막혔거나, 황당했거나 했을 기억들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니까 다 즐거운 추억으로 느껴지네요.  이벤트, 참가합니다. ^^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시장미 2006-11-0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안녕하세요? :) '돼지잡기'를 하셨다니에. 깜짝 놀랬어요. ㅋㅋㅋ

마노아 2006-11-02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붉은가시장미님^^ 누구 아이디언진 정말 튀었죠. 아... 그 돼지 너무 무서웠어요ㅠ.ㅠ

Mephistopheles 2006-11-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상상하기도 싫은 막걸리 더럽게 먹기...장면이 생각해버리고 말았습니다..우엑!

마노아 2006-11-0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하핫...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그 장면이군요! 으... 저도 싫어요ㅡ.ㅜ

2006-11-02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11-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돼지를 잡다니.... ㅎㅎㅎ
저도 달리기 끝내주게 못했어요. ^^

마노아 2006-11-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생각하면 돼지 잡기가 웃긴데, 그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웰컴투 동막골의 멧돼지 장면이 생각나요^^;;;

라주미힌 2006-11-0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진짜 돼지를...

마노아 2006-11-05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잊지 못할 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