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당시에 나왔던 구호 중 가장 인상적인건 역시 이게 나라냐다.

그런데 요즘 일본이 하는 꼴을 보면 딱 그 말이 맞는듯한 느낌은 나의 주관일까?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일이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이해하기 힘든 면들이 너무 많다.

예전에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외국인인 내게 일본인들의 친절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길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먼저 다가와서 뭘 도와줄까요라고 묻는 그들.

그런데 일본어를 무지 잘해서 일본인으로 보였던 내 지인은 독특한 경험을 했는데 서툰 영어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그토록 친절하던 그들이 유창한 일본어로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너무나도 쌀쌀맞았다는....

이게 한 개인의 경험일 뿐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이런 정서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어쨋든 이해하기 힘든 이런 일본을 알아야만 그들과 우리 사이의 새롭고 올바른 관계정립도 가능할 것인지라 작년에 이 책이 나올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바로 구입했었다. 이 책도 벽돌책인지라 전체 11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하루에 2장 정도씩 6일정도에 나눠서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다. 

내 관심은 오늘의 일본의 그 독특함의 기원과 연원, 그 내면에 깔려있는 일본인들의 집단 심성같은 것인지라 내 관심에 맞춰서 책 내용을 정리하자.


1장과 2장은 이 책을 읽기 위한 도입부에 해당한다.

1장 에도 시대 이전의 일본

2장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으로 본격적인 주제서술 이전에 대략적으로 일본의 역사를 다룬다.

깔끔하게 정리를 잘해서 간단한 일본사 개론으로 읽어도 좋을듯하다. 


관심을 끄는건 2장 에도막부에 대한 이야기다.

에도막부가 성립하는 1603년을 저자는 굉장히 중요하게 다룬다. 그것은 일본이 에도막부의 성립으로 근대적인 국가 시스템의 핵심적인 특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앙집권적 관료체제의 성리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일본이 독특한 민족문화를 완성해 일본적이라는 특징이 형성되기 시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막부는 성리학의 도입과 함께 각 신분에 맞는 행동양식을 세세히 지정하고, 현존하는 정치 질서의 틀을 벗어나는 행동이나 주장은 바로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도록 하는 사상을 의도적으로 보급시킨다. 

이런 억압적인 체제는 한편으로 매우 교묘해서 당분간은 성공적인 통치로 이어진다. 

또한 성공적인 통치 뒷편에서 지배층인 사무라이들은 사무라이 본연의 무예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이런 존재의 불안은 오히려 신분의 우월과 사무라이의 기풍을 완고하게 강조하는 쪽으로 강화되어 간다. 군사문화가 사회 전체의 지배이념으로 고착된다고 할까?

이런 전근대적인 막부의 통치방식과 새롭게 생겨나는 신흥 부르조아 계승 사이의 간극, 그런데 이 간극에서 부르조아들이 막부의 회유책에 의해 체제내화되어버리는 것 역시 일본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막부말 개항과 대정봉환, 메이지 유신 역시 혁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생활의 많은 것이 변했지만 실제 정치권력은 결국 지배계층인 사무라이 계층 내부의 이동에 다름 아니었으므로 혁명이라기보다는 쿠데타에 다름 아니었다.

일본인들을 지배하는 정통성에 대한 강박은 이 새로운 정권에게도 정통성을 요구했고, 그들은 그 정통성을 천환의 존재에서 가져온다. 메이지 유신의 여러 근대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천황이 직접 통치한다는 환상을 매개로 해야만 가능한 정권이었다는데서 그들의 과두정치체제로서의 위상이 있다. 

일본은 여전히 일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엘리트 지배층은 최소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점차 일본처럼변해왔다. 그것은 상존하는 모순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의동기를 스스로에게 숨기기 위한 심리적 곡예를 연마하면서, 동시에 그숨은 동기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 P39

하지만 헤이안은 정치적, 예술적, 사회적인 면에서 대륙의 모델로부터 갈라져 나와, 그동안 중국의 문화와 제도를 모방하고 흡수하던 것에서 발전해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해외의 제도를 소화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완전히 일본식으로 바꾸는 이러한 방식은 이후 일본 역사를 통해 계속 반복되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 P55

