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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월남가다 -상 - 조선인의 아시아 문명탐험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5년 2월
평점 :
이것은 결코 평범한 여행담이 아니다. 이것은 조선인이 아시아 문명권에 관하여 사상적 메스를 가한 매우 조직적인 문명론의 한 독창적 전기로서 이해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1권 서문에서
대단하다.
자신의 여행과 그 여행기를 스스로 이렇게 평가하다니....
얼마나 대단한 여행기길래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이 책을 대하는 내 심정은 딱 여기에서부터 꼬였다.
그래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봐주자.
자신감만큼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 잘난척을 충분히 인정해주겠다고말이다.
도올 김용옥은 7박8일간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여행한다.
딱 7박 8일이다.
책의 내용으로 보건데 그 이전에 캄보디아의 역사에 대해서 심도있는 공부를 한 것 같지도 않고
앙코르 유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여행준비를 스스로 했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차려진 밥상에 출발 직전에 얹혀 간 것.
하지만 유명세 덕분에 그는 구할 수 있는 최고의 현지 가이드들을 소개받았고.....
곳곳에서 자신의 그런 유명세를 자랑하는 것. 참아주자.
그런데 문제는 그 자랑만큼 이 책이 대단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앙코르와트의 유적군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은 다른 여행서들에서도 이미 충분히 다뤄졌던 것들이고
도올만이 혼자서 다 발견한게 아니란 거다.
유적에 대한 설명은 꽤 상세하지만 그정도는 다른 책 한권만 뒤져도 다 나오는 사실이다.
그나마 나름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은 유적들의 특정한 상징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가미하는 부분인데 뭐 나름대로 재밌게 읽어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신화의 상징을 섹슈얼리티로 읽는 것은 신화해석에서는 거의 기본이 아닌가?
근데 뭔가 대단한 발견자라도 되는양 떠드는건 뭔가 사기를 당하는 기분까지 느끼게 한다.
동시에 그의 역사인식이라는게 사실 참 어중간하다.
킬링필드 - 크메르 루즈에 대한 그의 평가 부분이 대표적인데 그의 아시아적 공생을 통해 인류의 새로운 보편비젼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섰기 때문인지 지나치게 일면적이다.
서양에 맞서 아시아의 공생을 어쩌고 해야 한다고 틀린 걸 맞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가 킬링필드란 영화 - 롤랑조페라는 서구인 감독 서구적 오리엔탈리즘으로 평가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폴 포트나 크메르 루즈의 죄악을 은근슬쩍 넘어가는 건 부당하다.
크메르 루즈 치하에서 수많은 민중들과 지식인들이 죽어나가고, 그 국가적 살인을 담당했던 것이 또 크메르루즈의소년병들이었음으로 해서 그들의 영혼까지 피폐하게 만들었던 역사적 책임.
캄보디아는 지금 절대적인 교사와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한다.
왜냐고?
다 죽었으니까.....
어쩌면 이 부분에서 도올이라는 사람의 특징이 제일 잘 나타나는 것도 같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에 빠지는 바람에 자신의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 역사적 진실은 과감하게 무시하는 것 말이다.
베트남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정말로 위대할 정도로 대단한 나라는 맞다.
하지만 그는 베트남 혁명 이후의 베트남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입을 다물어버린다.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패권국으로서 침략주의를 드러냈던 베트남.
오늘날의 베트남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하다.
일개 여행기에 대해 지나친 비판이 아니냐고 말하지 말자.
일개 여행기가 아니라고 했던 사람은 도올 그 자신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내용과 비전을 제시해주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솔직히 새로운 비전은 없다.
그의 아시아 공생론이라는 것도 그보다도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점을 제시했던 사람들 많다.
여행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여행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책들도 있다.
그런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은 약간 수준높은 일반 여행가의 인터넷 여행기 수준이다.
제대로 익지도 않은 말하나 툭 던져놓고 독자들에게 나의 심오한 말을 모르는 건 너희의 무지때문이라고 얘기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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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별 두개라도 주는건 앙코르 와트 유적군에 대한 설명이 그런대로 잘 되어 있고
(하지만 다른 책에서 오히려 이보다 나은 설명들이 있었다.)
그 다음은 사진들은 꽤 좋다는 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