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튼 -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배려
닥터 수스 지음, 김서정 옮김 / 대교출판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코끼리 호튼이 어느날 연못에서 작은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다른 동물들은 듣지 못하지만, 호튼의 큰 귀(코끼리의 생물학적 특징인 큰 귀는 세상을 향해 열린 귀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듯하다)는 먼지뭉치 속의 작은 세계의 소리를 듣게 된다. 위험에 처한 먼지뭉치 속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코끼리 호튼의 행동은 다른 동물들의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인다.

 

다른 동물들은 코끼리 호튼의 행동을 보고 놀리고 괴롭히기만 한다. 호튼의 행동을 이해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해서 놀림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들 책이지만, 참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사실, 표지의 부제(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배려)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주제를 던져놓고 읽어보라 하는 것 같아서이다.

 

코끼리 호튼은 큰 귀와 긴 코를 가지고 있는 아주 덩치 큰 동물이다. 아주 큰 동물인 코끼리와 먼지뭉치 위에 사는 아주 작은 사람들이 대비되어 극적효과를 더해 주는 듯하다. 대신 호튼의 큰 귀는 예민한 감각으로 작은 사람들의 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과 생물학적인 특성은 정말 다르지만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세게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간에)을 도와주고, 그들과는 반대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그들의 처지를 충분히 공감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가 보여주는 행동도 호튼을 향해 보여주는 다른 동물들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 눈앞에 증거가 있어도 그걸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한 먼지뭉치 속의 사람들도 그들 모두가 힘을 합쳐 소리를 내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에 불과하다.

 

요즘의 상황과 어쩜 이리도 딱 들어맞을까? (먼지뭉치 속 사람들처럼 작은)국민들이 촛불하나를 들고 목소리를 합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정부(다른 동물)는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구성원 전체의 힘이 합쳐지는 날, 그들도 다른 동물들처럼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까?

 

작은 동화책 하나가 묘하게 현실의 상황과 겹쳐진다.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배려라는 부제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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