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쟁이 며느리 옛이야기 그림책 6
신세정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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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표지그림 예술이다.
도대체가 방귀쟁이하고는 전혀 상관없을듯 한 저 맵시하며...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방금 빠져나와 매무새를 가다듬는 듯하다가 또 약간은 익살스러워 보이는 저 모습이 방귀쟁이 며느리의 표지라니...
방귀쟁이 며느리야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니 굳이 이 책을 안 사도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아이들에게 몇번이나 해준 얘기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산건 순전히 저 표지 때문이다.

첫 장을 펼치면 처녀시절의 곱디고운 그녀가 나온다.
약간 얼굴을 붉히고 나무에 기대있는 곱디고운 처자.
근데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배경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나뭇가지는 툭 끊어지고 새들은 추락하고 꽃이란 꽃은 몽땅 시들어버렸다
뭘까? 정말 왜 이렇지?
진짜 방귀때문???

두번째 페이지에서는 방안에 곱게 앉아 수를 놓는 그녀
그런데 그녀의 방귀소리에 집안 사람들이 기겁을 한다.
딱 김덕신의 풍속화 <파적도>의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얼굴 표정도 포즈도 얼마나 절묘하게 닮았는지...

그림:Kim.Deuksin-Paseokdo.jpg

드디어 시집을 가게 된 방귀쟁이 처녀!
시집을 가며 그녀가 느끼는 불안이 전체 블루톤으로 묘사된다.(아 이 블루의 색감이라니...난 왜 이런 색감에 열광하게 되는지...)
더불어 대문밖의 노란 불빛속 떠들석하니 즐거운이들과  대비되어 더욱 뚜렷이 부각된다.
나도 모르게 정말 결혼해서 방귀를 못뀌게 되면 어쩌나 안타까움까지도 느껴지다니...

결혼한 방귀쟁이 며느리
그러나 방귀를 뀌지 못해 참아야 하는 생활속에 얼굴은 갈수로고 누렇게 뜬 메주덩어리처럼 되어가고 포즈는 갈수록 가관이다.
똥꼬를 부여잡고 온몸을 뒤트는 포즈라니... 이 장면에서 우리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그리고 드디어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방귀를 맘껏 뀌어대는 며느리의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자지러지고 만다.
그 해방감 가득한 표정이라니...
모든 것이 넘실넘실 날아다니는 한 순간의 환상적인 공간이 정말 자유롭게 펼쳐진다.
뽕 부-웅 소리와 함께.... ^^

그리고 정말 난장판이 돼버린 집안과 얼굴색은 돌아왔으나 고개를 못드는 며느리!
다시 한번 이제는 시댁을 떠나는 며느리의 모습과 마음은 앞의 장면보다 더 짙은 블루톤으로...
그리고 나귀를 타고 친정으로 향하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모습, 길가의 모습, 나귀를 탄 시아버지의 모습은 어딘지 김홍도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배나무 아래 앉은 모습은 이교익의 <휴식>이라는 그림을 본딴 것이라는데 이건 검색을 해보고 알았다.


이번에는 배나무의 배를 떨어뜨리기 위해 방귀를 뀌는 며느리의 모습
지난번과 달리 이번의 방귀소리는 더 다양하다.
뿌웅뽕빵뺑삥~~~
그리고 그녀의 표정도 더 이상 주눅들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세상을 모두 안을듯한 당당함으로 가득차 있다.
그녀의 넓은 붉은 치마폭과 거기서 나오는 가지들이 어쩌면 여성의 생명력 그 자체라고 할만하다.

결국 시댁으로 다시 돌아가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그녀의 이야기.
이야기는 잘아는 이야기지만 중요한건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림하나 달라지면서 훨씬 풍부한 얘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다니....
구름빵 이후 가장 경이롭게 본 그림책에 너를 올려주마!
내게는 올해의 그림책으로 등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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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김득신의 저 그림 제목을 <파적도>로 알고 있는데 사계절 책 소개에는 <야묘도추>로 나온다. 리뷰를 쓰고 난 이후 책소개를 봤는데 순간 다른 그림인줄 알았다는... <야묘도추>는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쳐가다"라는 뜻이고 <파적도>는 "정적이 깨지는 순간의 그림"이란 뜻인데 둘 중 어느게 더 운치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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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창비 '재밌다 우리 고전'시리즈인줄 알았더니 사계절 신간이군요.^^
바람돌이님 리뷰가 너무나 맛나요~ ㅎㅎㅎ

바람돌이 2008-12-09 00:52   좋아요 0 | URL
지난번에 사계절판 여우누이도 정말 좋았는데 이번 방귀쟁이 며느리도 너무 좋아요. 이러다 사계절 옛이야기 그림책 다 모으게 생겼어요. ㅠ.ㅠ 그래도 아직은 몇권 안되는지라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ㅎㅎ

bookJourney 2008-12-09 02:22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창비 시리즈인 줄 알았어요. '역시 우리고전 시리즈를 사야 하나?'라면서요. ^^; 바람돌이님 덕분에 좋은 책 알고 갑니다. (__)

바람돌이 2008-12-11 01:25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도... 윽네 우리고전 시리즈는 초등 3,4학년은 돼야 할 것 같고 요건 6세이상이에요. 정말 딱 그림책.

미설 2008-12-0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이번 달 주문 하면서 아이들 옛이야기 그림책 찾아 헤맸는데... 아흑 아까워요. 다음달에 잊어먹지 않고 주문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ㅠㅠ

바람돌이 2008-12-09 01:12   좋아요 0 | URL
사계절에서 나온 그림책들이 정성이 가득하더라구요. ^^
그리고 얼마전에 개똥이네 놀이터 이벤트 상품으로 받은 옛이야기보따리 시리즈는 그림책은 아니지만 전래동화를 진짜 구수하게 풀어내서 한편씩 읽어주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네요. ^^

조선인 2008-12-09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무조건 보관함 직행입니다. 장바구니 직행은 산타 선물 땜시 안 되요. ㅠ.ㅠ

바람돌이 2008-12-11 01:26   좋아요 0 | URL
앗 산타선물 저도 고민인데... 올해는 우리집 녀석들 선물 고르는데 너무 오래 걸리네요. 밤마다 생각만 한대요. ^^

조선인 2008-12-11 08:44   좋아요 0 | URL
마로는 아코디언과 나무피리를 골랐구요, 해람이는 생뚱맞게도 파워레인저입니다. @.@

바람돌이 2008-12-11 23:51   좋아요 0 | URL
생뚱맞기는요. 애들이 파워레인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우리집 애들조차 한동안 파워레인저에 뽕갔었답니다. ^^

마노아 2008-12-0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저도 이 책 보관함에 있었는데 불을 마구 붙이시는군요! 아 , 우린 모두 함께 타오르고 말 거예요. 지름신에!

바람돌이 2008-12-11 01:27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런 예쁜 빨간색에 좀 열광합니다. 예쁘잖아요? ㅎㅎ

하늘바람 2008-12-0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옛그림으로 대단한 책이네요 정말

바람돌이 2008-12-11 01:2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옛그림이란거 몰라도 즐거워하네요. 실제로 파적도에 나오는 저 장면에서 아이들이 참 많이 웃더라구요. 발상이 즐겁고 그림도 훌륭하고 왜이렇게 좋은 그림책이 많을까요? 하늘바람님의 그림책도 빨리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