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왕)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한 조직 안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힘만 있어서도 안되고 머리만 좋아서도 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 전체를 포용하고 안을 수 있는 힘, 그러면서도 권위를 잃지 않는 카르스마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결정 하나를 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신중하지 못한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또는 조직원)이다.

 

이 책은, 왕이 되고 싶었던 갈매기가 참새 한 마리를 따라나섰다가 왕이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다시는 왕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기가 주저된다.

 

갈매기는 어느날 갑자기 왕이 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왕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갈매기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 아이들 모습과 같다. 그런데, 이후 벌어진 이야기의 흐름은 별로 탐탁치 않다. 우연히 따라간 참새가 큰 새의 둥지 아래에 자신의 작은 둥지를 만들어 놓은 걸 보고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누군가의 보호 막 아래에 소심하게 둥지를 지어놓은 모습을 보면서 머리가 좋을지는 모르지만 그게 왕이 지녀야 할 두뇌의 명석함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송골매가 먹이를 낚아채 오르는 모습을 보며 힘이 세야 한다는 걸 느끼는 것도 좀 이상하다. 그건 힘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송골매가 바람을 타고 하늘높이 오르는 모습을 보며 힘도 세고 머리도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색하다. 지나친 생략이 글의 내용을 부실하게 만든다. 게다가 자기 둥지 아래에 집을 지어놓은 참새는 잡아먹지 않는걸 넓은 마음을 지녀서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다.

 

동화지만, 글의 내용이 너무 억지스럽다. 게다가, 기절까지 했던 갈매기가 다시는 왕이 되겠다는 '엉뚱한'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결말은 더 황당스럽다. 조금은 멀고 험한 길이라도 가보겠다는 의지가 없는 글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조금도 더 발전해보겠다는 의지가 없는 글, 빠른 포기를 이야기하는 글 같아 마음에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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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바튀의 그림책 중에서, 이번에 읽게 된 [쥘과 세자르]는 그림책으로서의 감동을 별로 느낄 수 없는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세자르가 어느 날 아침 신문에 난 "떠돌이 개가 착한 주인을 찾습니다."라는 기사를 보고 쥘을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쥘은 세자르와 며칠을 보낸 후 사라지는데 세자르는 쥘이 행복하지 않아서였다는 걸 알고 다시 쥘을 찾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실, 이 책은 몇가지 점에서 마음에 안든다. 첫째는 앞서 밝혔듯이 그림책으로서의 감동이 없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쥘이 원한 것이 친구가 아니라 주인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쥘과 세자르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아니라 동물과 동물(개와 개)의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쥘이 처음부터 원한 건 친구가 아니라 주인이었다. 물론 인간과 동물의 관계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쥘 스스로 '주인'을 찾고자 하였으니 세자르는 주인의 임무를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자르는 다시 친구로서 쥘을 찾아 온다.

 

차별과 평등의 관계, 인간차별 혹은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도는 조금 어긋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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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전자 -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펼쳐보는 세상 그루터기 1
안도현.엄홍길.안도현 외 지음 / 다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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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세가지 이야기 파트 중에서 [나를 이기는 힘]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모든 것은 나를 이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그런 점에서, 나를 알고 나면 모든 것에 용기와 자신감을 함께 얻을 수 잇을 것 같다.

우선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흔히 말하는 위인들의 글이나 그들의 삶은 아니다. 소시민으로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은 소박하지만 영양가가 가득한 밥상이다.

나는 특히, <휠체어를 탄 농구감독>과 <살아 있는 한 다시 올 수 있다>를 읽고 많은 감동을 느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그들의 삶의 결과만을 보아 온 나는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모든 것은, 결과에 앞서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의 희망등>을 통해서는 나 자신의 삶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5월이면 선생님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이 들어간 기사나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 그럴 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선생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던 교사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도 그들이 있어 우리 아이들이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 역시 그런 선생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그런가 하면 <축복받은 성격>을 통해 때로는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가슴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보니, 맨 마지막에 실린 작품들의 출전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마음에 드는 글이 실린 작품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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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튼 -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배려
닥터 수스 지음, 김서정 옮김 / 대교출판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코끼리 호튼이 어느날 연못에서 작은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다른 동물들은 듣지 못하지만, 호튼의 큰 귀(코끼리의 생물학적 특징인 큰 귀는 세상을 향해 열린 귀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듯하다)는 먼지뭉치 속의 작은 세계의 소리를 듣게 된다. 위험에 처한 먼지뭉치 속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코끼리 호튼의 행동은 다른 동물들의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인다.

 

다른 동물들은 코끼리 호튼의 행동을 보고 놀리고 괴롭히기만 한다. 호튼의 행동을 이해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해서 놀림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들 책이지만, 참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사실, 표지의 부제(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배려)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주제를 던져놓고 읽어보라 하는 것 같아서이다.

