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2 - 박노자 교수가 말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박노자씨의 책을 읽을때면 나는 가끔 해보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이 파란눈의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거나 동남아시아나 남미의 사람이었다면... 그래도 그의 글이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논객의 대접을 받고 할 수 있었을까?(책을 읽다보니 뒤쪽에 실제로 나같은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던진 학생이 있더만....) 한겨레 21을 통해 그의 글을 처음 접했을때 사실 나 역시 그의 특이한 이력 - 오리지널 백인이면서 한국으로 귀화한 -에 끌렸었다. 그가 만약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귀화인이었다면 나 역시 그렇게 쉽게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글들을 읽었을는지는 알 수없다.

박노자 그가 말하고자 하는것. 그것은 바로 대다수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 편견과 편견으로 인한 폭력에 대한 비판이다. 그의 비판은 그 스스로가 한국인이라 생각하기에 조금도 외부인의 체면치레나 외교적인 언사가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라는 인간속에 축적된 한국이 아닌 다른 문화의 경험덕택에 보다 객관적이고 명쾌하게 한국사회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여기서 객관적이라 함은 누구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제반 문화에 대해 일정의 거리두고 바라보기에 그가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남의 눈의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안보이는 법이니까....)

박노자는 박통을 늘 다카키 마사오라 부른다. 그가 박통을 박정희가 아니라 다카키 마사오라 부르는 것은 박통의 친일 경력때문이 아니다. 사실 식민지 시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다른 친일파들에 비하면 그의 업적(?)은 사실 미미하다고 할 것이다. 박통이 박정희가 아니라 다카키 마사오인 이유는 박통이 만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일본 군국주의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본군국주의의 군사문화와 억압적 폭력적 통치체계가 여전히 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노자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1편에서 박통정권의 해부에 그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했던 것일게다.

박통이 이 땅에 심어놓은 일본군국주의에 대한 논의는 2권에서 보다 더 폭넓은 영역에서 짚어진다.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뿌리박은 군사문화의 획일성 억압성이 어떻게 아직도 우리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기 위해 인간의 외면을 규율하는 복장의 규격화 획일화는 아주 빠른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이 그래도 나아졌다고 자부할 때 여전히 우리는 중학교 아이들의 복장부터 그들을 억압하고 있다. 누구나 상식처럼 생각하지 않나? 어릴때는 순수한 모습 그대로가 예쁜거야... 화장은 무슨... 머리도 단정하면 예쁘지...이런걸 상식이라고 하지 않고 억압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있는 박노자는 그래서 고맙다. 나의 진보성이란게 어느 수준인지를 자각하게 해주니까....

최근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낱낱이 보여주게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 역시 그의 비판의 칼날을 비켜가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가 되려면 진정한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교육과 문화가 몽땅 아시아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만이 서구 제국주의가 저지른 역사적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나자신이 벌거벗기워 지는 기분이다.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부끄럽다고 끝내버리는데 그의 글의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판은 쉽다.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나가는게 진정한 비판이다. 그는 끊임없이 한국사회의 대안을 모색한다. 그러므로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그러므로 유쾌하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넘어 우리들의 대한민국으로 바뀌는 그날 아마도 우리는 백인이 아닌 흑인 박노자, 또는 동남아시아 출신이나 남미 출신 박노자를 만날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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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6-02-05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비판은 쉽지요^^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나가는게 진정한 비판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었던 때가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바람돌이 2006-02-0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2권은 1권보다 새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더 성숙해진 느낌이랄까.... 이 책 읽으면서 박노자라는 사람이 참 낙관적인 사람이구나 하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의 그 낙관의 힘이 저에게도 전염되는 느낌이랄까.... ^^

딸기 2006-02-1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합니다. :)

바람돌이 2006-02-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