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철들었어요 시읽는 가족 8
김용삼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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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철들었어요』라는 시집은 크게 「아빠의 잠버릇」, 「성적표 받는 날」, 「슈퍼 가는 길」, 「할아버지와 시골집」로 4부로 나누어진다. 각각은 부모와의 관계, 학교생활, 우리 동네 사람들, 사계절이 녹아들어 있다. 막연한 주제나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를 아이의 생활 중심으로 잘 표현한 동시집이다. 

「아빠의 잠버릇」에 실린 시들은 아이의 감정을 잘 잡아내기도 했지만, 엄마의 마음도 많이 대변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세탁기’라는 시에서는 기분이 울적해진 엄마가 빨래를 하는데 예전 같았으면 빨래 방망이로 실컷 두드렸을 일을 요즘은 세탁기가 한다. 세탁기에서 엄마 옷과 아빠 옷이 결국은 서로 껴안고 나오는 데서 아이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이 시처럼 이 동시집의 시들은 긍정적인 메시지로 넘쳐난다. ‘가면놀이’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썼다가 사람들이 가고 나면 벗어던지는 엄마의 모습을 싫다고 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표현하고, ‘열대어 세 마리’에서는 늘 작은 물고기를 괴롭히는 큰 물고기가 아빠가 아니라 나일 수 있다고 바꿔 생각하기도 한다. 가족의 해체가 심각한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요즘, 가족을 이해하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한낱 잔소리가 되어버릴 공산이 크다. 이 시들이 잔소리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은 큰 미덕이다.

「성적표 받는 날」에 실린 시들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엿보게 하고, 또 부모로 하여금 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청소시간이 되면’ 책상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의자를 들고 벌을 선다고 했다가 금세 수업 시간 내내 엉덩이를 받쳐주느라 고생한 의자를 책상이 앉혀주는 것이라 말한다. 이 시집이 전체적으로 볼 때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은 이런 시들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토끼와 거북이’에서는 토끼는 엉금엉금 걷지를 못하고, 거북이는 폴짝폴짝 뛰지를 못하고 나는 수학을 못한다. 하지만, 토끼는 폴짝폴짝 잘 뛰고, 거북이는 엉금엉금 잘 걷는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잘할까라고 반문한다. 못하는 것만 찾는다면 못하는 것만 보이겠지만 잘하는 것만 찾으면 잘하는 것만 보인다. 

「슈퍼 가는 길」은 우리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큰 버스가 다니기 힘든 길에는 마을버스가 다닌다. 그래서일까,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은 고되고 험난한 길이 많다.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거나 좁은 길을 조심스레 지나야 한다. 바다로 떠나는 관광버스가, 도로를 씽씽 달리는 큰 버스가 부러울 만도 하지만, 마을버스는 운전사 아저씨가 달래주는 손길을 느끼며 오늘도 달린다. ‘슈퍼 가는 길’에서 아빠의 달은 서쪽 나라로 가지만, 나의 달은 날 따라 슈퍼에 간다. 우리집 아이도 밤길에 슈퍼에 가거나 할 때는 꼭 물어보는 말이 “엄마, 달이 따라와요.”인데, 나도 “널 따라 슈퍼간다”고 말해주고 싶다.

「할아버지와 시골길」을 따라 사계절을 느껴본다. ‘봄’이 오면 꽃들을 보고 또 보고, ‘여름’이 오면 하루종일 물놀이를 하고 매미소리를 듣는다. ‘가을’이 오면 은행나무가 우두두 똥그란 배꼽을 떨어뜨리며 떼구루루 웃고, ‘겨울’이 오면 햇살로 고드름을 살살 깎는다.

한권의 동시집이 꽉 찬 열매처럼 오물조물 씹을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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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1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물조물 씹을 게 많은 동시집이라 궁금하네요

하양물감 2009-03-18 09:26   좋아요 0 | URL
말장난 같은 동시집이 아니라서 더 좋더군요..
 
기적의 유아 수학 1단계 1 - 1~4까지 수 세기 기적의 유아 수학 1
나온교육연구소 지음 / 길벗스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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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솔이와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익혀온 숫자를 점검도 할 겸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숫자는 1에서 100까지이고(물론 십단위는 가끔 틀리기도 한다) 버스 번호는 100이상의 숫자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물건을 세거나 할 때는 3이상이 되면 아리송한가보다.  

이 책은 1에서 4까지 수세기이다. 처음에는 너무 쉬운 것 아닌까 하였지만, 이런 식으로 숫자공부를 해 본 적이 없고, 이 책의 저자들도 1단계부터 차근차근하기를 권하고 있으므로 1단계 1권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역시나 4가 나오면 헤맨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다양한 생활도구들 스티커를 이용해 붙이는 것이고, 제일 싫어하는 것은 점 붙이기이다. 점붙이기는 2-3번 하고 난 이후에는 지루해하고 계속 스티커 붙이기를 하겠다고 조른다.   