 

코끼리 호튼은 큰 귀와 긴 코를 가지고 있는 아주 덩치 큰 동물이다. 아주 큰 동물인 코끼리와 먼지뭉치 위에 사는 아주 작은 사람들이 대비되어 극적효과를 더해 주는 듯하다. 대신 호튼의 큰 귀는 예민한 감각으로 작은 사람들의 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과 생물학적인 특성은 정말 다르지만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세게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간에)을 도와주고, 그들과는 반대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그들의 처지를 충분히 공감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가 보여주는 행동도 호튼을 향해 보여주는 다른 동물들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 눈앞에 증거가 있어도 그걸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한 먼지뭉치 속의 사람들도 그들 모두가 힘을 합쳐 소리를 내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에 불과하다.

 

요즘의 상황과 어쩜 이리도 딱 들어맞을까? (먼지뭉치 속 사람들처럼 작은)국민들이 촛불하나를 들고 목소리를 합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정부(다른 동물)는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구성원 전체의 힘이 합쳐지는 날, 그들도 다른 동물들처럼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까?

 

작은 동화책 하나가 묘하게 현실의 상황과 겹쳐진다.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배려라는 부제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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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킹메이커 - 8인8색 참모들의 리더십
박기현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작금의 상황은 관심을 넘어서 비판의 단계까지도 요구한다. 내 손으로 대통령 투표에 참여한 것이 벌써 4번을 넘어섰다. 나에게 투표권이 없었던 때를 제외하고서라도 4명의 대통령이 바뀐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말의 기대를 품어보지만 결국은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날 지경이다. 결국 정권은 바뀌었어도 하는 짓은 똑같다는 말이다.




이럴 때, 조선의 킹메이커라는 책을 통해 조선의 왕과 역사를 바꾼 참모들의 리더십을 되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또 과거를 통해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고 또 그때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조선과 그 이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가 있으므로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8명의 참모들을 이야기한다. 군주를 업고 새로운 세상을 꿈꾼 정도전, 스스로 군주를 선택한 하륜, 꼼꼼한 군주의 실무형 참모였던 황희, 세조의 오명을 치적으로 덮은 신숙주, 역량이 부족한 중종을 군주로 키운 조광조, 초유의 전란을 슬기롭게 극복해낸 유성룡, 실리추구로 절체절명의 조선을 구한 최명길, 군주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었던 채제공이 그 8명이다.




이들 중에는, 신숙주나 최명길처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물도 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되, 정권을 쥐고 나면 평가가 달라진다.’(p.132)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여러모로 심기를 불편케 한다. 도덕적 자질을 빌미로 그 사람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청문회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데 그 업무에 적당한 사람인가 아닌가는 아예 거론도 하지 않은 채 도덕적 자질에만 매달리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터이다. 신숙주처럼, 당대로서는 엄청난 배신자요, 변절자였지만, 그가 세조와 함께 이룬 것들은 과히 업적이라 할 만한 것들이었다. 때로는, 털어서 나오는 먼지보다, 그의 능력이 우선될 필요도 있다. 세조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가 청량리의 표본으로 알고 있는 황희에게도 허물이 많지 않던가? 물론 이렇게 결과만을 놓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되기는 하나, 지나치게 강직하여 부러지느니, 조금은 완급을 조절하여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치 않을까?




이 책에서 제시한 인물들은, 왕의 권한을 넘어서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정치철학을 제대로 펼친 인물들이다. 왕들의 업적이라 칭해지는 것들 중 다수가 정치참모들의 협력과 실천이 없었더라면 이루지 못했을 일들이다. 믿고 맡겨주는 왕이 있었고, 왕의 뜻을 구체적으로 실현해낼 수 있는 참모가 있었던 시기가 바로 태평천하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이 내 관심영역에 들어온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유성룡이다. 왕이 왕답지 못한 몽니를 드러내는데도 왕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낸 인물이다. 때로는 대통령보다 인기 많은 정치인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가 바로 그런 인물이 아닐까? 천하가 태평스러운 시대였다면 그의 이러한 진가는 어떤 식으로 발현되었을지도 궁금하다. 물론 전란 속에서 그의 자질이 빛을 발한 인물이었지만. 또한 유성룡의 추천을 받은 이순신 역시 전쟁이 없었더라면 자신의 자질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자신이 행한(혹은 자신이 결정한)일에 대해 소신 있게 정당성을 밝히지 못하는 정치인이 많은 때에는 더욱 그렇다.




민생과 국제외교 모두 불안한 요즘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소신도 없이 자신의 입지에만 신경 쓰느라 망쳐놓은 게 한둘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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