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인물은 역시 안토니우스다.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로마에서 중시하는 혈통으로 훌륭한 집안 출신에 군인으로 타고난 신체조건, 군사적 능력. 

지적인 능력도 카이사르와 비교가 안되어서 그렇지 나쁘지는 않다.

또한 자신감은 충만하다 못해 자만심이 넘쳐난다.

로마의 축제에서 반나체로 달리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안토니우스는 정말 나체로 달려 온 로마의 여인들이 그의 큰 성기를 보고 환호하게 만든다.

로마인들은 웃긴게 또 이런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낄낄거리면서도 남자다움, 로마인다움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만심이 이정도라면 다른건 안봐도 뻔하다.

덕분에 그는 2권 중반까지도 안토니우스는 여전히 옥타비아누스를 압도한다.


한 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의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자부심이 아주 크게 상처받은 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단 일도 의심하지 않았던 카이사르이 후계자가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어긋난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암살을 미리 알지만 방치한다.

왜냐?

카이사르가 죽어야 그의 재산과 명성이 자신에게 유증될거라 믿었으므로, 방탕한 생활로 인해 빚더미에 앉아 있던 그는 그 빚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유산 상속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카이사르가 죽자마자 바로 카이사르의 집으로 달려가서 어차피 내건데 일단 있는 돈부터 다 내 놓으라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인다.

그런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18살짜리가 나타나 자기 자리를 빼앗아 갔으니 그 상처입은 자존심이 얼마일까?

그 이후 안토니우스는 주기적으로 내가 보기에 알콜 중독에 빠진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괜찮으나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알콜과 함께 정신을 잃고 어이없는 짓들을 저지른다.

그러다 또 정신차리면 제대로 된 행동양식을 보여주고....


분명히 능력도 있고, 실질적 힘도 있는데 무력감에 빠지거나 과도하게 실패에 집착하거나 하는 것이 과하다.

결국 그의 자존감은 카이사르가 유언장에서 안토니우스에 대한 단 일의 언급도 하지 않았던 것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겠다.

2권에서는 그렇게 안토니우스가 무너져 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클레오파트라!

로마의 입장에서 보면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누스가 폄하하는대로 짐승의 여왕이고 로마를 노리는 적이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입장에서 보면 이집트를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최고의 대제국인 로마까지 손에 넣으려는 야심찬 왕이다.

아들 카이사리온의 핏줄과 안토니우스의 군대를 손에 넣는다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실현해나가는 냉철한 정치가다.

다만 클레오파트라가 아직 모르는 것은 자신의 군대가 아니라 타인의 군대를 이용한 정복이 자신의 뜻대로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일거다.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손에서 지금 무엇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이제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는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는데, 둘의 대결 결과는 사실상 안토니우스가 스스로 내준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또 하나 이제 13살이 되면서 사춘기에 들어선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카이사리온의 성장도 흥미진진하다.

아버지만큼 똑똑한 머리에, 벌써 어머니에 맞서 자신이 원하는 이집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현하려는 이집트의 파라오.

물론 딱 어린 만큼 그의 생각은 아직은 이상론에 머물러 있지만 만약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와의 전면전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어린 아이의 미래도 달라졌지 않았을까, 그에 따라 이집트의 역사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파스칼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거라고 한 말은 그냥 헛소리다.

문제는 그녀의 코가 아니라 그녀의 지성이다.

그녀가 좀 덜 똑똑했더라면, 아니면 정말로 천재일정도로 똑똑했더라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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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17 0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가 싸우고 옥타비아누스가 이겼다는 걸 본 것 같기도 하네요 왕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있으려는 걸 보면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해요 왕은 어느 나라나 힘들 것 같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18 01:38   좋아요 1 | URL
저도 동감합니다. 저보고는 왕 하라고 해도 하기 싫을거 같아요. ㅎㅎ 그런데 그 자리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자식까지 죽여가면서 지키려고 하는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나라도 다 마찬가지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