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이란 책을 참 인상깊게 읽었었다.
그 책의 저자들 중 한 명인 조혜란씨가 쓴 책 <옛 소설에 빠지다>를 읽었다.
아 근데 정말이지 이렇게나 많은 우리 옛 소설이 있는지 몰랐다.
옛 소설이라면 춘향전, 심청전... 이런거였는데 이토록 다양하고 이토록 흥미를 끄는 소설이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
멋지게 수다를 떨며 옛 소설을 소개해준 조혜란씨는 아마도 이 책에 유혹받아 옛 소설들을 독자들이 찾아보기를 바란거였겠지?
이 책을 보면서 꼭 보고싶어진 소설들 - 열심히 찾아놨다가 하나씩 하나씩 보물을 꺼내보듯 읽을테다.

김시습 <금오신화>
이건 정말 유명하지... 고등학교때 달달 외웠으니까?
근데 그 때 정말 내용이나 알았을까?
그냥 귀신과 인간의 사랑얘기를 다룬 최초의 한문소설 어쩌고 저쩌고... 에휴~~
이 책에서 소개한 <이생규장전>
이생과 최소저가 서로를 유혹하는, 아니 최소저가 먼저 이생을 유혹하고 이생이 그에 화답하는 멋진 시를 여태 몰랐다니..
이생은 좀 괜찮다가 찌질했다가 하는 것 같은데 최소저의 사랑이란 얼마나 강인하고 멋진지 천천히 음미하며 봐줄테다.
<소설(掃雪)> - 눈을 쓸며 사랑을 얻다
조선 중기 임방이 쓴 <천예록-조선시대 민간에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에 실려있는 한문소설.
이 글 하나를 보려 이 책 전부를 읽어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조혜란씨 소개 작품 중에서도 가장 내 맘을 확 끌어당긴 이야기란 말이다.
전혀 조선스럽지 않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틀을 확 깨버리는 인물설정, 기녀와 아들의 사랑을 끊어버리고 싶지 않아 아들에게 결정권을 주는 아버지, 그런데도 철딱서니 없는 도령은 그깟 사랑때문에 대장부의 길이 꺾이다니오 큰소리치다가 진정 이별이 무엇인지 깨달은 후에 한 걸음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열정이라니...
연애소설이면 이정도는 돼야지 암.... ^^
요즘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이옥.
그 이옥의 <심생전>과 작자미상의 <운영전>이 실려있다.
앞의 <소설>과 같이 읽으면 재밌을 듯...
조선시대에 사랑 이야기가 이토록 많았다니 역시 사랑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최고의 이야깃거리인듯하다.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혼이다.
조선사회의 성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는 두 여성 - 남자처럼 입신출세를 원하는 방관주라는 여성과 조선시대가 강요하는 시집살이의 삶에 부정적인 영혜빙이라는 여성, 이 둘이 주변의 눈을 속인채 혼인을 하고 부부의 이름으로 각자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조선시대에 이런 소설이 쓰여지고 읽혀졌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사람사는 세상이란 역시 한 두개의 잣대로 재단되어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되새긴다.

평안도 지방의 한 남성이 겪은 병자호란 이야기 <김영철전>
말달리고 활쏘기를 좋아하던 한 청년이 전란에 휩싸이면서 그의 모든 삶이 파괴되고 뒤틀리는,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전라도 지방에 살던 한 가족이 겪은 임진왜란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최척전>. 그 배경이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전체를 다룬다는게 궁금해지는 소설.
<오유란전>이 읽고싶은데 이런 책밖에 없다.
중고생이 꼭 알아야할 어쩌고 하는 책 안좋아하는데...ㅠ.ㅠ
이생과 김생이라는 두 양반의 성장소설?
하지만 소설속에서 흥미있는 인물은 오유란이란 기생이다.
양반청년을 유혹해 결국 가지고 노는 오유란이란 인물의 묘사가 궁금한데 결말이 영 마음에 들지는 않을듯하나 그럼에도 보고싶은 소설.
그 외에 <옥루몽>도 살짝 관심이 가기는 하나 5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양덕분에 살짝 비켜가고 싶은 책. 5권의 그 방대한 서사를 몇몇 스토리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 없을터이나 그럼에도 딱히 관심이 가지 않는 스토리이면서 저 방대한 양이란....ㅠ.ㅠ
어쨌든 조혜란씨의 책 덕분에 오늘도 보관함은 배가 잔뜩 부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