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그 별것 아닌 듯한 행동에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어"라는 명백한 메시지가 담겨있는걸 보면....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각별하게 다가갈 행동이다.초임교사시절 내게 이름불러주기는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었다.천성적으로 사람의 얼굴과 이름외우기에 젬병이었던 나는 한 반에 5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되도록 빨리 외워야 된다는건 고통스러운 임무였다고나 할까?교복을 입은 남자아이들의 얼굴이 어찌나 똑같이 보이던지...그래도 항상 먼저 외우는 아이들이 있다.일단 사고치고 말썽부리는 아이들.그 다음에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반장이거나 하는 아이들.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외워지는 아이들은 착하고 얌전하고 성적도 적당히 중간이고 항상 묻혀있는듯 안보이는 아이들.이 책은 이런 이름불러주기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누구의 이름을 먼저 불러줄것인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이 책속에 나오는 김진숙 선생님처럼 힘들고 어렵고 말썽 많은 아이들을 먼저 보듬어안고 그들의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고 해야 하는다는 사람도 있고...아니면 자기가 편한대로 공부잘하고 모범적인 아이들만 열심히 감싸고 부르는 좀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고....일면 보면 김진숙 선생님은 아주 훌륭한 선생님처럼 보인다.하지만 이 책의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식의 규칙이나 규정이 또다른 역차별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듯하다.아이들은 전체가 아니라 항상 하나 하나 소중한 개인이라는 것.그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교사의 또는 어른의 잣대에 의해 쟤는 나 말고도 관심가지는 사람이 많으니까 내가 좀 신경을 덜쓰도 될거야라는 생각이 그 아이에겐 정말로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아이들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는데는 어떤 규칙이 있을 수 없다.모두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귀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