 

위의 사진에서보다시피 숟가락 놓기같은 스티커 붙이기는 재미있어한다. 선긋기도 좋아한다.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네번째 사진에서조차 선을 긋는다. (못하게 하면 화를 낸다 ㅠ.ㅠ) 

숫자 쓰기는 이 책에서는 많이 나오지 않는데, 세번째 사진에서처럼 숫자를 쓰고 싶어하기에 쓰도록 놔두었더니 제법 잘 썼다.  



색칠하기를 좋아해서 아주 열심히 하였다. 이 책에서 한솔이가 아주 좋아했던 한 페이지는 숫자를 몸으로 표현하기이다(위 오른쪽사진) 엉뚱한 스티커를 붙여놓긴 했지만,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생각난듯, 몸으로 숫자를 만들더니, 어느날은, 주차장 표시인 [p]를 보고 몸으로 만들어 표시하기도 하였다. 응용이 가능한 부분이다. 

아래사진에 보면 숫자3과 비슷한 생활 속 물건 찾기를 어려워하여 그냥 선따라긋기만 했다.  

한솔이는 현재 32개월이다. 숫자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 책을 보았는데, 아무래도 4를 많이 힘들어한다. 

사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손가락으로 세기와 점붙이기에 할애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세는 방법은 평상시에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하게 된 경우다. 가끔, 같은 숫자를 다른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엄마에게 수수께끼를 내곤한다. (쩝)  

부록인 수학동요CD도 한솔이가 익히 아는 동요여서 잘 따라불럿던 것 같다. 모르는 아이라도 멜로디가 쉽고 재미있어서 잘 따라부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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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1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이느느 벌써 이런 걸 하는군요

하양물감 2009-03-17 10:21   좋아요 0 | URL
알고 있는 걸 확인해보려고 책을 구입했는데, 숫자 읽기는 괜찮은데 역시 수세기나 순서같은건 어렵더라구요.
 
응급 처치 과학 그림동화 14
야규 겐이치로 그림, 야마다 마코토 글,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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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솔이는 걸핏하면 넘어지거나 다치거나 한다. 막 걸음마를 했을 때는 뒤뚱거리다가 넘어지는 게 다였지만, 요즘은 까불고 설치다가 넘어지기 일쑤다. 아무리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줘도 그때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가 다치거나 하면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가 많다. 시중에 나와있는 응급처치와 관련있는 육아서들도 있지만, 이 책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쉬울 뿐 아니라 그 시기 아이들이 자주 다치거나 하는 내용이 있어서 엄마에게도 꽤나 유용하게 느껴졌다. 

한솔이는 넘어지거나 다쳐도 잘 울지 않는다. 넘어지거나 해도 달려가 안아주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털고 일어서는 편이다. 오히려 제가 먼저 약상자를 열고 반창고와 연고를 바르는 편이다. 물론, 아무거나 다 되는 줄 알고 바르려고 하거나, 반창고 붙일 필요가 없는데도 붙이려고 한다거나 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했다. 아무데나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려드는 한솔이를 위해서. 

제일 첫 장에는 '화상'에 대처하는 법이 나온다. 한솔이가 빨리 배운 말 중 하나가 '앗 뜨거'일 정도로 뜨거운 것에 대한 주의를 제법 많이 했기에 특별한 화상 없이 지금까지 컸다. 그래도 어른인 나도 가끔 작은 화상을 입으므로 안심할 일은 아니다. 한솔이에게 컵 속 찬물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게 하는 연습을 시켰다.  

넘어져서 깨진 상처, 정말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가방에 상처에 바르는 약과 거즈를 넣어두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것까지 챙기진 않았는데, 최근에 넘어지거나 다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생긴 습관이다. 

아, 손가락이 문에 끼었어~!!! 정말 내가 원했던 정보이다. 지금 우리 집에는 문이 꽝 닫히지 않도록 조치를 해두었지만, 밖에만 나가면 흔히 잇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럴 때는 정말 참을래야 참을 수 없으니 한솔이도 울기 마련. 그런데 이 책에 보니, "실컷 울어~!!"라고 말한다. 맞다. 그런 다음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잇으면 그냥 두고 그게 안되면 병원에 가야한다. 부목대는 방법도 나와있다. 아이가 실컷 울게 하는 것도 아이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딸꾹질은 자주 나는 편인데, 나는 그때마다 물을 먹이는 편이다. 한솔이도 딸꾹질을 하면 "엄마, 물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설탕을 올려놓고 있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음, 그렇게 하면 딸꾹질이 멈추나봐..^^) 

귀에 벌레가 들어가거나 눈에 먼지가 들어갓을 때 하는 방법도 여러모로 유용할듯 하다. 한솔이는 이 책을 보자마자 내 귀에 손전등을 대고 들여다보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워낙 손전등을 좋아해서 장난감하라고 하나 사줬는데, 이 책을 보더니 재미있는 놀잇감이라도 찾은 듯하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사람에게 물렸을 때' 하는 방법이 들어 있는것. 아이들끼리 서로 물고 싸우는 일이 잦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평소에는 정말 의식하지 못했는데.  

