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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서늘한 손길이 드리워지곤 했던 어느 밤, 잠결에도 무척이나 앓고 있었나보다. 만성인 편도선염증은 계절이 바뀌곤 하면 늘 찾아오는 그런 것이었다. 방심하고 있으면 한번씩 찾아온다. 요번에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임파선염에 인두염이 같이 찾아오셨다나? 길게 말할 필요없이 그냥 앓았다. 조금 심하게.
심하게 쿨한 주인공의 나이는 방년 17세. 그때는 모든 것들이 현실성을 띄거나 아주 현실적이지 않은 꿈속의 내용이 더욱 현실같은 그런 나이가 아닐까. 무엇보다 그때는 가족이 모든 것이 되곤 한다. 그래서 더욱더 아플 수 있고 더욱더 벗어나고 싶어지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약함과 무력함을 무엇보다 인정하기 싫은 시기이며 박차고 나가고 싶은 그런 시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여울이는 자신의 그러한 욕구를 코스튬플레이라는 행위로 해소하면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그 전진이라는 것이 읽는 독자에게 무리하게 느껴지고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해도 어찌되었든 그녀의 한계성을 뛰어넘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무엇일까. 이 미묘하게 끈적이고 들척지근하지만 맵게 콧망울을 적시는 것은 말이다. 그녀가 행하는 행위들은 현실에서 "적어도 있을법한" 일이지만 그것들이 꼭 한꺼번에 작렬하듯 쏟아지는 것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고 표현하면 맞는걸까. 청소년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읽었던 사례집에는 여울이와 같은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았었다. 가출 혹은 집을 탈출하는 것만이 지상과제 같았던 아이들은 따뜻한 온기를 찾는 위안을 찾아 헤메는 불나방 같은 구석이 있어서 더욱 안타깝기만 했다.무엇이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서 마음 잡을 곳을 찾아 헤메는 그 아이들이 안타까웠듯이 여울이에게도 그렇다.
그러나, 서늘한 손길을 드리우지 않는다해도 그녀가 속한 가족이 그녀의 표현대로 "불량가족" 이라 하더라도 그 가족이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나의 이해의 범주를 넘어간다해도 무언가가 어색한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나치게 자기합리화된 인물들에 있을 것이다. 어떤 주인공에게서도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 위태로운 인물들. 그 위태로운 인물들의 집합 속에서 널뛰기를 하듯 위태롭게 쏟아지는 사건들 속엔 편안함과 안온함은 한줌도 없다. 여울이가 집착하는 코스모임에서조차 그것은 깨어진다. 순진한 소녀적 첫사랑과 사연을 간직한 "아줌마"의 따뜻함도 여울이와는 무언가 합치되지 않는다. 일상과 가상은 이제는 그닥 중요한 분리점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일상 속과 가상 속을 헤메는 시대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무의미한 것들을 한데 묶는 어떤 시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나치게 의식적인 재기발랄함을 위한 전력투구는 빛바랜 사진 같은 씁쓸함만 남긴다.
열에 들떠있던 시간을 같이한 책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다시 읽고 싶어지지도 그닥 생각하고 싶어지지도 않는데 묘하게 자극된 머릿속은 잘 안쓰던 리뷰까지 쓰게 만들었다. 덧붙이자면 나의 이해에서 슈렉의 피오나공주는 슈렉과의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면서 못생겼지만 매력적이고 강인한 피.오.나.를 선택했다.자신의 선택으로 더욱 행복해졌으리라 확신한다.
* 주인공이름 <여울>의 뜻이 강이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 이라는 뜻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