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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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를 보다가 우연히 대만의 소녀임신문제에 대한 논쟁을 보았다.
TV속에서 보여지는 대만은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나았다.
혼전임신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무료로 진료를 받고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는 전용병원이라도 있었고, 그들에 대한 실제적인 성교육-가령 콘돔의 사용방법같은-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대만의 정책도 충분한 것은 못되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임신을 하게된 여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대만이나 우리나라나 일단 임신을 하게 되고 그것이 학교에 알려지게 되면 그녀는 더 이상의 학교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대만은 적어도 이런 상황의 문제점에 대해서 사회적 토론이 되고 이슈화가 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결국 학교와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하고 말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의 임신문제는 심각할 지경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인 공론의 장으로 나오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문제로서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되어 임신한 소녀를 죄인으로 낙인찍는다.
동시에 그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고 나면 그녀는 더이상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포기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의 교육의 의무를 지고 있으며 동시에 헌법에서 행복추구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임신한 소녀들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늘 무책임한 생명존중 교육이니 청소년의 건전한 교제 어쩌고 하는 말만 되풀이 되고 있다.

자 당신에게 물어보자.
만약에 말이다.
당신의 어린 딸이 누군가의 교제에 의해 예상치 못한 임신을 했다면 당신은 어쩌겠는가?
우리 딸은 그럴리가 없다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웃기지 마라. 청소년의 성의식은 우리 같은 어른들이 따라잡을 수없을 정도로 개방적이 되어가고 있다. 당신의 딸도 예외는 아니다.
만약 임신한 아이가 나의 딸이라면 혹은 나의 학생이라면 나는 아마도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아이들 데리고 병원으로 가 낙태를 시킬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부모와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낙태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엉망이 되어버릴 소녀의 삶의 저울질 하면서 나는 아마도 소녀의 삶이 더 무겁다고 결정지을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명의 존중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면 그 아이를 낳아기를 수 있는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줘야 하지 않는가?
TV속에서 대만의 학부모와 교사들은 만약 아이를 낳은 소녀들의 학업을 계속 인정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청소년의 성관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들은 아마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듯하다. 그렇기에 정상적이라고 그어놓은 선을 벗어난 아이들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선언할 수 있을테니....

아이들에게 생명존중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그것은 무지한 성관계와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예측할 수없도록 한다.
다만 임신에 대해 태아에 대해 죽을 것 같은 죄책감만 가져다줄뿐...
같이 병행되어야 할 것은 실질적인 성교육이고,
동시에 소녀들에게도 낙태가 살인이라는 의식을 주입할 것이 아니라 낙태 역시 그녀의 삶의 한 권리임을 가르치는 것, 동시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녀들이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갖고 다시 학교에 복귀하는 것이 그렇게도 말이 안되는 일일까?

책속의 주홍이는 혼자 고민을 싸안고 혼자 괴로워하다가 결국 죽음을 택한다.
한 생명의 죽였다는 죄책감은 결국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것으로 갚은 것이다.
주홍이의 부모도 교사도 누구 하나 그런 주홍이를 막지 못한다.
당신은 당신의 딸이 주홍이와 같이 되기를 바라는가?

임신의 고통으로 자신의 아이를 쥐라고 여기고,
낙태의 고통으로 자신의 생명을 죽이는 주홍이는 보고싶지 않다.
낙태도 자신의 권리로 당당히 받아들이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자신의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주홍이의 탄생은 언제정도면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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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9-2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시원한 리뷰네요.

바람돌이 2007-09-29 23:39   좋아요 0 | URL
리뷰만 속시원하면 뭐하겠습니까? 지금도 이런 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프레이야 2007-09-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리가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아니면 믿고 싶지 않아 외면하거나.. 꾸욱^^

바람돌이 2007-09-29 23:40   좋아요 0 | URL
문제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런 일이 자기 자식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거 같아요. 일부 문제가정, 문제아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니까 이 아이들을 나의 아이와 같은 맘으로 봐지지가 않는게 아니가 싶은....

대지의 마음 2008-01-10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너무 생명의 문제로만 자의식과 죄책감이 극대화되어 있어 속상했습니다. 아기를 가진 아이들이 갖는 진정한 문제는 그것에 국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설이 너무 매끄럽게 써지고 잘 읽혀지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순결의식과 퇴행적이고 겉으로만 보수적인 성에 대한 인식 문제의 후진성 모두 담아지지도 다루어 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다 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생명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는 지점으로 이야기가 집중되어서 이것도 아니의 사회적 편견에 다름아닌 것은 아닌가 하고 ... 어쨌든 글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08-01-12 01:3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만약 실제로 임신한 10대 아이가 이 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주홍이처럼 저도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건가? 뭐 그런 불만들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