1603년은 또한 일본이 세계사의 거시적인 흐름으로부터 의도적으로스스로를 격리시키기 시작한 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유럽의 기술과과학, 제도와 정치사상이 그 흐름에 따라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었다.
그 결과, 16세기에만 해도 군사, 정치, 기술, 경제와 같은 분야에서 유럽국가들과 대등한 국력을 가졌던 일본이 19세기 중반에는 일부 핵심 분야에서 시대에 뒤처진다. 하지만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의 은둔은 매우 독특한 민족 문화를 발전시켰다. 단순히 미술, 음악, 언어, 문학같은 것으로 정의되는 문화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 제도의 총합으로서의 문화라는 면에서 그렇다. 일본의 문화는 서양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웃 나라의 문화와도 점점 더 현지히 다른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 P88

도쿠가와 가문은 세키가하라 전투가 끝나고 나서, 자신들의 승리가 완전한 것이며 앞으로는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음을 과시하기 위해 교토시내에서 3일 동안 10만 명의 병력을 행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막부의 관료들은 물리적인 위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현존하는 정치 질서의 틀을 벗어나는 행동이나 주장은 곧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도록 하는 사상을 의도적으로 보급시켰다. 그러한 도전을 자연 질서에 역행하는 금도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 P93

도쿠가와 막부는 1615년 오사카성 함락 이후에 성립된 권력질서를영원히 유지하고자 했다. 맨 아래 불가촉천민부터 맨 위 천황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복잡한 위계질서 안에 정해진 자신의 위치에서, 세세하게 부여된 직무와 의무를 수행해야 했다. 막부가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이러한 공식적인 권력관계는 향후 265년 동안 거의 변치않고 유지되었지만, 동시에 그 표면 아래에서 꾸준히 일어나던 변화를가리는 가림막 역할도 했다.
도쿠가와 막부 체제의 일본이 매우 억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근대의 감시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런 그기의 사회에서 이토록 억압이 만연했던 사례는 아마 역사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강권 지배는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 P97

사실 사무라이들이 무예를 실전에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실전경험이 역사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면서 사무라이들의 기풍은 역설적으로, 상관에 대한 절대적 복종, 어떠한 명령도 죽음을 무릅쓰고 따르는자세. 나약함과 물질적 편안함에 대한 경멸 등을 강조하며 점점 더 완고하게 군대식으로 변해갔다. 특히 마지막 항목은 정치적으로도 유용했는데, 사무라이 계급의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도쿠가와 막부의 첫 한 세기 반 동안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쌀로 지급되는 고정 급료에 묶여 있던 사무라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자신들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대부분 가져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무라이는 신분의 우월성에만 더욱 집착하게되었다.
- P101

외부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대 일본의 수많은 모순은, 에도 시대에 존재하던 공식적인 시스템의 구조와 실제 사회의 간극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20세기 말 일본은 역사상 가장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거둔 나라인 동시에 꽉 막힌 이름 없는 관료주의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한 오사카 상인 집안들과 점검 경직화되던 사무라이 계급의 선례를 생각하면 그다지 혼란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충성과 자기 부정을 광기의 수준으로까지 가져가면서(사무라이들의 자기희생 퀼트,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 과로사할 때까지 일하는 현대의 샐러리맨), 또 한편으로는 기괴한 비디오게임이나 헨타이(변태적 성욕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망가, 괴상한 패션으로 대변되는 엉뚱하고 전위적인 예술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뿌리도 에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이런 모순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모두가 겉으로만 중시하는 척하는 사회적 평화를 위해 유지하는 가면(다테마에建前)과, 믿을 만한 사람과 술 한잔 나눌 때가 아니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그 밑의 현실세계(혼네) 사이의 충돌을 묘사하기 위한 단어들도생겨났다. - P102

왜 일본이 자생적 부르주아 혁명에 실패했는가에 대한 대답의 일부는도쿠가와 막부가 잠재적인 반대 세력들을 회유했던 천재성에서 찾을 수있다. 이러한 회유의 정치 문화는 막부 멸망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일본 정치의 중요한 특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권층은 상인계급이 부의 축적을 통해 사무라이와 다이묘들에게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는 만사의 위계를 중시하는 그들에게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부가 상인들의 일에 직접 관여하고 나섰다면 절대 권력에 대한 잠재적 저항을 일깨워 유럽에서처럼 부르주아 단결의 도화선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 대신 막부는 이부분이 중요한 포인트인데, 상인 조합과 관련 단체들이 스스로를 자율감독하는 것을 전제로 그들을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이러한 자율 감독은 상업활동을 기존 권력 구조에 노골적인 도전이 되지 않는 암묵적인 테두리 안에 묶어두는 역할을 했다.  - P117

