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시 21세기가 좋다.
21세기에는 19세기보다 훌륭한 소설이 정말 너무 많다. ㅎㅎ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을 읽으면서 받은 고문을 치유시켜준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 P22

 어느 날 계단에서 크리시가 제러미에게 불쑥 말했다. "엄마소설이 잡지에 실렸어요!" 제러미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나는 시선을 피해야 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별거 아닌데 정말로 작은 문예지에 실린 거예요." 그가 말했다. "그러면……… 당신은 작가로군요. 예술가요. 나는 예술가들과 같이 일을 해요. 당신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난 줄곧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 P51

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는데, 장담하건대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냥 작가예요.
그게 다예요." 그녀의 말은 마치 고백처럼 들렸는데, 이전에 그사실을 들켰던 적이 내 느낌에는 있었던 것 같았다. 혹은
"그냥 작가"라는 게 그녀가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전부인지도몰랐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글을 썼는지 물었고, 그러자 그녀의얼굴색이 확연하게 붉어지더니 그녀가 손을 휘휘 내두르며 말했다. "저기, 그러니까, 책을, 소설 같은, 뭐 그런 정말로 대단치 않은 걸 써요." - P57

가끔 나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블랑시 뒤부아의 이런 대사를 썼다는 사실에 슬퍼진다. "나는늘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통해 여러 번 구원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그것도 범퍼스티커처럼 진부해진다. 나는 그 사실이 슬프다. 아름답고 진실한 표현도 너무 자주 쓰면 범퍼스티커처럼 피상적으로 들린다는 사실이. - P98

앞에서도 한 말이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집단보다스스로를 더 우월하게 느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아내는지가내게는 흥미롭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일어난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건, 나는 그것이 내리누를 다른 누군가를 찾아야하는 이런 필요성이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저속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P111

내가 말했다. "지난번에 그 여자분이 PTSD에 대해 말했던 거좀 그랬어요. 저도 놀라서 펄쩍 뛰었거든요."
세라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나도 봤어요. 자기가 받은 교육을 그런 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내리누르는 수단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음, 그런 사람은 그냥 형편없는 쓰레기예요." 그녀가 고단한 얼굴로 눈을 찡긋한 뒤 돌아섰다.
그뒤로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 P125

세라 페인이 우리에게 평가 없이 빈 종이와 마주하라고 말했던 그날, 그녀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 P138

 "이쪽이 루시." 그녀가 거의 농담처럼 덧붙였다. "루시는 출신이랄 게 없어." 나는 그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정말로지금도 그런 기분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출신이 없지는 않다고. - P174

이게 나야,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 일리노이 주 앰개시에는 가지 않을 거고, 내가 원하지않는 결혼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소규니아길거야!,라고. 이것이 그 냉혹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204

그럼에도 이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몰라의 이야기이자 내 대학 룸메이트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프리티 나이슬리 걸즈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엄마 엄마!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 것이다. 이 이야기만큼은 그리고 내이름은 루시 바턴이다. - P216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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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13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21세기 인간!ㅎㅎ

바람돌이님의 모든 리뷰 속에는 솔직한 감정이 담겨 있는 잔잔한 감동이 ^^

바람돌이 2022-11-14 15:22   좋아요 1 | URL
가끔 너무 솔직해서 저 욕먹을 때도..... 나이먹어서 안 그러려고 적당히 포장하려고 노력도 꽤 합니다. ^^

mini74 2022-11-14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루시 바턴 저도 넘 좋아요 *^^*

바람돌이 2022-11-14 16:29   좋아요 0 | URL
지금은 오, 윌링엄 읽고 있는데 이 시리즈 다 좋네요. 현재까지는 저는 중간에 모든것이 가능하다에 1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