여러가지 응급처치사례를 재미있는 그림과 설명으로 구성해놓아서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은 아무리 어린 아이더라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나게 엮은 그림과 글이 인상적인 책. 그리고 실생활에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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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그건 내 책이야 국민서관 그림동화 62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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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가 말이 많아지고, 제 나름대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도서관에 갈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나, 어린이실과 유아실이 특별히 분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늘 아이에게 쉿 조용히 해~!!라고 말해야하는 것도 그랬고, 여기저기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꺼내서 늘어놓는 것도 그랬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근처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알게 되었고, 유아방에서 소리내어 책을 읽어도 되게 되어서 한시름 덜었다고나할까?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기본적으로 조용히 해야 하고, 집에서처럼 마음대로 책을 뺐다 꽂았다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한솔이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고민스러웠는데, 마침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을 내가 한솔이의 도서관 이용을 위한 교육적인 용도로만 본 것은 아니다. 찰리와 롤라 이야기에 제법 흥미를 느끼는 아이기에 이 책을 유심히 보았는데 때마침 내가 원하는 내용도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찰리는 참 멋진 오빠다. 현실 세게에서 어떤 오빠가 찰리처럼 할까싶을만큼. 한솔이도 주변에 오빠들만 있어서, 찰리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오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웃겨~!) 찰리가 롤라에게 하는 이야기와 행동을 잘 살펴보면, 자녀교육서에 나올 법한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갖고 있다. 물론 부모가 아니라 오빠이기에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롤라는, 언제나 도서관에서 '벌레와 딱정벌레와 나비'가 있는 책을 빌린다. 게다가 자기가 읽고 싶을 때는 당장이라도 그 책이 자기 앞에 있어야 하며, 그 책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은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며, '원할 때마다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순서를 기다려서 빌려야 하고, 시간을 지켜서 돌려줘야 하는 책'이다. 또한 '도서관에 가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책이 놓여야 할 규칙에 따라 자리가 정해져 있는 책'이다. 이런 것을 롤라는 알지 못한다.  

도서관을 찾는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한솔이도 집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그렇다. 여기저기서 얻어 온 책이며, 내가 구입해준 책들을 한솔이가 잘 볼 수 있도록 꽂아놓았는데, 한솔이는 언제나 자기가 읽던 책만 골라 온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정리해두려고 애쓰는 편인데, 한솔이는 읽고 나면 언제나 다른 자리에 갖다놓기 일쑤다. 아직은 그런 규칙을 몰라서일 것이다. 

찰리라 롤라를 데리고 다니면서 '비읍'으로 시작하는 책을 찾아보는 과정은 도서관의 책들이 어떤 규칙을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 롤라가 큰소리로 떠들때마다 찰리는 조용히 해야 하는 곳임을 상기시켜준다. 찰리의 행동이 바람직한 것은, 동생이 떼를 쓰거나 억지소리를 해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정말 엄마인 나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에휴) 그리고 같은 책만 자꾸 읽는 롤라에게 다른 책을 멋지게 권할 수 있는 찰리의 능력은 부럽기만 하다.

이 한권의 책 안에 많은 이야기(주제별로 다른 책들, 다양한 형식의 팝업북이나 백과서전 과 같은 책들, 도서관에서 조용히 해야하는 것과 책 찾는 법)가 들어있다. 한솔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기 전날,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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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 늙다리>를 리뷰해주세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소’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예전에는 소가 그 집안의 노동력이었고, 재산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먹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그 ‘먹거리’마저도 불신을 받는 시대이다. 사실, 도시에서 자란 젊은 부모세대에게도 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모세대들에게도 낯선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 책을 왜 쓴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을 읽은 뒤 나는 소와 호철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는 과거에 한 집안의 노동력을 상징했고, 재산으로서의 가치도 컸던 가축이다. 뿐만 아니라 늘 보살피고 챙겨주어야 할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늙다리’라는 이름의 소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나이가 많은 소이다. 그만큼 호철이네 가족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은 소이고, 또 일도 잘하는 소이다. 소를 돌보거나 소죽을 끓이고 풀 먹이러 가는 일은 보통 아이들의 몫이다. 

어느 날 늙다리와 망나니(늙다리의 새끼)가 해가 저물었는데도 내려오지 않아 호철이가 공동묘지까지 가서 찾아오는데, 홧김에 늙다리의 코뚜레를 잡아당기고 머리를 때려서 피가 나게 된 일이 일어난다. 

가족들이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늙다리를 잃어버릴 뻔했다 되찾은 안도감보다도 늙다리를 잃어버렸을까봐 놀란 마음,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무서움까지 겹쳤으니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늙다리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호철이의 걱정이나 두려움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아이를 잃어버렸다 되찾은 것처럼. 실컷 야단을 치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 흘리는 그런 마음이 엿보인다. 

요즘은 시골에 가도 소를 놓아기르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축사 안에 가둬 놓고 기르는 소들은 아이들과 교감을 나눌 일이 별로 없다. 소에게 풀을 먹이러 갈 일도 없고, 소를 풀어놓고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일도 없다. 지금의 아이들로선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지만, 그 시절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았다. 비록 삶이 고단하고 어려울망정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삶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김용택의 ‘이랴자랴 누렁소야’가 생각났다. 그림이나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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