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는 다른 유럽과 다르게 대형 온천이 많다.
원래 그랬던건 아니고 16세기 오스만제국이 헝가리를 점령하면서 오스만 문화가 이식된것이다.
이때의 오스만제국은 질풍노도로 발칸반도를 점령하고 이어 헝가리를 점령한 후 빈을 공격했다.
기적적으로 빈이 방어에 성공하면서 오스만의 진격은 멈췄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헝가리의 온천문화, 오스트리아의 커피와 카페문화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로마시대에는 공중목욕탕문화가 발전했고 온천 휴양도시도 발달했었는데 로마 멸망 이후 거의 없어진 문화가 되었다.
이유는 추측컨대 일단 인간의 벌거벗은 욕망을 죄악시했던 기독교의 영향이 있었을거같고, 현실적으로는 작고작은 봉건 영주의 땅들로 나뉘어진 중세시대에 대규모의 온천을 유지할 능력이 안되었을듯하다.
1월1일 새해를 온천에서 보내고자 가장 크고 유명한 세체니온천으로 향했다.
이곳에 달때는 지하철 1호선을 타는데 런던 지하철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건설된 지하철이다.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역도 작고 기차칸도 작으면서 빈티지한 매력이 듬뿍이다.
세체니 온천에 도착하자 입이 딱 벌어진다.
규모와 화려함이 장난 아니다.
내부가 복잡한데 안내는 잘 안되어 있어 쬐끔 헤매다가 야외 온천탕에 가니 사진에서 보던 풍경이 펼쳐진다.
다만 엄청나게 날씨가 흐리고 겨울이라 수증기가 엄청 피어올라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는 않는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와 온천욕은 매력적이었다.
엄청나게 넓은 욕탕에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둥둥 떠 있는것도 재밌는 풍경이다.
그런데 진짜 독특한 가족 발견!
러시아쪽같은데 아버지가 10대의 아들딸을 앞에 두고 온갖 제스처를 써가면서 30분 넘게 설교 중.
온천에서 수영복입고 물에 들어가 30분이 넘는 설교라니...
내용이 뭔지는 전혀 알수 없으나 아버지 앞에 진짜 다소곳하게 서서 진지하게 경청하는 아들, 듣고는 있으나 짜증 만땅으로 삐진 딸. ㅎㅎ
아버지가 대단한건지 아이들이 대단한건지... 음... 둘다 대단하다. ㅎㅎ
그리고 처음으로 느낀게 한국어가 굉장히 낮고 다소 거칠게 들린다는 것이다.
고개만 돌리면 어디선가 온갖 언어들 사이에서 한국어가 들리는데 성조가 거의 없는 한국어는 매우 투박하게 들렸다
성조있는 언어들 시끄럽가는 생각만 했는데 무수한 성조언어들 사이에서는 한국어의 투벅한 울림은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