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의식의 흐름인지 뭔지....
그래도 이런 식의 서술방법에 조금 적응하는 느낌이다. 물론 하나씩 떼놓고 보면 하나도 어려울것 없는 문장들을 심연을 탐사하는 느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하지만 1부를 다 읽고 난 지금 버지니아 울프가 이런 서술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는 명확해진다.
표면에 보이는 것과 실제 속성이 전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그들의 변덕들.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서 하나하나의 인물들이 얼마나 상반되는 생각을 종횡무진 바꾸어 나가는지...
읽어나가다보면 내 머릿속을 해부당한 느낌이 든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머릿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유롭고 오만하고 독선적인가?

아들 제임스에게 날씨가 좋으면 등대에 갈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시작했던 1부는 내일은 비가 올 것이므로 등대에 갈수 없을 것이라는 램지부인의 말로 끝맺는다.
낙농업이나 병원경영을 하고싶었던 램지부인의 소망과 관심은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그러하다.
등대는 도달하지 못한 그녀의 꿈이었던걸까?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지는 책읽기이며 버지니아 울프가 왜 뛰어난 작가인지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또한 베풀려는, 그리고 남을 도우려는 그녀의 욕망이 결국 따지고 보면 허영이라는것도 신경 쓰였다. 진실로 그녀 자신의 만족감만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녀가 그렇게나 거의 본능적으로 돕고 베풀기를 원해서, 사람들이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오오 램지 부인! 사랑하는 램지 부인… 물론 두말할 나위 없이 램지 부인이지!"라고 말하고,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고, 그냐를 찬미하는 것이? 은밀히 그녀사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던가 - P62

"위선자적인 면이 약간 있지요?" 뱅크스 씨는 램지 씨의 잔등이를 바라다보면서 넌지시 한마디 던져 보았다. 그는 그의 우정,
그에게 한 송이의 꽃을 주기를 거부하던 캠, 그리고 램지의 모든자녀들, 그 자신의 안락하기 이를 데 없는 집, 그러나 아내가 죽은후로는 조금 지나치게 조용한 그의 집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가? 물론 그에게는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가 말한 대로 램지는 ‘위선자적인 면이 약간 있다‘는 데 그녀가동의해주었으면 했다.
- P69

그 모든 것 가운데서 캔버스 위에 아무렇게나극적거려놓은 몇 개의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남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에 걸지도 않을 것이었다.
탠슬리 씨가 그녀의 귓전에서 "여자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 여자는 책을 쓸 수 없어………"라고 작은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 P72

그는 타고나기를 일상사에 대해서는 장님이고, 귀머거리이며, 방어리이지만 특이한 일들에 대해서는 독수리의 눈과도 같이 예리한 눈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꽃들을 주목해 보는가? 아니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은 주목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는 자기 딸들의 아름다움, 아니면 그의 접시에 푸딩이올라와 있는지 로스트 비프가 올라와 있는지는 아는가? 그는 그들과 식탁에 앉아 있을 때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소리 내어 중얼거리는 습관, 시를 소리 내어 암송하는 습관은 이제는 완전히 몸에 배어서 그녀는 겁이 날 정도였다. 때로는참으로 거북했기 때문에 - - P101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모임에서 그는 ‘램지 가에서의 체류‘를 냉소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가를 말해주고싶었다. 이들과 한번은 같이 있어볼 만하지만 다시는 아니라고말할 것이었다. 여자들이 그렇게 진부할 수가 없었노라고 그는 말할 작정이었다.  - P128

그녀가 알기로는 소위 행동규범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7조에(아마도)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녀의 직업이 무엇이든지 간에 여자라면 마땅히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도와서 우쭐대고 싶은 간절한 그의 욕망과 허영심의 넓적다리뼈, 갈비뼈를 드러내고 편안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 P129

"오오, 커피!" 램지 부인은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진짜 버터와깨끗한 우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그녀는 분발해서 대단히 힘주어 말했다. 열을 올리고 유창하게 말하면서 그녀는 영국 낙농업의 부정을 묘사했다. 다시 말해서 문간에 배달되는 우유의 열악한 상태, 그리고 그녀가 왜 이런 것들을 고발하려고 하는가를 증명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 문제를 파고 들어갔을 때 중앙에앉아 있는 앤드루부터 시작해서 마치 가시금잔화의 잔디에서 잔디로 튀어오르는 불꽃처럼 그녀의 자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남편도 웃었다. 그래서 부인은 높이 들었던 깃발을 내리고포대砲臺를 철거하지 않을 수 없었고 - P145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내일은 비가 올 겁니다. 갈 수 없을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다보았다. 그녀는 또 승리했기 때문에,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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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3-03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이 읽으셨네요. 전 이제 시작 :)

바람돌이 2021-03-03 11:33   좋아요 2 | URL
초반 진입장벽있더라구요. ㅎㅎ 아 저는 어제 이 글 쓰고나서 2부를 마저 읽었는데(2부는 한 30페이지정도밖에 안됩니다.)폭풍감격이었습니다. 와 소설을 이렇게 쓰기도 하는구나 싶으면서 굉장히 신선하더라구요. ^^

수이 2021-03-03 11:3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오늘 휘리리릭 날아보겠습니다

라로 2021-03-03 0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시면서 계속 이런 글 올려주세요. 바람돌이님의 의식의 흐름,, 아주 좋은 걸요!! 앞으로 울프의 책 읽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1-03-03 11:34   좋아요 3 | URL
ㅎㅎ 그냥 읽으세요. 읽다보면 그렇게 어렵고 그렇진 않더라구요. 이런 기법의 책을 많이 읽으면 어쩔지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신선하다는게 더 큽니다. 100년도 더 전에 작가에게 신선하다니.... 제가 무지한거란게 맞겠찌만요. ㅎㅎ 그나저나 라로님 대문 사진이 또 신선하게 바뀌셧군요. ^^

레삭매냐 2021-03-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독서 모임에 미쿡인 한 분이
계시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원어민들에게도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전 여적도 울프와의 만남
이 어렵게 느껴지네요. 그렇다고 합니다.

바람돌이 2021-03-06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계속 미뤄왔는데 읽으니까 반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