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의 한 녀석이 거의 학교를 안나온다.
뭐 원래 사고를 치던 녀석은 아니고,
학교를 안나오는 이유는 딱한가지 귀찮고 게을러서이다.

깨워주는 사람 없으니 일어나면 지각이고 그냥 귀찮고 혼날 것 같으니까 안와버리는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동안 아침에 모닝콜을 때렸는데 이제는 아예 전화도 안받고 안와버린다.
근데 그나마 이녀석이 학교에 나타나면 평소의 나라면 한 번쯤 오지게 맘먹고 길길이 날뛰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녀석에겐 그게 안된다는거다.
얼굴 딱 보면 에구 불쌍한 녀석이라는 측은지심이 발동해버리는 것.
성경은 물러터진 유순함 그 자체에다 그 큰 눈을 말똥 말똥 뜨고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을 보면 도대체가 큰소리가 안나오는거다.
그러니 갈수록 상황은 심해지고...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오후에 체포조를 급파했다.
세녀석이 두시간여동안 온 동네를 뒤져서 결국 녀석을 잡아왔다.
나도 오늘은 모질게 맘먹고 난리를 한 판 부리고.....
그래도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꽤 약한편....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그래도 더 아픈 손가락은 있더라....

근데 난리를 부린게 뭐냐고...
아주 심각하게 녀석을 앉혀놓고
한 번만 더 학교를 안올시에는
그집의 너무 너무 바쁘고 무뚝뚝한 아버지를 학교로 모셔올것.
아니면 내가 찾아간다는것.
그리고 우리반에서 유일하게 나한테 얻어맞아보고 졸업하는 녀석이 될거라는 것.

근데 이 둘다 거의 가능성이 없는 협박이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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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2-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불곰 데리고 온다고 해보세요...=3=3=3

sooninara 2006-12-2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걱정이네요. 부모님의 방치내지는 무관심..경제적 어려움등..
힘든 아이들도 많아요.ㅠ.ㅠ

무스탕 2006-12-2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부가정의 아이인가봐요.. 울 큰애 반에도 그런애가 있었죠.
아침에 9시가 훨 넘어서 등교하는거 몇 번이나 봤네요.
더 문제는 이 녀석은 질도 않좋았었죠... -_-
선생님의 사랑만으로 해결되면 좋겠구만 이 어린것들이 얼마나 그 맘을 알아주려나요..?
바람돌이님. 힘내세요. 빠샤~~!!

진/우맘 2006-12-2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시키고 독후감 열 편 쓰기...ㅡㅡ;;
농담이구요, 진심은, 언젠가는 통합니다. 늦던 빠르던간에. 그죠?

바람돌이 2006-12-2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뭐 별로 협박이 될 것 같지는 않군요. ^^
수니나라님/경제적 어려움이 다는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요인인 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부모가 먹고사는게 너무 힘들고 일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면 자신 이외의 것에 신경을 쓰는건 보통 이상의 노력을 요하는 것일테니까요.
무스탕님/바로 알아보시네요. 그래도 다행인건 이녀석은 심성은 착하고 순진하다는거예요. 그래서 고등학교는 꼭 졸업하라고 기숙사 들어가야 하는 학교로 보냈는데 잘 다니겠죠? 그렇게 믿어야죠.
진/우맘님/독후감 열편이 아니라 열권의 책을 읽는 것도 불가능할 듯.... ^^ 진심이 언젠가라도 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