 하지만 정치 질서 자체가 신성하게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일본에 특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 P119

천황이 직접 통치한다는 환상과, 그런 환상을 이용해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두 집권층이 통치하는 정부라는현실 사이의 간극은 반세기 후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난을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새 집권 세력은 그 당시만큼은 그런 정치적 권위를 활용해불과 한 세데 만에 일본을 서구의 제국주의에 대항해서 이기기까지 하는 강대국으로 탈바꿈시켰다.
- P123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호랑이 2022-01-24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글을 읽으며 일본 에도막부의 성립과 도요토미 가문의 몰락을 구분지을 수 없고, 도요토미 가문의 몰락에서 임진왜란의 영향 또한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봅니다. 전후 도쿠가와 가문이 조선과의 통상 재개를 원했고, 임진왜란 당시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일본으로 건너갔음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근대화의 기틀은 조선의 영향이 컸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메이지 유신 뿐 아니라 일본 국가 체계를 정비하는 계기였던 다이카 개신 역시 백제문화의 영향을 컸음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를 대하는 저들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새로운 문물이나 패자 앞에서는 한없이 굴종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는 안면몰수하는 행태가 일본문화의 본질이 아니었으면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2-01-25 02:10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특징 중의 하나로 고유문화로서의 일본적인 것에 대한 고집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화든 다른 문화와의 교류나 영향은 기본적인 전제로서 이야기되는데 그점에서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문화를 들여오든 그것을 일본 특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어떤 고집이 있는듯해요. 때로 그것은 문화적 성취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일본의 나라나 교토를 갔을 때 일본 문화를 보면서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근대 이전의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고 지금의 태도를 논하는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따진다면 우리가 중국에 빚진 것은 일본이 우리에게 빚진것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ㅎㅎ
이 책은 본격적으로 일본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고, 1,2장은 앞으로의 논지 서술을 위한 다이제스트 정도의 내용인지라 일본인이라는 심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논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더 읽어봐야겠지요. ^^

희선 2022-01-25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 사람이 쓴 책이군요 미국 사람이지만 일본에 오래 살아서 일본을 알기도 하겠습니다 일본에 살았다 해도 미국 사람이어서 일본 사람보다 일본을 떨어져서 보겠네요 한국 사람은 외국 사람이 한국말로 말을 하면 신기하게 여기고 좋아하는데, 일본 사람은 일본말로 하니 쌀쌀맞았다니...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25 02:13   좋아요 1 | URL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15살에 처음 일본을 갔고 이후 성인이 되어 일본 내 지사에 근무하면서 대학교수까지 40년을 일본에서 살았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한 외부인으로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면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구요. 앞으로 계속 읽어봐야겠지만 일단 흥미로운 책인 것 만은 분명하네요. ^^ 일본말로 도움을 구한 제 지인은 일본어가 진짜 유창해서 일본인으로 보였답니다. ㅎㅎ 원래 경상도 사람들이 일본어 발음이 좋아요. 저 일본어 잠시 배웠는데 그 때 발음 좋다는 말 진짜 많이 들었어요. 경상도 발음이 일본어 발음체계와 좀 유사하다 그러더라구요. ㅎㅎ

페크pek0501 2022-01-25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일본을 알기 위해 <국화와 칼>을 읽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일본이 한국과 비슷해서 일본적인 걸
찾을 수가 없었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바람돌이 2022-01-27 02:01   좋아요 1 | URL
그 유명한 국화와 칼을 전 안읽었더랬죠. 지금은 굳이 찾아서 읽기 보다는 요즘의 새로운 시각들을 좀 보고싶어서 이 책을 골랐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같은 점을 공유하는 점도 많을테고 다른 점도 많겠죠. 최근에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한국인이라는 책도 나왔던데 이 책도 한번 읽어보려구요. 최근에 와서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것이 우리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느낌도 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