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소리!" 섹스투스가 쏘듯이 말했다. "우선 그에게는 내세울 만한 제독이나 함선이 전혀 없소. 무력한 그리스인 해방노예 헬레노스 같은 사람을 나한테 보내서 사르디니아를 빼앗으려 하다니! 그나저나 그 친구는 이곳에 있소, 안전하고 다친 곳도 없지. 함선과 제독이그의 두 가지 약점이오. 세번째 약점, 그에겐 돈이 없소. 네번째 약점,
그는 각계각층 사람들을 적으로 두고 있소. 더 말해주길 바라시오?"
"그것들은 약점이 아니라 부족한 점이오."  - P195

 안토니우스를 영원히 보내버릴 무언가를 포르투나 여신이 내 무릎에 떨어뜨려주기만 한다면 나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 옥타비아누나는 그 무언가가 아니다. 안토니우스가 누나의 선한 천성에 질려 누나를 내치는 상황도 그 무언가가 아니다. 포르투나 여신이 내게 미소짓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아주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매번 나를 깊은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행운이었다. 여동생에게 걸출한 남편을 구해주려는 리보의 욕심. 나르보에서 갑작스럽게 죽은 칼레누스와 그 소식을 안토니우스가 아닌 내게 전한 그의멍청한 아들, 나를 위해 군대를 통솔해주는 아그리파. 천식이 숨통을조여오지만 매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상황, 나의 파산을 막아주고 있는 내 아버지 디부스 율리우스의 군자금, 안토니우스의 입국을 거부한 브룬디시움 - P242

오. 훌륭해! 이틀 뒤 나이우스 도미티우스 칼비누스가 연 만찬 자리에서 두 사람을 본 옥타비아누스는 생각했다. 내 생각이 맞았어. 성향이 정반대라서 서로에게 매혹된 거야. 이제는 안토니우스가 누나에게싫증나기만을 기다리면 돼. 십중팔구 그렇게 되리라. 분명해! 나는 퀴리누스 신께 제물을 바치며 빌겠어. 부디 안토니우스가 로마 여자가 아닌 외국 여자한테 빠져서 누나 곁을 떠나게 해달라고, 가장 훌륭하고위대한 유피테르 신께도 빌겠어. 그가 정해진 수순대로 누나에게 싫증을 느끼는 것이 로마에 이익이 되게 해달라고,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저 꼴 좀 봐! 열다섯 살 여자애처럼 감상에 푹 젖어 있군, 저렇듯 시시하고 불쾌한 질병에 굴복하는 인간들을 내가 얼마나 경멸하는지!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분명해. 정신력으로 감정을조절하는 나는 저렇게 역겹도록 들척지근한 기분에 빠져들 수 없어.  - P275

나를 조심해야 할 겁니다. 안토니우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겠지요. 나를 계집애같이 무능한 놈으로 취급하니까요. 네, 나는 디부스율리우스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분의 이름을 물려받았지요. 당신의 눈을 가리시지요, 안토니우스, 장님이 되십시오. 나는 당신을 파괴할 겁니다. 그로 인해 사랑하는 누이의 행복이 희생되더라도,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르넬리아의 삶이 고통과 실망으로 얼룩지지 않았다면 로마 여성들은 그녀의 무덤에 꽃을 바치지 않겠지. 옥타비아 푸디카도 코르넬리아와 같은 삶을 살리라.
- P277

"대안이 있어, 카이사르, 나는 조선소들을 처음 방문할 때부터 줄곧이 문제를 고민해왔네." 아그리파의 모양이 잘 잡힌 큼지막한 손이 지도 위를 맴돌았다. 집게손가락이 푸테올리 근처의 두 작은 호수에 내려앉았다. 여기 우리의 답이 있네, 카이사르, 루크리누스 호수와 아베르누스 호수, 루크리누스 호수는 수심이 얕아. 그리고 불의 평원 때문에수온이 높지. 반면 아베르누스 호수는 아주 깊어. 물이 너무나 차가워서 빠지면 지하세계로 직행할걸."
"뭐, 아무튼 어둡고 음울하니까." 종교 설화를 그다지 믿지 않는 옥타비아누스가 말했다. 농부들은 혹여 사령(死靈)의 분노를 살까 두려워서 그 주변 숲에서 나무를 베지 않지."
"숲을 없애야 해, 아그리파가 딱 잘라 말했다. "큰 운하를 여러 개 파서 루크리누스 호수와 아베르누스 호수를 합칠 생각이네. 그런 다음 제방을 허물어 루크리누스 호수에 바닷물이 흘러들게 할거야. 운하를 통해 바닷물은 차츰 아베르누스 호수까지 흘러들겠지?" - P308

디부스 율리우스는 묘했다. 그의 군단들은 그가 신으로 떠받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그를 신처럼 숭배했다. 하지만 그는 군대에 절실히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군대를 하나의 집합체가 아닌 그저 개별 군단들의 모음으로 여겼다. 그는 법체계를 엄격히 수호하는 사람이었고, 보니파의 그에 관한 비방과 정반대로 기성 법체계 즉 모스마이오룸을 변경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하지만 모스 마이오룸에관한 디부스 율리우스의 생각은 틀렸다.
- P315

새로운 모스 마이오룸이 진작부터 필요했어, 모스 마이오룸은 모든일이 이전부터 처리되어오던 방식을 의미한다지만, 사람의 기억이 지속되는 시간은 짧으니 새로운 모스 마이오룸도 머지않아 모두가 신성시하는 전통이 될 것이다. 이제 대제국에 걸맞은 다른 정치 구조가 필요한 때야.  - P315

 안토니우스와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된 것은 필리피 전투였다. 그 이후의 일은모두 또렷하게 기억났으니까. 그는 이유를 알았다. 필리피 전투가 종결된 뒤 그는 안토니우스와 정면으로 맞붙어 이겼다. 옥타비아누스의 요구는 단순했다. 브루투스의 머리, 옥타비아누스의 눈앞에 자신의 미래가 그림처럼 펼쳐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가야 할 길을 보았다. 안토니우스는 처음에 불같이 화를 내다가 결국 시시한 눈물을 쏟은 뒤그에게 항복했다. 그랬다. 그날 안토니우스는 그에게 항복했다.
- P319

힘! 그는 내게 힘을 줄 거야! 그는 날 원해, 그에겐 내가 필요해, 그는나와 결혼할 거야! 우리는 함께 로마를 새로 세울 거야. 시빌라 예언서는 진실을 말해. 그 시가 누구의 펜으로 쓰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이두 편의 시를 보면 예언서에 담긴 다른 수천 편의 시 역시 모조리 어리석기 짝이 없으리라. 하지만 아무도 카툴루스나 사포 같은 문필가만이무아경의 예언자가 될 수 있다고 하진 않았어.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라면 그런 허섭스레기는 순식간에 지어낼 수 있어.
오늘은 노나이다. 열이틀이 지나면 나는 카이사르 디비 필리우스의신부가 된다. 나는 이보다 높이 오를 수 없으리라. 그러니 그를 위해 온힘을 기울여 노력해야 해. 그가 추락하면 나 역시 추락하니까.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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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15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남은 책 보시기 시작하셨군요 재미있어서 책장이 빨리 넘어가겠습니다 바람돌이 님 남은 주말 책과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1-08-15 00:36   좋아요 1 | URL
넵! 이제 시리즈 마지막입니다. 희선님도 연휴네요.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