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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2 - 21세기, 희망의 미래 만들기, 개정판 ㅣ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2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비교하는 대상은 바로 현재 중학교 교과서다. 그리고 나의 수업이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은 끊임없이 어지럽다. 기존의 교과서와 서술이 어떻게 다른가? 이 자료는 어떻게 써먹을까? 이 그림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스캔을 하는게 나을까 아니면 디카를 쓸까? 하여튼 머릿속이 시끄럽다.
나는 적어도 내게서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이 '강한 것이 아름답다'느니 잘살고 부자인것이 세상의 다라느니 하는 사고방식만큼은 안가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끊임없이 '다름'에 대해서 얘기한다. 세상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으며, 또 그 다름을 차별의 근거로 활용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폭력적이 되는지를 가르치고 싶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큰다면 한달에 단 돈 만원이라도 정기적으로 자신과 다른 세상을 위해 내놓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것이 얼마나 거창한 소원인지를 나는 안다. 그럼에도 이런 꿈이 없다면 아마도 나는 교사라는 이자리에 더 이상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교과서가 얼마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지식만을 제공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얼마 없다. 다만 내 머리속에서 파편화되고 제 멋대로 널려있던 것들이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기존의 교과서가 산업혁명의 성과와 그것이 유럽의 국가들을 어떻게 살찌우는지만 얘기하면서 식민지에 대해서는 식민본국의 원료공급지와 공산물 수출지의 역할을 했다는 어렵고 애매모호한 말로 넘어간다면 이 책은 실제로 그것이 식민지 민중들의 삶을 어떻게 피폐화시켰으며, 제국주의 국가 내의 노동자와 민중들의 처지는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같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사의 다른 면들을 빠뜨림 없이 채워주어 아이들과 토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혼자서라면 찾기 힘든 자료들이 한 곳에 망라되어있는 이 기분이란....
결국 이 책은 내가 해야할 수고를 엄청나게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며 나같이 평범한 교사에게는 안내서가 되어줄 책이다. 결국 나 편하게 됐다는 얘긴가? ^^
1권과 달라지는 점은 문화재를 만나는 꼭지가 없어지고 시대와 만나다라는 꼭지를 새롭게 실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빛과 그늘을 얘기하고 오언의 사회주의적 실험이 되었던 현장을 만날 수 있으며 그외에도 기존의 역사 교과서에서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다루지 않았던 세계사의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나머지 여성의 역사와 청소년의 삶과 꿈은 그대로 있으면서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더 피부에 와닿는 얘기거리들을 제공한다.
내년에 다시 세계사 수업을 하게 된다면 수업자료들을 몽땅 다시 만들어야 할 듯.... 아마도 꽤나 바빠질 것 같다.
덧붙여 - 중국의 역사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인명표기를 중국원래의 발음대로 표기를 했는데 이게 기존의 표기와 좀 달라서 -기존의 표기는 한자음을 우리나라식대로 그대로 읽는 경우가 많아 - 좀 헷갈렸다. 새로운 표기 옆에 작은 글씨로 이전의 한자음 표기를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든다면 태평천국의 '홍슈취안'은 옆에 작은 글씨로 '홍수전'이라는 식으로 써주면 하는거다. 워낙 오랫동안 익숙했던 인명들이라 읽다가 많이 헷갈렸다.
하나 더 -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교사들을 위해 이 책의 도판 자료들을 cd로 제작해 판매할 생각은 없는지.... 전국의 학교들에서 이 책이 교과서로 자유롭게 채택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건 힘들거다. 그렇다면 이 책의 활용을 위해서 도판자료를 cd로 제작해 판매해준다면 아주 아주 많은 도움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