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는 편집광적으로 단 한 가지 생각에 갇힌 인간들 모두에 대해 나는 평생 호기심을 꺼왔다. 한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제한하면 할수록 다른 한편에서는 무한성에 더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세상을 등진 것 같은 그들은 자기만의 특별한 재료로 흰개미처럼 기이하고 유일무이한 하나의 압축된 세계를 만든다. - P18

그러나 생각 자체는, 사실 생각이 그렇게 실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버팀목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생각은 맴돌며 무의미하게 자전하기 시작하거든요. 생각도 무를 건디지 못합니다. 뭔가를 기다렸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또다시 기다렸지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관자놀이에 통증이 느껴질 때까지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었습니다. 혼자..... 혼자서......
- P46

두 시간을 두 다리로 서 있어야만 했던 그대기실에는 달력이 걸려 있었어요. 제가 인쇄된 것, 활자에 굶주려서그 숫자, 벽에 걸린 7월 27일 이라는 몇 안 되는 그 숫자를 얼마나 응시하고 또 응시했는지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마치 저의 뇌 속에 집어넣듯 삼켰지요. 그리고 다시 기다리고 또 기다렸으며, 문이 언제 열릴지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 P52

 책!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순간 제 몸 전체를총알처럼 관통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책을 훔쳐라! 아마 성공할 거야,
그걸 네 방에 숨겨놓고 읽을 수 있잖아, 읽을 수 있어, 읽을 수 있단말이야, 마침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이런 생각이 제 안에 솟구치면서 강한 독처럼 퍼져나갔습니다. 갑자기 귀가 윙윙거리고 심장이방망이질 치기 시작하더군요. 두 손이 얼음처럼 차가워져서 더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 P54

게임의 즐거움이 게임의 욕망이 되었고, 게임의 욕망이 다시게임의 강박과 광기와 광적인 분노가 되어 깨어 있는 시간뿐 아니라점차 잠자는 시간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전 오로지 체스만 생각했습니다. 체스의 행마와 관련한, 오직 그 문제만을 생각했지요.  - P65

그는 어떤 죽음을 느꼈고 불멸의 사랑을 느꼈다. 그의 영혼 속에서 무엇인가가 터져 나오는 듯했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여인을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을 생각하듯 육체 없이도 정열적으로 생각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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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27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가지 이야기가 다르면서도 둘다 너무 좋다는 ^^

바람돌이 2021-04-27 21:39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체스 이야기는 좋았고요.
낯선 여인의 편지는 꽝이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